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법인 연화원 수화사랑음악회 개최

연화직업재활원 장애인들이 난타공연하는 모습.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신나는 동요에 맞춰 난타공연이 펼쳐진다. 무대 위에 서 쿵짝쿵짝 북을 두드리는 이들은 연화직업재활원 이용자들이다. ‘코끼리 아저씨’ ‘올챙이와 개구리’ 두 곡에 맞춰 난타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이들은 지난여름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연습을 해왔다. 발달장애인인 이들은 이날 공연을 위해 4개월 이상 연습했다. 한 곡을 익히는데 두 달 이상 반복해야 함에도 연습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한다. 직업재활원에 나오는 월요일만 되면 북을 두드리는 시늉을 하며 언제 하냐는 질문을 빠지지 않고 했다는 후문이다. 이들을 지도한 난타강사 전동희(25)씨는 “각자의 흥과 박자가 따로 있어 하나로 표현하기까지 연습하고 반복했지만 열심히 따라주고 공연까지 잘 마무리해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사회복지법인 연화원(이사장 해성스님)이 지난 1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공연장에서 개최한 ‘2017 수화사랑음악회 및 후원의 밤’의 한 장면이다. 장애인의 문화생활을 돕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져 하나 되기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는 애정과 격려가 넘쳐나는 자리였다. 동국대 명예교수 법산스님, 서울 미타사 정수암 주지 상덕스님과 장애인 불자와 가족들 400여 명이 참석해 시종일관 웃음과 박수를 보내줬다. 이날 행사는 박미애 불자의 수화통역이 동시에 진행돼 청각장애인들의 이해를 도왔다.

인사말 하는 해성스님, 이날 박미애 불자가 수화통역을 맡았다.

장애인들은 문화예술공연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을 배려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나 경제적 문제들로 인해 고립되고, 대중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점차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의 경우 이동부터 난관이고, 휠체어를 타고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 발달장애인 또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오고감이 편하다고 해서 공연관람이 수월한 것은 아니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수화통역이나 자막이 있어야 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는 무대현장을 설명해줄 영상해설사가 필요하다. 제반 환경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공연장에 와서도 장애인은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나 ‘장애인복지법’에는 문화예술활동이나 체육활동, 교육 등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또 소규모 공연장이나 사립박물관에서는 장애인을 위해 출입구부터 위생시설, 안내, 관람석, 음료대 등에 접근하기 위한 시설을 갖춰야 하며 휠체어, 점자안내책자, 보청기 등을 제공해야 한다. 법에서 정한 내용들을 지켜야 하는 건 당연한 의무이자 배려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수화사랑음악회는 공연 내내 배려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연화원은 바깥 활동이 어려워 문화공연을 접하기 어려운 장애인과 가족들을 위해 14년 전부터 연말마다 문화행사를 마련해 왔다. 이날만큼은 장애를 대하는 편견과 차별을 벗어나 모처럼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모두 같은 한 명의 불제자일 뿐 다른 구분은 필요 없다. 청각, 시각장애인과 지체장애인, 지적장애인과 가족, 봉사자와 후원자가 하나가 되는 시간을 갖는다. 행사 처음부터 끝까지 자원봉사자들이 나서 수화통역을 해 그 의미를 더한다. 스님이 법문할 때도, 초대가수가 노래를 부를 때도 봉사자들의 수화통역은 계속됐다. 참가자 누구하나 빠지지 않고 같이 웃고 박수치고 즐기다보면 스트레스가 저절로 풀린다.

해성스님이 강태봉 시각장애인 불자회장에게 점자도서를 전달했다.

어려운 가운데 함께 나누는 훈훈함도 연출된다. 이사장 해성스님은 강태봉 시각장애인 불자회장에게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불교서적 <보통중생 보통부처>를 보시했다. 점자불서는 봉은사 신도회 등 여러 불자들의 후원을 받아 제작된 것이다. 스님은 “시각장애인 점자도서관에 불교서적이 1%도 안되는 실정이라 가슴 아프다”며 “앞으로 계속 불서 점자화, 녹음화를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분들이 법공양에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뿐만 아니라 자비의 쌀도 전달했다. 이날 스님이 후원자들과 함께 준비한 쌀은 3000kg에 달한다. 10kg짜리 쌀 300포는 장애인 300명에게 골고루 돌아갔다. 또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장애인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며 따뜻함을 전했다.

연화원에 대한 격려도 이어졌다. 매월 둘째 주 일요일 연화원에서 법문해주는 법산스님은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부처님 참진리를 체득하며 행복을 찾아가는 연화원의 아름다운 꿈을 키워서 모든 생명이 행복할 수 있는 길로 나가자”며 “연화원이 우주에 활짝 핀 행복의 꽃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상덕스님은 “30여 년 전부터 장애인들과 동거동락하며 그들의 눈과 귀가 되고 입과 손발이 되어준 분이 해성스님”이라며 “새해 무술년에는 ‘장애와 비장애가 함께 어우러지는 연꽃세상’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스님과 장애인부모들도 흥겨운 난타공연을 성보였다.
수화사랑합창단이 공연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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