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경 경주 동국대 교수 고찰 ‘불교평론’ 여름호 주목

사유지 50년간 국립공원 편입
조계종 재산권행사 제한하고
대책 보상 없는 정부가 문제

전통사찰보존지의 경제적 가치평가 결과를 보면 신흥사가 갖는 이용가치와 보존가치는 설악산국립공원의 총가치의 50%에 육박한다.

우리 정부가 문화재구역입장료를 ‘뜨거운 감자’ 취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재보호법’에서 규정한 문화재구역입장료를 징수하면서 사찰은 왜 국민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일까. 이영경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가 <불교평론> 여름호 논단에서 ‘국립공원 정책과 전통사찰의 가치’에서 문화재구역입장료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눈길을 끈다.

전통사찰과 궁권, 서원의 차이점은 연속성이다. 궁궐과 서원은 본래기능이 사라지고 건축물만 남아 있지만, 사찰은 불교가 전래된 지 1700여 년 동안 한결같이 신행활동이 지속돼 왔다. 전통사찰이 역사 문화적 가치가 높은 이유다. 실제 국보 53%, 보물 57%가 불교문화재이며, 전통사찰은 국립공원과 같은 보호지역에 포함돼 있어 국민 건강과 복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오대산 월정사를 예로 들어보자. 오대산 국립공원 면적은 326.348㎢인데 그 중 월정사 보존지는 17.78%에 달한다. 2015년 진행한 ‘국립공원 내 공원문화유산지구의 공익적 가치평가 연구’에 따르면 국립공원 탐방객 581명중 95.8%가 월정사 보존지만 방문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통사찰보존지에 대한 경제적 가치평가를 매겨보면 아주 흥미롭다. 2011년 ‘한국의 전통사찰, 전통사찰의 공익적 가치평가 및 관리’ 연구를 통해 발표된 전통사찰보존지의 경제적 가치평가 결과를 보면 국립공원의 핵심이 어딨는지 알 수 있다. 

설악산국립공원의 총가를 3만1890원이라고 하면, 신흥사가 갖는 이용가치와 보존가치는 전체의 49.6%를 차지하는 1만5821원이다. 해인사보존지도 가야산국립공원 가치의 79.7%, 내장사보존지도 내장산국립공원가치의 79.4%를 차지한다. 경제적 가치를 따져보면 국립공원의 핵심이 전통사찰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전통사찰의 문화재구역입장료 징수를 두고 갈등이 생기는 걸까. 이영경 교수는 크게 두 가지로 이유를 정리했다. 하나는 문화재를 면단위로 인식하지 못하는 점이다. 국보나 보물 한 점만 생각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 사찰 진입로를 따라 흐르는 계곡과 사찰림, 천년 이상 계승된 종교적 이야기와 상징성 자체를 문화유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 교수는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문화유산과 유산이 위치하는 부지를 함께 관리하는 것”이라며 “문화유산에 대한 공간적 지속가능성을 위해 문화유산이 위치한 부지, 부지가 위치한 마을과 도시전체까지 문화유산과의 경관적, 상징적 관련성을 보존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는 국립공원에 편입된 사유지인 전통사찰보존지에 대한 환경부의 방치 때문이다. 전체 국립공원 면적 중 사찰보존지가 7.04%를 차지한다. 국립공원 안에 사찰보존지가 포함되면서 조계종은 재산권 행사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조계종단이나 사찰은 국립공원에 편입된 전통사찰보존지에 대해서 종교기능을 제한하면서까지 국립공원으로서 이용에 동의한 바도 없고, 그런 이용을 위해 사찰보존지를 임대한 바도 없으며, 이용에 따른 보상을 받은 바도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사찰보존지를 잘 보존하고 관리해온 소유자인 사찰에 대한 사회적 예우는 없다. 탐방객들은 사유지를 즐기고 있고, 정부는 이런 사유지에 대해 형평성 있는 대책이나 보상 없이 50년간 국립공원이라는 명목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교수는 “사찰보존지 방문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사찰보존지의 유산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하는 반명 종교 가치를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고 있다”며 “이는 곧 국립공원 내 전통사찰 보존지의 종교가치가 훼손위험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찰을 규제대상으로만 보는 수직적인 국립공원 관리정책은 바뀌어야 한다”며 “전통사찰보존지 전체를 공원문화유산지구로 지정하고, 그에 맞는 관리계획을 조계종단과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교신문3401호/2018년6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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