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종교 지도자, 가톨릭 성지를 가다(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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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9일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가 '이웃종교체험 성지순례' 일환으로 포르투갈 리스본에 위치한 '제로니무스 성당'을 찾았다. 한국에서 온 김희중 대주교의 방문으로 원래 금지된 성당 내부 촬영이 가능했다. 사진 왼쪽부터 오도철 원불교 교정원장,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종지협 대표의장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송범두 천도교 교령.

217일 스페인 가톨릭의 총본산 톨레도 대성당에 귀한 손님이 들어섰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인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과 공동대표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오도철 원불교 교정원장, 송범두 천도교 교령 등이 성당을 찾은 것.

한국의 불교와 가톨릭, 원불교, 천도교를 대표하는 지도자들은 미사를 올리는 주제단을 비롯해 벽을 따라 독립된 22개의 예배당을 둘러보며 가톨릭과 이슬람, 유대 문화가 수세기 동안 공존해 온 역사의 현장을 더듬었다. 화가 엘 그레코의 역작 엘 에스폴리오(그리스도의 옷을 벗김)’, ‘성 베드로의 눈물등 신앙이 빚어낸 예술을 통해 스페인의 종교 개혁의 단면을 알아가는 시간도 가졌다.

종교 지도자들은 스페인 톨레도에 이어 포르투갈 리스본에 위치한 제로니무스 수도원’, 벨렘탑 등을 찾았다.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가톨릭 역사와 문화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일상을 함께 공유한 지도자들은 이번 순례에 대해 각별한 의미를 전했다.

가톨릭 신자들의 신심과 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톨릭과 이슬람 문화가 곳곳에 스며들어 현대와 함께 공존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문화재 보수와 유지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으로서 앞으로도 평화와 화합의 가치에 기반해 각 종교계가 진지하게 토론하고 대화하면서 이견을 좁혀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종지협 대표의장,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종교 간 지향하는 가치와 교리가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존중하고 이해하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신앙은 어느 한사람, 개인의 독창적인 사상과 신념만으로 형성된 것만은 아니다. 더불어 살며 공감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사상과 믿음이 농축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신앙의 힘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다. 그 힘으로 지어진 건축물을 보며 분쟁이 일어나는 세계 곳곳에 평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단지 우리 국내 종교간 화합 뿐 아니라 세계 모든 사람들이 초월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종교가 아닌 정신문화로서 그 가치가 확대되길 기대한다.”(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가톨릭 문화와 신앙심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톨레도 성당의 참사회의장 안에 있던 성화가 기억에 남는다. 성당의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회의장 천장에 걸려 있던 그림인데 예수와 죽음에 이르는 7가지 죄를 인간의 모습으로 형상화 했다. 성욕, 식욕, 나태 등을 묘사한 작품으로 결국엔 욕심과 집착을 놓아야 한다는 면에서 우리 종교와도 일맥상통하는 느낌을 받았다. 원불교의 가르침인 대공심(大空心)과 대공심(大公心)’, 즉 개인의 분별이나 사적인 이익은 공익을 위해 비울 수 있어야 함을 뜻하는 것과 지향하는 바가 같다. 기본적으로 모든 교리는 하나의 진리에 기반하고 있음을 새삼 느꼈다.” (오도철 원불교 교정원장)

인본을 근본으로 하는 동양과 서양의 종교는 차이가 있다. 서양에서도 동양 종교가 가진 장점, 즉 인본을 기반으로 서로 배려하고 인정할 수 있는 문화가 보다 더 형성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수세기를 거치며 가톨릭이 남긴 문화예술을 볼 때마다 감탄하는 시간이었고 종교는 달라도 서로를 존중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동서양, 나아가 세계 종교간 화합을 도모하는 계기가 된 시간이지 않았나 싶다.”(송범두 천도교 교령)

종교 지도자들은 21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시작으로 그라나다, 마드리드, 포르투갈의 리스본 등을 찾아 성당을 둘러봤다. 220일에는 전홍조 주스페인 대사와 만남을 가진 데 이어 21일에는 마드리드 보좌 주교 등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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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9일 제로니무스 성당 내부를 둘러보고 있는 종교 지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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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주스페인 대사와 저녁 만찬을 가졌다. 사진 왼쪽부터 이종률 주스페인 한국문화원장, 오도철 교정원장, 김희중 대주교, 총무원장 원행스님, 송범두 교령, 전홍조 주스페인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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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레도 성당 참사회의장 천장 벽에 걸린 성화. 예수 오른쪽 아래로 교만, 시기, 탐욕, 정욕, 탐식, 분노, 나태 등 죽음에 이르는 7가지 죄를 인간의 모습으로 형상화 했다. 성당의 중요한 일을 논할 때 늘 경계하라는 뜻으로 회의를 하며 항상 마주할 수 있는 곳에 걸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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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그레코의 역작 ‘엘 에스폴리오(그리스도의 옷을 벗김)’ 앞 한국 종교 지도자들과 톨레도 참사회의장 등.

스페인 · 포르투갈=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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