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우 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지난 11일 수원 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만난 신승우 소장. 그는 장애인의 인권과 사회참여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수원에서 활동하는 신승우 소장을 만나기 위해 약속을 세 번 바꿔야 했다. 지방출장을 다녀와 몸이 좋지 않아서 신 소장은 센터에 나올 수 없었다. 다음날은 눈이 내렸다. 그런 날이면 장애인택시 이용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결국 지난 11일에야 그가 활동하는 단체 사무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새벽빛장애인야학 대표, 새벽빛 장애인문화예술연대 대표, 장애시인문인으로 구성된 가온누리 새벽빛 동인, 장애인 전문상담사, 그리고 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수원지부장. 신승우 소장의 직함이다. 그는 단체명에 ‘새벽빛’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장애인의 삶은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이에요. 아침이 오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새벽이란 단어를 쓰고 있어요.”

신 소장은 후천적 장애인이다. 1997년 12월, 군대를 전역한 기쁨에 들떠 친구들과 나들이를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무의식 상태로 100일.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불교학생회를 다녔어요. 부모님은 종교가 없었는데, 제가 누워있는 동안 매일 새벽 수원포교당에서 기도를 올렸대요. 저를 살려달라고. 그리고 100일만에 의식이 깨어났어요.”

하지만 신승우 소장은 모든 것을 잃었다는 절망에 빠졌다. 몸은 겨우 움직일 정도인데다 시력마저 좋지 않았다. 혼자서는 문 밖을 나서는 일도 두려웠다. 1년 넘게 병원에 살면서 어느정도 걸게 됐을 때 사물이 2개로 보였다. 병원에서는 “2년 내에 시력을 완전히 잃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 말을 들은 신 소장은 더 이상 방에만 머물러선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에게 부탁해 카메라를 한 대 구했다. 더 세상을 볼 수 없기 전에 세상을 렌즈에 담고 싶었단다.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희망을 봤어요. 대부분의 장애인은 사회에서 존재가치가 없어요. 자존감이 당연히 떨어져 있죠. 그런데 사진을 찍고 전시회를 열면서 사진작가 아무개라는 타이틀을 달면서 ‘존재 의미’를 스스로 깨닫더라고요. 한 청각장애인이 사진전시회에 부모님과 아내, 자식들을 모두 데리고 와서 제 손을 잡고 고마워하는데, 저 또한 행복했습니다.”

신승우 소장(사진 맨 오른쪽)이 활동하는 센터에는 10여명의 동료들이 ‘장애인의 사회활동 지원’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신승우 소장은 고등학교 때 문학에도 관심이 많았다. 이를 살려 시에 관심있는 장애인들에게는 시 창작을 강의하고, 연극에 관심있는 친구들을 위해 극단을 창단했다. 공부를 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야학도 설립했다. 이를통해 장애인 김 아무개를 시인 김 아무개, 연극배우 박 아무개, 무용수 이 아무개로 바꿔냈다. 여러 지인들에게 부탁을 해 전시회도, 연극공연의 기회도 만들었다. 사진전만 올해로 9번째 열었단다. 지난해에는 노래패도 결성했다. “헛깨비같은 존재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었다.

“너의 미소에 반했다 말하는 사람들에게, 발을 보여주렴./ 길에서 흘린 그 땀과 주름 생채기를/ 네 눈빛에 입 맞추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발을 보여주렴/ 지나왔던 이야기와 연결된 골목들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드러난 것들만 진실이라고 배워온 눈에게/ 뿌리는 생경한 저편의 이야기…”(신승우, 꽃이 말할 수 없는 것 중)

2007년 정식 문단에 데뷔한 신승우 소장은 시를 통해 세상에 말을 전한다. 좋은 것만 보지 말고,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을 봐달라고.

신승우 소장의 일과는 새벽기도로 시작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방 하나를 법당으로 꾸몄다. 석굴암 부처님 사진을 걸어놓고 어머니와 누나와 함께 기도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법회에 가면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 해요. 그래서 잘 안거나, 법회가 없는 날에 절을 가요. 대신 매일 집에서 기도를 해요. ‘정신 바르게 차리고 하루를 살수 있도록 가피를 내려달라’고 기도해요. 아직 시력도 남아 있어서 정말 고맙죠.”

신승우 소장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뛰어다니는 꿈을 꾸고 난 후” 가장 괴롭다고 말한다. 대학 때까지 그에게 장애우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였기에 더욱 그날의 사고는 잊혀지지 않는다. “장애를 겪는다고 체념해선 안된다. 같이 노력하면 사회에서 의미있는 일을 해 낼 수 있다”는 신 소장은 기사에 “후원계좌를 꼭 적어달라”고 몇 번에 걸쳐 당부했다. 100여 만원 남짓 급여를 받으면서 활동하는 동료들에게 늘 미안하다는 그는 “이곳을 통해 세상으로 나오는 장애인들이 적지 않다”며 “장애인을 동정하지 말고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평등’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후원계좌 351-0813-9951-63, 농협 (사)경기장애인자립센터)

몸이 불편한 친구와 같이 길을 걷는 방법은 간단하다. 평소보다 조금 천천히 걸으면 된다. 하지만 보통은 조바심을 낸다. 내 기준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춰주며 함께하는 삶. 그것이 신승우 소장이 매일 기도하는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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