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보궁 내 아기부처님 모습.

1976년 마오쩌둥(毛澤東) 사망으로 문화대혁명의 광풍이 꺼진지 40여 년이 흐른 현재, 개방화와 세계화의 물결이 넘쳐나고 있는 지금 중국에서는 불교가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후원을 등에 업고 찬란했던 과거 영광을 되찾기 위해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사단법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제11차 중국불교수행체험 한국불교대표단이 휴일인 지난 11월25일 방문한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의 영산범궁(靈山梵宮)은 국내 신자와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높이 88m의 영산대불을 비롯해 현 시대 중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내부를 조성한 영산범궁은 근래 만들어졌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성지로 그 이름이 높았다. 젊은 연인과 가족 등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향을 올리고 부처님께 기도를 올리고 있다.

영산대불은 전 중국불교협회장 고 조박초 박사의 기획으로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세워졌다. 이른 아침 안개 속에 가려져 산 중턱에 우뚝 솟아있는 부처님의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곳은 당송(唐宋)시기 유명한 고찰인 상부사의 옛터라고 한다. 중국 정부는 이 사찰을 복원하는 동시에 대불을 세우고, 그 아래 연면적 7만여㎡에 달하는 영산범궁을 조성했다. 사찰 입장객만 해마다 약 330만 명의 신도들이 찾는다고 한다. 2015년 제4차 세계불교포럼이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한국불교대표단 스님들도 이날 이곳 전체를 둘러보고 중국 근대 불교의 엄청난 크기와 힘을 확인했다.

영산보궁 내부의 화려한 LED 조명.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부처님 발이 나왔다. 발가락이 성인 어깨 높이까지 올라왔다. 관광객들도 부처님을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다. 그 아래로는 도량 전체가 한 눈에 보이는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발걸음을 범궁으로 돌렸다. 안에 들어서면 빼어난 불교건축미에 한 번 놀라고, 높은 천장에 LED 조명으로 빛을 낸 공연장 앞에서 또 한 번 놀란다. 이곳에서 270도 파노라마뷰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부처님의 생애를 뮤지컬 공연으로 해석한 공연을 관람했다.

도량 바깥에서 펼쳐진 아기 부처님 관욕은 이날 순례의 대미를 장식했다. 분수대 꼭대기에서 연꽃 봉오리가 천천히 열리더니 그 속에서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다른 한 손으로 땅을 가리키는 아기 부처님이 나왔다. 이어 10여m 높이로 물을 뿜어내며 부처님을 목욕시켰다.

같은 날 오후 창저우 천녕선사로 돌아온 한국불교대표단은 중국 스님들과 함께 실제 좌선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선당에서 유나 츠찬(智贊)스님으로부터 기본적인 규율과 진행순서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본격적인 참선에 들었다.

“출가자들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생사에서 벗어나는 것이죠. 용맹정진 기간에 스님들은 (선방에서) 죽거나 병들어 나가기 전까지 끝까지 정진을 하겠다는 맹세를 합니다. 각자 화두가 있겠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는 ‘염불하는 나는 누구인가’ ‘부모가 나를 낳기 전에 나는 누구인가’를 화두로 참구하고 사유하는 시간을 갖고, 눈은 코를, 코는 입을, 입은 마음을 관하며 참선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스님들이 참선을 시연하고 있다.

선방 중앙에 부처님을 모셔놓고 사방벽을 따라 선상(禪床)이 펼쳐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바닥에 좌복을 깔고 참선을 하는 한국 사찰과 달리, 그 선상 위 좌복에서 참선을 하도록 돼 있었다. 스님들은 잠시 바깥으로 향해있던 마음을 안으로 모았다.

참선 체험이 끝나고 나니 어느새 주변이 어두워졌다. 한국과 중국 스님들 모두 생사해탈 일대사를 해결하겠다는 마음을 나누고, 양국 우정의 깊이를 새삼 실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종단협은 중국불교협회와 1998년부터 상호발전과 불교수행 및 불교문화체험을 위한 수행체험 행사를 실시해왔다. 이번 행사는 종단협 사무총장 지민스님을 단장으로 조계종과 천태종, 진각종, 태고종, 보문종 등에서 30여 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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