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포교 현황과 과제는

장애인들에게 불교는 여전히 접하기 어려운 종교다. 몇몇 스님들과 장애인 불자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모임들을 중심으로 장애인 포교가 이뤄지고 있지만 사찰의 지리적 조건이나 관심 부족 등은 장애인 포교를 어렵게 하고 있다. 사진은 수화로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 원심회가 주최한 수화찬불가 교육 참가자들의 모습.

산중에 위치한 지리적 조건
장애인 포교 어렵게하는 요인
이동 약자위한 편의시설 설치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 필요

도심 사찰이나 포교당의 경우
편의시설 잘 갖춰져 있고
입식 법당들도 늘어나는 추세
장애인들도 쉽게 접근 가능

‘몸이 썩어 부서질지라도 다시 잠을 자지 않겠다’고 원을 세운 뒤 수마(睡魔)와 싸워가며 쉼 없이 정진했다. 부처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완전히 시력을 잃고 말았다. 육신의 눈을 잃은 대신 지혜의 눈을 뜨게 됐다. 부처님 10대 제자 중 아나율 존자 이야기다. 아나율 존자는 시각장애를 앓고 있었지만 쉼 없는 정진으로 ‘천안제일(天眼第一)’의 불제자로서 존경을 받았다. 이는 부처님 당시 장애를 차별하지 않았으며 장애가 수행에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장애인들을 향한 사회적 편견과 냉대는 여전하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등록된 장애인 수는 251만1000명으로, 전체 인구 수 약 5%에 달한다. 장애인들 역시 우리사회를 살아가는 한 구성원이지만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쉽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장애인들에 대한 그릇된 시선과 질병, 경제적 빈곤, 취업난 등의 불합리한 사회적 인식이 심신의 장애로 인한 고통보다 더 큰 아픔을 주고 있다.

과거에 비해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고 장애인들이 사회적으로 겪는 고통 해소를 위해 여러 가지 정부정책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게 현실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정신적 차별은 물론 물리적 차별이 적지 않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논란을 비롯해 장애인 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라도 있으면 해당 지역 주민들은 현수막을 걸어놓고 집회나 시위를 통해 실력행사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불교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장애인들에게 불교는 여전히 접하기 어려운 종교다. 불교에 대해 알고 싶어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고, 사찰에 가보고 싶어도 주변의 도움 없이는 쉽게 접근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부 스님이나 불자들이 던지는 “장애는 전생의 업보”라는 식의 배려가 부족한 말도 장애인들의 사찰 접근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동안 장애인 포교는 원력을 세운 몇몇 스님들과 장애인 불자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모임들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사회복지법인 연화원과 사회복지법인 승가원 등을 비롯해 장애인 불자들의 신행모임인 보리수아래, 수화로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 원심회, 서울 강북장애인복지관 불자 모임인 바라밀회, 영주시장애인복지관 불자 모임인 금강회, 한국시각장애인불자회, 혜광맹인불자회, 대광맹인불자회 등이 있다. 이들 단체들은 장애인 불자들의 신행 도우미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법회는 물론 템플스테이나 문화공연 등을 통해 장애인 불자들이 부처님 가르침을 접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보리수아래의 경우 장애인에 대한 편견 해소를 위해 장애 유형별로 불자들과 일반인들이 알아야 할 주요 에티켓을 정리해 자료집으로 발간하는 등 인식 개선을 위해서도 앞장서고 있다. 종단 차원에서 장애인 포교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나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 5월, 조계종 장애인전법단을 창립하면서부터다. 

시대 변화에 맞춰 포교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겠다는 의지로 출발한 장애인전법단은 장애인 포교 원력을 갖고 활동하고 있는 스님들이 주축이 되어 기대를 모았다. 출범 이후 지난 2013년에는 종단 역사상 첫 장애인 해외성지순례를 실시하기도 했으며,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수화 동영상 제작과 점자로 된 <보현행원품>을 발간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장애인 불자들의 신행모인 보리수아래 회원의 판소리 공연.
서울 봉은사가 장애인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설치한 안내 팻말과 도움 벨.

하지만 장애인전법단의 포교 원력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리적 조건은 장애인 포교 활성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국 주요 사찰의 경우 일주문부터 장애인들의 접근이 쉽지 않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사찰에서는 이동 약자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통영 미래사의 경우 대리석으로 접근로를 만들어 장애인들의 이동 편의를 돕고 있으며, 직지사나 동화사 역시 장애인을 위한 보행로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서울 조계사도 대웅전에 접근할 수 있도록 경사로를 설치했으며, 서울 봉은사는 편의시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장애인 등 이동약자들을 위해 장애인을 위한 전용 팻말과 도움 벨을 설치해 입구부터 사찰 곳곳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서울 화계사도 휠체어를 타고 법당에 진입할 수 있도록 경사판을 제작했으며, 사찰 화장실을 정비해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계단 양쪽 옆으로 핸드레일을 설치해 장애인들의 이동을 돕고 있다.

이처럼 장애인들의 이동 편의를 위한 시설을 설치해 장애인들의 접근을 돕는 사찰이 점점 늘고 있지만 여전히 편의시설은 부족하다. 사찰 불사나 보수를 실시할 때 장애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노력도 미흡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조석영 강북장애인복지관장은 “장애인은 물론이고 노인 등 이동 약자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 시범 사찰을 정해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전국으로 보급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또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안내판이나 도움 벨 등은 사찰에서 이동약자를 위해 노력하는구나 하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넘어 앞으로 장애인을 배려하는 환경 개선으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편의시설 설치 못지않게 장애인들이 불자로서 정체성을 갖출 수 있도록 법회를 지원하는 일 역시 중요한 과제다. 사찰 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등과 같은 장기적 과제 못지않게 장애인들이 자주 사찰을 찾아 법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산중에 위치한 전통사찰은 제외하더라도 도심에 위치한 사찰이나 포교당, 장애인들의 접근이 쉬운 평지형 사찰의 경우 얼마든지 장애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전통사찰에 비해 이들 사찰의 경우 상대적으로 장애인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고, 법당 내 의자를 배치해 법회를 봉행하는 입식 법당들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관심만 있다면 장애인들을 수용하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다. 문제는 장애인들을 대하는 사찰의 의지와 신도들의 인식이다.

조계종 장애인전법단장 도륜스님은 “장애인 불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함께 모여 법회를 진행할 수 있는 공간과 법회를 지원해 줄 지도법사 스님들이다. 산중 사찰이 아닌 도심 사찰이나 포교당의 경우 장애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법회를 지원하는 사찰이 많아져야 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불자들이나 일반인들도 장애인들을 바라볼 때 편견이 아니라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몸이 불편할 뿐 똑같은 감정과 마음을 가진 인간이라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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