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종단협의회 제11차 중국불교수행체험 현장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수행체험단의 하루 일과는 천녕선사에서의 새벽예불과 함께 시작됐다.

언어도 문화도 다르지만 한국과 중국의 불제자들이 부처님의 ‘일불제자’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11월24일 중국 장쑤성 창저우시 천녕선사에서 열린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제11차 중국불교수행체험을 통해서다. 한중불교교류 21주년을 맞은 올해, 한중 불교도들은 양국의 실질적 교류방안에 대해 폭넓은 논의의 시간을 가져 의미를 더했다.

11월24일 오전5시30분 목탁 소리가 이곳 천녕선사의 아침을 깨웠다. 아직은 모두가 잠든 새벽시간 이었지만, 부처님을 향한 양국 스님들의 눈빛은 새벽별 보다 빛났다. 약 한 시간 동안 중국 스님들과 함께한 예불은 장엄함 그 자체였다. 법당 천장에 닿을 듯 한 거대한 부처님 앞에서 청법게를 외우고 능엄주 주력, 아미타불 염송, 축원 등을 하며 세계평화와 정법이 영원하기를 기원했다.

오전9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중국불교수행체험 행사의 본격적인 막이 올렸다.

중국불교협회 부비서장 푸정(普正)스님은 이날 개막식을 통해 한국에서 온 벗, 한국 스님들을 열렬히 반겼다. 푸정스님은 “단장 스님을 비롯한 한국의 스님들은 제게 막역한 친구나 다름없다”며 “동남 제일총림 천녕사에서 수행을 함께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인연인데, 직접 사찰에 머무르며 수행 체험을 한다는 것 자체가 형식적인 포럼이나 학술회의 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에 이번 순례 단장이자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사무총장 지민스님은 “한국과 중국 불교를 보다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이번 교류는 1995년부터 지속해 왔다”며 “(양국) 사찰에서 진행하는 수행교류가 지속돼 양국 불교발전에 도움이 되길 기원한다”고 기원했다.

중국스님들이 대형목탁을 치며 기도하는 모습.

이날 수행체험이 이뤄진 천녕선사는 당조 영휘년(650년)에 건립된 천년 고찰이다. 중국 불교계 뿐 만 아니라 중국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관리 지원하는 사찰 중 하나이다. ‘동남제일총림’으로도 불린다. 창건 후 1300여 년 이란 세월 동안 수많은 난을 겪던 중 ‘태평천국의 난’ 때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했지만, 이후 청나라 때 40여 년에 걸쳐 복원이 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고 한다.

그 규모나 건축 면에서도 단연 으뜸을 자랑한다. 지금도 100여 명의 스님들이 불도를 닦고 있으며, 연일 찾아드는 신도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한국의 스님들도 이러한 유서 깊은 도량에서 부처님의 법향에 흠뻑 빠져 환희심을 만끽했다.

한중불교 대표단이 기념품을 주고받고 있다.

한국 대표단 스님들은 특히 이날 중국불교협회 측에서 마련한 강연을 통해 중국불교의 ‘질적 성장’을 몸소 체험했다. 문화혁명 때 폐허가 되다시피 한 중국불교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 인 듯하다. 호북 황매 오조사 방장 정츠(正慈)스님은 ‘중국 선문화’ 강의에서 불교가 현지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중국 불교의 발전을 확신했다.

이날 ‘중국에서 선의 기능이 신도들에게 어떻게 적용되고 있느냐’는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도성스님 질문에 “근대 유명한 고승인 정혜스님의 생활선은 젊은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선 사찰에서는) 참선 정진 7일이나 초급자를 위한 ‘초발심 선 수행 캠프’를 운영하며 생활 속에서 수행이 이뤄지도록 돕고 있다”며 “건강하고 긍정적이고 따뜻한 에너지가 바로 선(禪)이고, 이는 현대사회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정혜스님은 ‘혜능스님이 동산에 와 바른 법안을 열지 않았으면 단지 나무꾼에 불과했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선지식 만난다는 것은 이렇듯 중요하다”며 현 시대에서 양국 스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설파했다.

천녕선사에서의 기념촬영.

이 자리에서는 불교의 세속화와 신도 수 감소에 따른 교단 위축이 양국 불교계 모두의 고민거리라는 점도 확인됐다.

중국불교협회 이사 신핑(心平)스님은 같은 날 이뤄진 계율 강의를 통해 “계율은 곧 굳은 신심으로 승단 지키는 힘을 가질 수 있는 근거가 된다”며 “이를 근거로 매월 두 번 포살과 자자의 형식으로 자기 행위를 반성하고 책임지는 시간을 갖고,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하는 전통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교의 생존 공간을 굳건히 확보할 수 있으려면 계율을 지켜야하고, 이는 곧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이라며 “사찰을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는 공간으로 여기고 우리 사회 좋지 않는 모습 보이면 불자들로 하여금 신심을 떨어트리게 되고 (외부의) 공격의 빌미로 작용하게 된다”고 역설했다.  

 

강의를 듣는 스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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