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구역 입장료, 이것이 팩트다 ① 합법 징수, 왜 논란인가

구례 천은사는 지난 4월29일 입장료 폐지와 관련 8개 관계기관 협약 체결 후 '공원문화유산지구 매표소'를 폐쇄하고 지방도 861호선(천은사 구간)을 무료 개방했다. 사진=환경부.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사찰은 통행세를 받는 산적과 다를 바 없다’ ‘국립공원 입구에서 부당하게 징수하고 있는 관람료를 폐지해 달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이다. 지난 2017년 10월부터 현재(5월)까지 국립공원 내 사찰이 받고 있는 문화재 관람료, 이른바 문화재구역 입장료에 대한 성토 글은 70여 건에 달한다. 

대부분 등산을 하려다 관람료를 지불해야 산행을 할 수 있다는 얘기에 분통을 터트리는 내용이 지배적이다. 국민 문화유산인 사찰 문화재를 왜 돈을 주고 봐야하는지 모르겠다는 입장부터 입장료를 받는 것은 이해하지만 보다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매표소를 이전해달라는 요구까지, 문화재구역 입장료에 대한 원망섞인 시선은 사찰을 향해 있다.  

국립공원 내 문화재구역 입장료 징수로 인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7년 정부가 종단과 상의 없이 국립공원 입장료를 일방적으로 폐지하면서 12년째 되풀이 돼온 문제다. 정부는 종단과 합동으로 징수해오던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구역 입장료 가운데 국립공원 입장료만 일방적으로 폐지했다. 

문화재구역 입장료 징수에 대한 반감이 시작된 계기다. 온갖 규제에도 공공의 문화 향유를 위해 사유지를 제공해왔던 사찰에 대한 여론은 해가 갈수록 악화돼 왔다. 벌써 수년째 해묵은 논쟁을 관통하고 있는 키워드는 하나다.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어떻게 생겨난 걸까?

‘문화재 관람료’는 말 그대로 문화재를 보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요금이다. 국가는 ‘인위적,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가·민족적 세계적 유산으로 역사적, 예술적, 경관적 가치가 큰 것’을 문화재로 규정하고 있다. 지정문화재 등에 대해서는 관리단체를 지정해 보존 및 관리 비용을 지원하고 현상 변경과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히 규제한다. 천혜의 자연과 함께 수천년 살아 숨 쉬는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사찰도 이에 해당된다. 

‘문화재 관람료’는 <문화재 보호법>이 처음 제정되던 1962년 처음 도입됐다. 당시 정부는 국민이 문화유산을 향유할 수 있도록 <문화재 보호법>을 제정하면서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법으로 명시했다. 

문화재 보유 사찰의 보존과 관리 등에 드는 총체적 비용을 국가가 전부 책임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통사찰을 보존하고 관리하는데 충당하지 못하는 비용을 관람료 명목으로 사찰이 국민에게 직접 받도록 한 셈이다. 이 같은 한계 속에서 출발한 것이 지금의 문화재구역 입장료다. 

#왜 받을까?

<문화재 보호법>에 따라 1962년부터 해인사를 시작으로 문화재 보유 사찰이 직접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화재구역 입장료는 문화재청에서 문화재 보수비 명목으로 지원하는 문화재 보수비와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문화재 보수가 필요한 때 법률에 의해 보조금을 지원받는 성격의 문화재 보수비와 달리 문화재구역 입장료는 사찰의 보수는 물론이고 이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등 인적 물적 총체적 비용을 충당하는 데 쓰였기 때문이다. 문화재구역 입장료는 민족문화 유산이자 자연생태계를 수천년 동안 지켜온 전통사찰이 경내지를 비롯한 수행 환경을 침해받으면서까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반에 사유지를 공개하는 데 드는 최소한의 비용인 셈이었다.

#징수 근거 충분해

사찰이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징수할 근거는 충분하다. 사찰은 국보나 보물, 명승지를 보유하고 관리하는 등 문화재의 실소유자이자 관리주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문화재 보호법> 제49조는 ‘국가지정문화재의 소유자는 그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 관람자로부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 다만, 관리단체가 지정된 경우에는 관리단체가 징수권자가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화재구역 입장료는 이에 따른 합법적 징수다.

우리나라 국보 53%, 보물 57%가 불교 문화재다. 국립공원에 편입된 전통사찰보존지는 국립공원 전체 면적 중 7.2%로 3억㎡(약 9000만평)에 이른다. 국립공원이라는 용어 때문에 국민 다수가 국립공원 내 사찰 소유지를 국가 소유로 오해하고 있지만 이는 엄연히 사유지에 해당한다. 이들은 국립공원으로 편입되면서 마음대로 개발하거나 팔 수 없는 땅이 됐다. 국립공원에 편입된 사찰들이 하나같이 재산권 행사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징수 하고 있는 사찰에 대한 반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까닭은?

문화재구역 입장료가 논란의 중심에 선 건 2007년 정부가 국립공원 입장료를 일방적으로 폐지하면서다. 정부는 실소유자이면서 관리주체인 사찰과 논의 없이 국립공원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명목 아래 국립공원 입장료를 전면 폐지했다. 

정부는 앞서 1967년 국립공원 제도를 처음 도입, 입장료 제도를 시행하면서 공원관리비용의 부족한 재원 확보를 목적으로 사찰과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합동 징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국립공원 안에 있는 사찰 중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징수하는 곳이 있으면 국립공원을 입장 할 때 함께 입장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유사 요금의 이중 징수에 따른 탐방객 불편을 없애자는 것이 애초의 취지였다. 

이에 따라 속리산 법주사를 시작으로 1987년 국립공원 입장료와 국립공원 내 사찰 문화재구역 입장료가 전면 합동 징수되기 시작했다. 매표소도 하나, 입장권도 하나로 통일 됐다. 그러나 국립공원 입장료가 일방적으로 폐지되면서 정부 요청으로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받기 위해 매표소를 마련하고 관리해왔던 사찰은 고스란히 그 짐을 떠안게 됐다. 

갈등은 되풀이 되고 있다. 국립공원 탐방객들은 “입장료는 폐지됐는데 사찰이 왜 돈을 받냐”며 꾸준히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관람료는 해당 문화재 소유자, 보유자, 또는 관리단체가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법에 근거한 징수임에도 불만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되풀이 되는 갈등

현재 우리나라 전통사찰은 총 967곳으로 이 가운데 종단 소속 사찰은 총 782곳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는 사찰은 500여 곳 이상으로 추정, 그 중 문화재 보유 사찰 약14%(70곳)만이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징수하고 있다. 

국립공원 내 문화재 보유 사찰로 문화재 구역 입장료를 받는 곳은 모두 24곳. 이들은 문화재를 유지 및 보수하는 비용 외에도 이를 보전하고 관리하기 위한 스님들 교육과 수행 지원을 비롯해 국립공원 주변 탐방로를 정비하는 데 입장료를 사용하고 있다.

수천년 동안 보존해온 사유지를 내준 사찰이 문화재구역 입장료 때문에 손가락질 받을 이유는 없다. 종단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문화재구역 입장료에 대한 합동 징수를 폐지하고 실소유자이자 관리주체인 종단 동의 없이 사찰 사유지를 무단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규제하고 있는 것에 대해 속도 있는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좀처럼 풀리지 않는 문화재구역 입장료 문제에 대해 입장료를 받지 않는 대신 국가나 지자체가 사찰의 전통문화보존을 위해 보다 많은 지원을 하는 방안을 언급한 바 있다. 한 발 나아가는 것 없이 해마다 되풀이 돼 온 문화재구역 입장료 논쟁, 이제 끝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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