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안거 해제를 맞아
[사설] 동안거 해제를 맞아
  • 불교신문
  • 승인 2020.02.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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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3년 기해년 동안거가 90일간의 정진을 마치고 2월8일 회향했다. 지난해 양력 11월11일 7대 총림을 비롯해 100여 곳의 전국 제방 선원에서 2000여 명의 수좌가 화두를 들고 가행정진에 들어가 해를 넘겨 이 날 산문을 나선 것이다. 

안거(安居)는 부처님 당시부터 내려오는 불교 수행 전통이다. 출가 수행자가 일정 기간 한 곳에 모여 함께 공부하는 안거는 전 세계에서 한국불교만 지킨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승려의 계행을 둘러싼 불미스런 소식이 끊이지 않지만 안거 전통이 살아있는 한 한국불교는 영원히 현재 모습을 간직할 것이다.

일체의 잡사(雜事)를 끊고 오직 화두 하나만을 챙겨 일념삼매에 빠져드는 수좌는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고 환희심에 젖게 한다. 처처가 수행처며 말하고 앉고 걸어가는 모든 순간이 공부며 화두이지만 모든 것 내려놓고 걸음을 쉬어 대중과 정진하는 안거에는 미치지 못한다.

가부좌를 틀고 앉은 그 자리는 태산 보다 깊고 튼튼하며 침묵은 천둥보다 크고 바다 보다 넓은 울림을 주기에 안거의 법력은 말로 형설할 수도, 수량으로 헤아릴 수도 없다. 한국불교가 많은 왕조의 부침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2000년 가까이 지탱하며 면면히 이어가는 저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동안거 해제는 또 한국불교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사(大事)를 맞이했다. 신도시 건설 현장에 천막을 치고 엄동설한 추위를 고스란히 맞아가며 9명의 수좌가 한철을 났다. 고요한 산속 선원이 아닌 저자처럼 왁자지껄한 환경에서,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온몸에 받은 채 씻지 않고 앉은 그대로 90일을 정진했다.

가장 최악의 조건을 청규로 만들어 목숨을 걸고 대중과 약속했다. 수행자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데로 향하고, 가장 비루한 삶을 자처하며,최악의 환경을 만든다. 그래서 수행자는 스스로 빈도(貧道)라 낮춰 부르고, 거지와 다름 없다하여 납자(衲子)라 칭한다. 스스로 걸어간 길이기에 세상은 수행자를 우러러 보고 앞다퉈 공양하며 발아래 엎드린다. 

우리는 지난 90일 문헌이나 역대 고승들 수행담에서 보던 수좌를 만났다. 하루 한 끼만 먹으며 입을 닫고 오직 화두만 참구하는 천막 안의 9명 수좌를 그리며 눈물 흘렸다. 어디 위례 상월선원의 9명 수좌만이 수행 전통을 지켰겠는가. 제방 선원의 수좌들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례 상월선원이 특별한 이유는 일반 대중들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든 찾아와서 참배할 수 있고, 참선하는 사람은 참선으로 함께 했으며, 9명 수좌를 부처님으로 여겨 기도하는 사람은 기도로, 혹은 춤과 노래 등 장기로 찬탄했다. 선원은 그가 누구든 직업도 종교도 관계없이 오는 사람 막지 않았고 방문객은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마음을 내보였다. 덕분에 지난 겨울 모처럼 수행 이야기로 이야기 꽃을 피우는 한국불교를 보았다. 

해제는 또 다른 시작이다. 지난 겨울 ‘한 물건’을 구하고자 몸부림 치고 불면(不眠)하며 챙긴 보따리를 풀어놓을 시간이다. 

[불교신문3556호/2020년2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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