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불교좌담회 진행…열띤 분위기 속에서 질의응답

사단법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와 중국불교협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제11차 중국불교수행체험 4일째인 지난 11월26일. 한중 양국 스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좌담회를 통해 질의응답을 갖고 서로의 전통과 문화를 알아가는 소통과 화합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천녕선사 옥불전에서 오후7시 반에 시작된 좌담회는 두 시간을 훌쩍 넘긴 10시께가 돼서야 끝났다. 승가 교육, 포교,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 지 등 다양한 분야의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본격적인 좌담회에 앞서 강소성불교협회장 신징(心澄)스님으로부터 중국불교의 전반적인 현황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신징스님은 “중국 불교가 인도에서 전래된 이후 크게 8개 종파가 형성됐고, 현재 각자의 수행법대로 정진하고 있다”며 “선종 사찰에서는 발우공양을 하며, 짠맛은 짠맛대로, 싱거우면 싱거운 맛 속에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생활 수행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징스님은 “점수든 돈수든 우리의 목적은 견성성불”이라며 “한중 두 나라 출가인들이 일불제자이자 법형제로써 수행 성불의 길, 중생 제도의 길에서 원만 성취할 수 있도록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곧바로 좌담회가 이뤄졌다.

자살과 이혼, 폭력, 알콜 도박중독 등 사회 병리적 현상에 대해 중국 선(禪)불교는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강소성불교협회부회장 다추(大初)스님은 “이러한 현상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는 모두 마음에서 오는 병으로 이뤄진 현상으로 본다”면서 “사찰에 ‘심리실’ 등 별도 공간이 있고, 신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사찰에 와 마음의 응어리 푸는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참선을 통해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이 도움을 받게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대중생활 속에서 불교가 살아나야 하는데, 재가불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수행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승가 교육에 주력하고 있지만, 일반 신도들 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추스님은 “현재 강소성의 많은 사찰에서 매주 신도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실생활에서 실천에 옮기도록 지도하고 있다”며 “불교를 접하지 못한 일반인들에게 부처님 자비정신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 더욱 노력하는 한편, 열악한 소외계층의 생활이 개선될 수 있도록 자선사업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불교에서 비구니 스님들의 역할과 위상을 묻는 질문도 있었다. 이에 강소성불교협회비서장 리하이(理海)스님은 “현재 강소성에 6개의 강원이 있고, 남경과 무석, 소주에 비구니 강원 3개가 있다”며 “이곳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비구 스님들의 불학원과 내용이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가 이부중과 재가 이부중 등 사부대중은 불교를 형성하는 중요한 구성요소”라며 “(중국에서 비구니 스님들도) 불법 홍포와 사찰 관리, 인재 양성 교육 등에 있어 동등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부 지원에 힘입어 중국 근대 불교가 외형적인 발전을 이뤄내고 있지만, 사회주의 국가 체제에서 종교 활동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을 실감케 하는 내용도 있었다.

탈종교 시대, 중국불교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느냐는 한국 스님 질문에 천녕선사 방장 쿼천(廓塵)스님은 “중국에서 모든 종교는 종교장소 외에선 그 어떤 활동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정부의 국가적인 요구가 있다”며 “일반인들도 사찰을 종교적인 장소로만 보는 게 아니라 문화와 민족의 숨결이 어린 곳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도들도 사찰을 종교적 의미에 한정해 보지 않는다. (무종교 시대가 온다 하더라도) 한국과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한국대표단은 난징의 불교 성지인 우수산 불정사와 불정궁을 방문해 부처님 사리를 친견하고, 현대화된 불교문화시설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제11차 중국불교수행체험 폐막

…“형제애 다지는 수행체험 지속되길”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의 제11차 중국불교수행체험은 다음날인 11월27일 1300여 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천녕선사에서 폐막식을 갖고 공식적인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날 한중 양국 불교지도자들은 양국 불교발전을 위해 더욱 정진할 것을 다짐했다.

강소성불교협회회장 신징스님은 “현재 강소성에는 1100여 곳의 사찰이 있고, 정부 규정에 따라 정식 수계를 받은 스님이 3000여명이 있다”며 “이에 걸맞게 한국불교와도 폭넓은 교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좌담회에서 염불, 참선, 주력, 등 불교 수행법을 현대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와 대사회적 역할, 비구니 스님들의 위상 등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며 “불교가 국가와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종교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불교대표단장 지민스님은 “양국의 수행체험 행사는 불교발전과 양국 우호증진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며 “중국은 한국을 배려하고, 한국은 중국을 배려해 형재애를 다질 수 있는 체험이 후학들에게도 지속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불교대표단은 황산과 항주 일대를 순례하고 오는 11월30일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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