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증 중요하지만 상상력 동반해야 실체 접근”

불교는 문화콘텐츠 보물창고
바닷길로 교류한 인도와 가야
문화로 승부한 원효 일연스님
가야불교 조명 포럼 4회 개최

장재진 동명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부 교수
장재진 동명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부 교수

가야문화와 불교의 원류를 찾는 연구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장재진 동명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문헌의 기록들을 옛날 사람들이 스토리텔링을 했을 수 있다”며 가능성에 주목한다. 해상 루트를 통한 한반도와 인도의 교류 연구를 하고 있는 장재진 교수를 지난 5월1일 동명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편집자>

“26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불교는 무궁무진한 스토리를 간직하고 있는 문화콘텐츠의 보물창고입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이를 재구성하고 재활용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연구입니다.” 장재진 교수는 불교가 보유한 풍성한 이야기가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텍스트로 재탄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장재진 교수는 “부처님은 설법을 어렵게 하지 않았다”면서 “특히 비유를 적절히 활용했기에 식자(識者)들은 물론 지식이 부족한 민초(民草)들도 쉽게 알아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부처님을 ‘비유의 왕 붓다’라고 했습니다. 부처님 법문도 스토리텔링이었습니다.”

장 교수가 가야불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개방적인 부산문화에서 비롯됐다. 불교를 중심으로 유교와 민간신앙까지 혼용된 부산문화로 혼란을 겪는 상황에서 <삼국유사>에 실린 허황후 이야기를 접했던 것이다. 중국을 거친 불교의 북방전래설이 대세인 현실에서 해로(海路)를 이용한 허황후를 통한 남방전래 가능성을 발견했다.

장재진 교수는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전해온 설화를 모두 허황된 것이라 치부하는 것은 단견(短見)”이라면서 “설화나 전설 속에는 ‘씨앗’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전해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까닭에 허황후를 통한 불교 전래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역사학과 인문학에서 고증(考證)이 중요하지만, 역사적 상상력을 동반해야 실체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동명대 인도문화연구소장으로 가야불교와 가야문화를 주제로 4차례 포럼을 개최한 장재진 교수는 “이 분야에 대한 인프라가 부족하고, 일반인들의 관심도 크지 않아 아쉽다”면서 “하지만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연구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동안 개최한 포럼을 통해 해로를 이용한 한반도와 인도의 교류 실체에 조금씩 접근하고 있어 학계와 불교계의 주목을 받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고향 부산이 해양도시라는 사실도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 가운데 하나이다. 장재진 교수는 “비행기도, 기차도, 차도 없던 시절 ‘물길’이 가장 빠른 교통이었다는 것은 이제 보편적 사실로 자리 잡았다”면서 “옛날 바닷길은 고속도로 기능을 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고대 한반도가 바닷길로 인도를 비롯한 외부세계와 교류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대륙을 통해야 하는 북방보다는 남방으로 오가는 것이 훨씬 빠른 길이었습니다. 아직 고증 자료는 부족하지만 가능성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습니다. 키워드는 허황후, 남방불교, 해양루트, 해양실크로드라고 생각합니다.”

장재진 교수는 “아직까지 근거가 약하지만 자꾸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하면 단초(端初)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최근 해양루트에 대한 문헌이 인도에서 발견돼 관련 논문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지금은 원형을 탐색하는 과정입니다. 결국 역사의 모든 일은 부딪히면서 발전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10년 뒤에라도 무언가 나오면 의미 있는 일 아닌가요. 우리가 다 못하면 다음 세대가 이어서 하면 된다고 봅니다.”

장재진 교수는 후학들에게 “문화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전이나 문헌 등 기본 텍스트에 충실하면서 ‘문화의 눈’으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연구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원효스님이나 일연스님은 그 시대에 문화로 승부를 건 분들입니다. 수행의 단계도 수승했지만, 그 결과를 대중이 이해하기 쉽도록 문화콘텐츠화 했고, 스토리텔링 했던 것입니다. 이제 인문학자도 문화에 관심을 갖고 동시에 경제, 과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장재진 교수는…
동국대 대학원에서 인도철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한국해양대에서 국제지역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명대 학생처장, 동명대 인도문화연구소장, 글로벌문화콘텐츠학부 교수를 맡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불교학회 이사,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전문위원, 부산광역시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법명은 선암(禪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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