한국불교를 덮친 삼각파도, ‘출가자 감소’ ‘신도 감소’ ‘재정 감소’ 위기를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를 놓고 조계종 중앙종회가 지혜를 모았다. 중앙종회는 지난 10월24일 경기도 양평에서 불교중흥과 국난극복을 발원하는 자비순례단과 함께 ‘한국불교 어디를 걷고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를 주제로 대중공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은 “출가자 고령화, 신도 감소, 재정 악화 등을 체감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해결해 나갈 종단적 지혜와 실천은 미약한 것이 현실”이라며 “자비순례단과 함께하는 대중공사를 계기로 과감한 혁신의 내용과 문수지혜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종회의장 스님의 지적처럼 우리 종단과 한국불교는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 지난 동안거 천막결사, 자비순례도 위기를 벗어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날 연수회에서 나온 각종 통계는 위기를 피부로 느끼기에 충분했다. 출가자는 이대로 가면 10년 뒤 연 60여 명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측에 모든 참석자들이 충격을 받았다.

문제는 대책이다. 이날 발표자로 참석한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은 “모든 지표가 위기라는 이야기는 벌써 10년이 지났다. 대책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또 심각하다는 이야기만 되풀이 한다”고 꼬집었다. 

그런 점에서 교육원장 진우스님이 제안한 재정공영화는 좋은 대안일 수 있다. 교육원장 스님은 “주요 사찰 수입을 한 곳으로 집중할 때 출가자 감소, 고령화 등 종단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중공사에서도 지적됐지만 출가자 감소 못지않게 출가자를 제대로 교육 관리 못해 산문을 떠나는 사례가 많은 것도 문제다.

스님들 건강과 복지 미비도 중도 탈락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이는 ‘각자도생’ 하는 종단 풍토와 무관하지 않다. 출가교단은 공동 생산 공동 분배가 경제생활의 기본 원칙이지만 우리 종단은 그 원칙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사찰 주지인사를 둘러싼 갈등도 따지고 들면 평등한 수행공동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이다. 

교육원장 스님의 지적처럼 출가자를 제대로 교육 관리하고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많은 재원이 들어가야 하며 이는 재정 집중 공영화 외에는 대안이 없다. 천태종 진각종 등 신생 종단과 원불교가 짧은 시간에 눈부시게 발전하고 대학병원 등 대형불사를 할 수 있었던 힘은 재정공영화 덕분이다. 

재정 공영화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처럼 아주 어려운 주제다. 모두 그 길 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말하지 못하는 것은 권력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공론화하고 추진할 주체는 중앙종회가 가장 적격이다. 24개 교구를 대표하는 우리 종단 최고 엘리트들이 모인 중앙종회는 입법권과 집행부 감시 등 많은 권한을 가졌다.

중앙종회 연수회에서 이 화두가 나왔고 11월5일부터는 정기종회가 열린다. 500km 도보순례를 통해 불자들의 자긍심과 사회적 관심사가 높아지고 불교중흥 원력이 어느 때보다 충만한 지금, 미래 한국불교와 종단을 위한 지혜를 모으는 치열한 대중공사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불교신문3626호/2020년11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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