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흥당 백운대강백 7재를 앞두고
조계종 대종사 혜거스님의 추도사

지난 6월19일 담양 용흥사에서 임종게를 남기고 원적에 든 지흥당(知興堂) 백운(白雲)대강백 7재를 앞두고 금강선원장 혜거대종사가 대강백과의 인연을 회고하며 본지에 추도사(追悼辭)를 보내왔다. 한문으로 먼저 짓고 우리말로 풀이한 원고를 편집기준에 따라 재정리했다. 백운대강백의 7재는 8월6일 오전10시 금정총림 범어사에서 봉행된다. 

지흥당 백운대강백 임종게

白日朋友昭昭雲
靑夜親舊湛溪水
斷是非自然諸樣
丁寧汝使我心樂

하얀 낮에는 밝은 구름 벗을 삼고
푸른 밤에는 맑은 냇물 벗이 되어
시비 벗어난 자연의 온갖 모습이여
정녕 그대는 나를 즐겁게 하는구나.
 


추도사(追悼辭)

혜거스님
혜거스님

아! 가셨습니까? 꿈속에 잘못 들은 헛소리라 생각됩니다. 죽고 사는 일 본래 없으나, 아침 되면 반드시 밤은 찾아오는 법, 모든 이치가 그러하니 굳이 슬퍼할 게 없겠지만, 저에게 있어 스님과의 인연이 깊고 정이 지극한 세월이 적지 않기에 슬프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스님의 마음 법은 숙세로부터 부촉해 온 지 오랜 터라, 지봉당 석산스님의 문하이고, 동산스님의 상좌이며, 월운과 지관스님의 도반이자, 사부대중의 큰 스승이었습니다. 깊은 법 그릇에 법이 드높아 공덕 널리 베푸셨으니 저 홀로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눈물을 짓고 있습니다.

대강백이시여! 범어사와 송광사의 강주로 가르침을 펼치실 적에 붉은 연꽃의 혀로 글자마다 구절마다 향기를 토하여, 문하에는 제자 신발이 그득하고, 법문을 듣는 대중은 법당에 가득하였습니다. 무쇠를 연장으로 만들어주는 풀무의 쇠망치와 같은 교화로 인연하여 쉽게 깨달음을 얻어 성취된 인재는 삼씨처럼 좁쌀처럼 많았습니다. 어느 날, 사대의 바람이 언뜻 불어 들보가 부러지고 태산이 무너지니, 이제 그 누구를 우러러보며 그 누구에게 의지하며, 그 어디를 찾아가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대문호시여! <한국불교사>, <양치는 성자>, <임제록 연의>는 곤륜산처럼 큰 붓을 들어 동해 바다의 먹물을 찍어 대천세계의 한 장 종이 위에 글자마다 뚝뚝 떨어진 주옥같은 문장은 모두 선정 여가의 유희로 어린아이 울음을 달래주는 버들잎과 같은 방편의 가르침이었습니다. 많은 청광이 번쩍 눈을 뜨고서 삿된 마음을 돌이켜 바른 불법(佛法)에 들도록 계도하셨습니다.

아! 떠나가셨습니다. 진리의 입장에서 말한다면야 생멸마저 모두 사라진 자리에 적멸의 즐거움이라, 스님께서 적멸에 드셔 하나의 신령스런 광명은 대천세계에 빛나고 천지를 버티어주고 고금에 변함없사오니 스님의 이와 같은 법락이 바로 본분이요, 구경의 자리라 그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하지만, 속제로 논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어둠의 거리에 밝은 촛불을 잃어 마군이 성하고 불법(佛法)이 미약한데 그 누가 지주석이 되겠습니까? 스님이 아니고서는 그럴 분이 없기에 새와 짐승도 슬피 울고 초목마저 빛을 잃었습니다.

저는 이런 중생의 마음을 가름하여 한 줄기의 향과 한 잔의 차를 올리면서 스님의 열반송 운자에 따라 화답하면서 영결을 고합니다.

昨夜隨風一片雲
騰騰任運生滅水
四部惟願不遲現
不來傳我寂滅樂

어젯밤 바람 따라 떠나버린 한 조각 구름 
훨훨 날아 생멸의 강에 자재하여라. 
중생이 오직 서둘러 다시 오시기 바라오니 
아니 오시려거든 적멸의 소식이나 전해주시오.

경자년 7월28일
혜거 분향재배
 


追悼辭

唏一去也? 夢中囈語. 死生本無, 有旦必夜. 物之實理, 無足生悲. 予之於師, 緣深情摯. 其劫不少, 何不哀哉?

師之心印, 咐囑遠來. 智峰門下, 銅山上佐. 雲觀之伴, 四部之師. 資深法高, 德厚廣施. 不啻獨悲, 人皆含淚.

大講伯也, 梵魚松廣, 設講施敎, 紅蓮之舌, 字香句馨. 門下塡履, 聽法滿堂. 爐鞴之化, 鉗錘之敎. 入悟茶飯, 薰陶麻粟. 四風一起, 棟折山頹. 何仰何庇? 焉往焉尋?

大文豪也, 韓佛敎史, 鞭羊聖者, 臨濟演義, 擧崑崙筆, 滴大海水. 大千一地, 字字瓊玉. 禪餘遊戲, 柳葉止啼. 群盲剔眼, 回邪入正.

唏一去也! 以諦言之, 生滅滅已, 寂滅爲樂. 入寂滅場, 一段靈光, 爍乎大千, 撑天亘古. 師之樂也, 本分歸宿.

以俗論之, 是則不然. 昏衢失燭, 魔盛法弱. 有誰砥柱? 非師則無. 鳥獸哀鳴, 草木失色.

我爲衆生, 一香一茶. 和涅槃韻 永訣云爾

昨夜隨風一片雲
騰騰任運生滅水
四部惟願不遲現
不來傳我寂滅樂

庚子年 七月 二十八日
慧炬 焚香再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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