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두고 몸만 나가라”는 재단법인
“사찰 두고 몸만 나가라”는 재단법인
  • 이경민 기자
  • 승인 2019.11.2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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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사유화‧세속화되는 선학원 ②

이사회 독주 체제 확립되면서
종단으로부터 지속적 분리 시도

정관 개정 지속적 거부하면서
한국불교 정체성 흐려지고
창건주 분원장 의견은 묵살돼

수덕사 만공스님 등 조계종 스님과 사찰이 깊이 관여해 설립된 선학원이 역사왜곡을 통해 종단과의 관계성을 부정하고 조계종 승적을 갖고 있으면서도 종도로서의 의무를 거부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종단이 2014법인관리및지원에관한법을 제정하자 선학원 임원진이 전원 탈종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법인법은 종단의 사찰 또는 승려, 중앙종무기관이 재산을 출연하거나 모연해 설립한 법인의 종단 등록을 비롯해 등록된 법인에 대한 종단의 지원 및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것이 골자다. 조계종에 승적을 두고 있는 스님이 정작 사찰 재산을 법인에 출연했다가 나중에 사찰과 무관한 법인으로 뒤바뀌는 문제 등을 바로잡으려는 고육책이었다.
 

지난 2014년 6월30일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회 총무이사 송운스님, 재무이사 현진스님, 감사 한북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해 임원진 13명 제적원을 제출했다. 제적원 제출 후 확인증을 살피고 있다.
2014년 6월30일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회 총무이사 송운스님, 재무이사 현진스님, 감사 한북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해 임원진 13명 제적원을 제출했다. 제적원 제출 후 확인증을 살피고 있다. ⓒ불교신문

당시 종단은 단일종단 단일승가로서 한국불교 정체성을 지키고 삼보정재의 망실을 방지하기 위해 법인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법진 선학원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 11명과 감사 2명 등 임원진 전원은 종단 등록을 거부하고 제적원을 제출, 조계종으로부터 분리되는 수순을 밟았다. 종단이 선학원을 규제하고 와해를 부르는 조항을 만들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조계종의 종지종통을 봉대한다’ ‘임원을 대한불교조계종 승려로 한다 등 선학원 정관에서 삭제된 문구를 복원하라는 종단 입장에도 지속적인 거부자세를 취했다. 종단 입장은 간단했다. 선학원 또한 한국불교 정통성을 계승한 종단이자 승가임을 부정하지 말라는 것, 조계종 승적을 갖고 있는 종도라면 역할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학원은 법인체임을 내세우며 이를 간섭이라 맞섰다.

선학원이 설립 취지에서 점차 멀어지기 시작한 건 이사회가 독주체제를 갖추면서부터로 볼 수 있다. 1965년 이사회 권한을 갖고 있던 중진 수좌들의 협의체인 평의원회가 사라졌다. 재단법인 이사회를 통해 모든 의사 결정이 가능해진 것이다. 정관 개정을 통해 종단과 분리하려는 시도가 나타났다. 정체성이 불분명한 사찰들의 등록을 받은 것도 이 때의 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스님들은 선학원이 조계종 법인이라는 인식과 선학원에 사찰을 등록하면 창건주 권한을 보장받기 쉬울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사찰을 선학원에 등록했다. 초창기 20여 개에 불과했던 분원이 1980년대 300여 개로 늘어난 것도 이 같은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계속된 종단 노력에 극적 합의는 있었다. 200235일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스님과 선학원 이사장 정일스님은 정관에 대한불교 조계종 종통을 봉대한다는 문구를 삽입하고 임원 조항에 임원은 대한불교 조계종 승려 중 덕망이 높은 승려를 이사회에서 선출한다를 골자로 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조계종은 인사권과 재산권 등 법인의 고유 권한에 대해 침해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선학원 소속 스님들의 승적관리, 도제 교육, 선원 및 강원의 입방을 허용했다. 대가로 선학원은 조계종 승려가 창건한 사찰은 등록 받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약속은 선학원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사설사암 등록을 허용하면서 때마다 허물어졌다.

피해는 고스란히 선학원 소속 창건주 분원장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선학원 소속 분원들은 선학원이 종단 등록을 거부함에 따라 대한불교조계종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 사찰의 주지라 할지라도 종단 입장에서는 미등록 사설사암보유자로 해당된다. 종단에서 교육 받을 수 있는 권리도 당연 제한을 받는다. 선거권 및 피선거권 등 종헌종법에 명시된 종도로서의 기본 권리도 행할 수 없다.

선학원의 이 같은 행보에 내부 반발은 터져나오고 있다. 13명 이사회 결정으로 300여 개 분원이 가진 한국불교 정체성이 훼손되고 조계종 스님으로서 종도로서의 권리 제한을 받는 것에 대한 우려다.

선학원 이사회로부터 표적이 될까 두렵다며 익명을 요구한 한 선학원 분원장은 조계종 스님으로 출가했고 다른 종단에 소속된다는 건 상상도 못하고 살았다법진 이사장이 조계종이 좋으면 사찰은 두고 몸만 가지고 나가라고 했다는 발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스님은 적지 않은 창건주 분원장 스님들이 이사회 결정에 분노하면서도 평생 일군 사찰을 두고 갈 수 없어 이사회 눈치만 보는 상황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조계종 승적을 버릴 것을 강요하는 일개 법인으로 변질돼 버린 선학원 행태를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불교신문3539호/2019년11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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