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중흥과 국난극복을 발원하며 지난 10월7일부터 21일간 500km를 도보 순례한 자비순례단이 27일 회향했다. 전날 새벽 남양주 체육문화센터를 떠난 순례단은 서울 봉은사에서 자자를 갖고 지난 겨울 동안거 동안 천막결사 정진했던 위례 상월선원을 들른 뒤 다시 봉은사로 돌아와 회향식을 봉행했다. 

대구 동화사에서 종정예하 진제 법원 대종사의 격려 속에 출발한 순례단은 낙동강을 따라 문경새재를 건너고 다시 남한강변을 걸으며 서울로 향하는 장엄한 발걸음을 옮겼다. 순례단은 총무원장을 역임한 자승스님을 비롯한 상월선원 정진단 스님을 중심으로 비구 비구니 우바이 우바새 사부대중 100여명이 이끌었다.

발걸음을 옮기기도 힘겨운 고된 여정이지만 순례단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묵언하며 옮기는 걸음 걸음에 담긴 의미를 되새겼다. 순례단의 안전을 위해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보탰으며, 전국의 스님과 불자들이 이 장엄한 순례에 동참하기 위해 일일 참가자로 보조를 맞췄다. 그 중에는 제주에서 날아온 70대 어르신도 있으며, 지역 기관장 국회의원 등 나라를 이끄는 정치인, 어린 학생, 주부 등 직업 나이 지역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했다. 

어려운 길을 무사하게 그리고 애초 계획한 대로 원만하게 회향한 순례단에게 박수와 감사 인사를 표한다. 더불어 안전한 순례를 책임졌던 봉사자와 보조자, 일일체험자, 멀리서 응원을 보낸 모든 사부대중에게도 감사를 보낸다. 

순례단이 길을 나선 지난 3주 동안 한국불교는 희망과 가야할 길을 보았다. 출가자와 신도수 감소, 재정 악화, 탈종교화 현상 등으로 한국불교 위기 진단이 나온 지 10여년 만에 종단과 불교는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대중 속에서 나를 버리고 헌신하는 보살행이 그 해답이었다. 순례단은 길을 걸으며 대중을 만났다. 불교신자도 있고 비신자도 있었다. 정치인과 기관장 등 고위직도 있었고 필부필녀도 있었다.

가는 곳 마다 지역 현안을 들었고 특산품도 만났으며 길이 어떻게 났는지 사람이 얼마나 살며 어떻게 사는 지도 보았다. 입을 다문 대신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열었다. 그동안 보고 들은 지역 현안과 삶은 순례단의 화두로 녹아들어 한국불교가 가야할 새로운 길로 드러날 것이다. 

걸음은 인내며 하심이다. 오직 내 몸과 자의지로 감당하는 무한 책임이 걸음에 담겨 있으며 길에서 만나는 작은 돌멩이, 개울,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도 존중하는 절대적 겸손과 하심을 배운다. 그래서 모든 것 내려놓고 걷는 것 만큼 훌륭한 수행법이 없다. 오랜 옛날부터 불교 수행자들이 걷고 또 걸은 이유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셨던 몸으로 걷고 마음으로 성찰하는, 우리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수행을 순례단은 온전히 되살렸다. 

장엄하게 회향한 순례단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보내며 지친 몸을 추스른 뒤 순례를 통해 깨친 소중한 가르침을 종단과 사회에 회향하여 침체된 한국불교를 일깨우고 오랜 전염병으로 지친 국민들의 마음에 희망의 불씨로 되살아나기를 기대한다.

[불교신문3625호/2020년10월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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