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12> 위례 상월선원 기해년 동안거 해제날
[포토에세이] <12> 위례 상월선원 기해년 동안거 해제날
  • 홍다영 기자
  • 승인 2020.02.07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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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 천막 무문관 뚫고 세상 향해 삼배 올리다

씻는 것도 거부하고 삭발 면도
하지 않고 한 철을 지낸 탓에
요즘 세상에선 보기드믄 풍모

천막법당 앞 운집한 사부대중
스님들 완전히 떠날 때까지
박수 환호 감동 물결 이어
2월7일 낮1시30분 상월선원 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온 9명 수행자들이 세상을 향해 삼배의 예를 올렸다.

2월7일 낮1시30분 위례 상월선원. 동안거 천막결사를 회향하고 무문관 밖으로 나온 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한 9명 스님들이 세상을 향해 삼배를 올렸다. 삼천대천세계를 향한 삼배였다. 천막결사 동안거 원만 회향을 사부대중 앞에 고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2019년 11월11일 무문관 문을 자물쇠로 걸어 잠그는 폐관(閉關) 수행이 시작된 지 90일 만이다.

독방에서 문을 걸어 잠근 채 식사만 제공받으며 참선에 매진하는 무문관 수행은 불교에서 가장 치열하고 고독한 수행으로 꼽힌다. 그러나 천막결사 대중들이 스스로 정한 청규는 이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이었다. 비닐하우스 선방에서 오전2시 하루를 시작해 매일 14시간 이상 정진에 묵언과 하루 한 끼를 기본으로 한 철을 지냈다. 생과 사를 오가는 위험천만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진제 종정예하의 선원 도착 직후, 선원의 중앙문이 철컥 열렸다. 선원 안으로 들어온 진제 종정예하에게 9명 스님들은 동안거 해제를 알리는 삼배를 올렸다. 이어 종정예하의 소참법문이 있었다.

자승스님은 진제 종정예하에게 내부를 소개하며 “좌복 위에서 정진하고 잠은 텐트 안에서 자는 생활을 했다. 낮에는 비닐하우스라 온도가 많이 올라가고 해가 떨어지면 굉장히 추웠다”면서 “한 사람도 낙오 없이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또 “중간에 한 명이 쓰러져서 산소호흡기로 진료를 받았다”며 “병원에 가야할 상황인데도 끝까지 남아 정진하겠다고 했다”고 위급했던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진제스님은 “대단하다. 수고들 많았다”며 무사 회향을 격려했다.
 

진제 종정예하의 소참법문.

9명 수행자들과 종정예하와의 짧은 만남 이후,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뒤이어 선원장 무연스님, 입승 진각스님, 지객 호산스님, 한주 성곡스님, 정통 심우스님, 지전 재현스님, 시자 도림스님, 다각 인산스님이 어둠을 뚫고 밝은 세상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혹독한 수행의 결과는 외형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얼굴은 수척한 기색이 엿보였지만, 눈빛은 밤하늘의 별을 옮겨온 듯 성성하게 빛났다. 씻는 것도 거부하고 삭발과 면도도 하지 않고 한 철을 지낸 탓에 요즘 세상에선 보기드믄 풍모를 뿜어냈다. 완전히 세상과 절연하고 오직 깨달음을 향해 정진한 스님들 모습은 그 자체로 큰 감동과 울림을 주었다.

천막결사를 선두에서 이끈 자승스님은 백담사 무문관 해제 이후 세간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보다 더 몰라보게 마른 모습이었다. 천막결사 대장정을 하는 동안 하얀 수염이 코와 턱에 덥수룩하게 자랐고, 볼 살이 쑥 들어갔다. 하지만 자신을 만나러 온 대중들과 인사하는 내내 특유의 미소만은 잃지 않았다.

세속 나이로 73세인 최고령 결제대중 성곡스님은 결사에 들기 전 까지만 해도 일부의 걱정을 샀지만, 이날 건강한 모습을 보여줘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히말라야 설산에서 정진하는 뛰어난 정진력으로 정평이 난 무연스님과 선방 정진 경험이 많은 호산스님, 심우스님 또한 올곧은 수좌의 모습 그 자체였다. 선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큰 풍채를 자랑했던 진각스님도 체중이 상당히 감소한 듯 보였다.

은사 원산스님에 따르면 스님은 선원에서 열심히 공부하던 시절 라면을 한 동이나 먹었다고 한다. 여기서는 하루 한 끼만 먹으며 정진했기 때문에 살이 빠질 수밖에 없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진각스님은 뜨거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도림스님과 인산스님 또한 손오공처럼 수염이 난 듯 덥수룩한 얼굴로 나와 주위를 놀라게 했다.

9명 스님들이 천막법당을 향해 한 발자국씩 걸음을 뗄 떼 마다 거대한 인간띠를 이은 전국의 스님과 불자들은 합장한채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곳곳에서 “고생하셨습니다” “거룩하십니다”라는 찬탄을 보냈다.

선원 아래 천막법당 안에서 생중계를 지켜보던 몇몇 스님들은 감동과 환희심이 북받친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불자 가수 우순실 씨는 “감동이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상월선원 아래 천막법당에서는 조촐한 해제법회가 봉행됐다. 9명의 수행자는 천막법당 부처님께 삼배의 예를 올리는 것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 했다. 명예원로의원 월탄스님은 “한국불교를 새롭게 탄생시켰다. 멈추지 마라”며 자승스님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천막법당 앞에 운집한 사부대중은 스님들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90일 간의 생생한 수행담은 9명 스님들을 만나 직접 들어보길 발원한다. 
 

하남=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신문3556호/2020년2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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