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잊지 않길…” “눈높이 포교로 불교 변해야”

박만일 포교사단 대구지역단장(사진 왼쪽)과 서병진 신규포교사

박만일 대구지역단장
8기 포교사로 군포교팀 창립
사찰문화해설, 무료급식 봉사

서병진 신규포교사
불교종립학교 능인고 교사 재직
전공 살려 어린이청소년팀 신청

초등학생과 중학생도 세대 차이를 느낀다는 요즘, 포교도 옛날 방식을 고수할 수만은 없다. 30대 신규포교사와 60대 선배포교사를 만나 포교가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에 대한 얘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8월26일 대구불교회관 포교사단 대구지역단 사무실에서 만난 서병진(34, 법명 목경)포교사와 박만일 포교사단 대구지역단장(65, 법명 해행)은 포교사의 역할에 대한 고민들을 서로 공유했다.

8기 포교사이자 5기 전문포교사인 박만일 단장은 올해로 15년 째 대구지역단 군포교팀에서 활동하는 베테랑이다. 그의 불교인연은 조금 특별하다. 100원짜리와 500원짜리가 동전이 아니라 지폐였던 옛날 박 단장은 국민은행에서 근무했다. 지폐를 세는 기계도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아 사람이 직접 돈을 세야 하던 시절 그는 직원과 함께 부처님오신날 은해사로 출장을 갔다. 가마니에 담긴 불전을 밤새도록 세어 다음날 은행에 저금해준 적이 있다고 한다. 그 인연으로 그는 불자가 됐다. 목탁장군으로 유명한 유상종 예비역 육군 소장이 초대회장을 지낸 ‘대불회’에서 신행활동을 하며 신심을 키우다 2003년 포교사 품수를 받았다. 포교사가 된 그 해 5명 포교사와 마음을 모아 군포교 팀을 만들었고, 지금은 5팀으로 확대됐다.

불교종립학교인 능인고등학교 체육교사로 재직 중인 서병진 포교사는 오는 9월9일 포교사 품수를 받는 새내기 포교사다. 신규포교사 460명 중 5명도 채 되지 않는 30대 포교사이기도 하다. 어머니가 갓바위 부처님께 간절히 기도해 낳았다는 얘기를 듣고 자란 그는 부모님을 따라 절에 가는 게 당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본격적으로 불교공부를 한 지는 3년 정도 됐다. 대구 덕원중학교 기간제교사로 근무할 때였다. 계약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니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기도도 하고, 마음도 다스릴 겸 학교 앞 경북불교대학에 입학했다. 불교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왠지 일도 잘 풀렸다. 1년 쯤 공부했을 때 능인고등학교 기간제 교사로 채용됐다. 능인고에서 1년 정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다음해 정규직 교사가 됐다. 그 무렵 불교대학도 졸업했다. 함께 공부한 도반들과 지난해 포교사고시에 응시했어야 하지만, 초임이라 학교 적응하기 바빠 시험을 한 해 연기했다. 올해 도전해 포교사 품수를 받게 된 것이다.

두 포교사는 서로 세대도 다르고, 불교인연도 다르지만, 부처님법을 전하겠다고 발심했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이들은 불자감소라는 화두를 깨트리려면, 어린이청소년 포교에 힘을 쏟는 동시에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종립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서병진 포교사는 적성을 살려 현재 대구포교사단에서 어린이청소년법회를 지원하고 있다. “종립학교에도 한 반에 불자 청소년들이 손에 꼽힌다”는 그는 어린이청소년 불자들을 길러야 한국불교의 미래가 있다며 눈높이 포교를 강조했다. “요새 사찰에 어린이들 보기가 어렵지 않나. 교실에도 불자들이 많지 않은 현실이다. 어린이청소년법회를 하려면 요즘 아이들 문화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그런데 법회현장에 가서 보면 실생활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좌식을 경험하지 않은 아이들은 ‘아빠다리’로 앉아 있는 것 자체를 힘들어 한다. 아이들 입장에서 법회 교재나 프로그램이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박 단장도 서병진 포교사 의견에 공감했다. “절에 가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것도 문제”라며 “교회나 성당가면 놀이방이라고 해서 아이들이 실컷 놀다가는 데 사찰 마당에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면 얼마나 좋겠냐”며 보다 적극적으로 어린이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포교사는 소외계층을 위해 불교계의 노력이 좀 더 확대돼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서병진 포교사는 “기독교나 천주교는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사회 인지도가 높은데, 우리 불교는 상대적으로 미약하다”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자비봉사활동이 많아져, 이웃과 함께 하는 불자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불교에 대한 신뢰나 친근함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단장도 “타종교에 비해 우리 불자들이 이웃과 나누고 봉사하는데 소극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스님과 재가자가 무료급식과 같은 지역봉사를 후원하는 동시에 직접 봉사자로 참여한다면 부처님 가르침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불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박만일 단장은 흥분과 설렘을 안고 포교사의 길로 들어서는 신규포교사들에 대한 당부도 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단장은 “포교사 품수를 받은 뒤 3년마다 자격갱신을 하는데, 그 때가 포교사들에게는 고비”라며 “내 돈 쓰고, 내 시간까지 할애 하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고 생각한 포교사가 부처님 법을 전하면 따를 수 있겠냐. 그래서 처음마음 그대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려면 첫째 몸과 마음이 다 건강해야 한다. 포교사들이 즐겁게 전법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되는 건 포교사단이 도와줘야 할 일이다. 그는 “10년, 20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포교하겠다는 생각으로 부처님법을 전하는 데 즐거움과 자부심을 갖고 활동하자”고 후배 포교사들에게 당부했다.

서병진 포교사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이자, 생후 50일 된 아기의 아빠이면서 포교사로서 활동하자니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할 것이란 부담이 있다”며 “신행심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보다 직장과 가정, 포교사까지 해내는 젊은 불자라는 따뜻한 시선으로 봐달라”고 부탁했다. 또 “젊은 포교사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며 “부족하고 서툴겠지만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서병진 신규포교사에게 지역단 현황을 설명하는 박만일 포교사단 대구지역단장

[불교신문 3326호/ 2017년 9월2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