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애인 사랑, 손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 교과서에 ‘조국(祖國)’이란 시를 비롯해 다수의 작품이 실렸던 백수(白水) 정완영(鄭椀永) 시인의 1주기 추모행사가 김천 직지사에서 엄수됐다.

사단법인 백수문화기념사업회(이사장 정준화)는 지난 8월26일 직지사 설법전에서 1주기 추모행사를 갖고 고인의 뜻을 기렸다. 직지사(주지 웅산스님)와 김천문인협회가 후원했다.

추모행사에는 주지 웅산스님을 비롯한 직지사 스님들과 고인 가족, 민병도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 권태을 전 경북대 상주캠퍼스 대학원장, 권갑하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위원장, 이승은, 하순회, 홍성란, 박기섭 시인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가족과 친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소상(小祥, 1주기)이 거행됐다. 이어 오전 11시부터는 고인의 추도하고 유지 계승을 발원하는 작은음악회가 열렸다. 북춤, 서예 퍼포먼스, 대금 연주, 찬불가 중창, 시 낭송, 팬플릇 연주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고인의 아들인 정준화 백수문화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아버님은 ‘직지사 인경소리’ ‘직지사 그 산 그물’ 등의 시조 작품을 남기고, 천불선원 상량문을 지었다”면서 “이러한 지중한 인연으로 청정도량 직지사는 백수문학제와 백수문학관이 태동한 시문학의 산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준화 이사장은 “이곳 직지사에서 백수 시인의 고향 사랑의 발자취를 기억하고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한 1주기 추모행사를 열게 되었다”면서 “주지 웅산스님 등 직지사 스님들과 동참해준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고 인사했다.

민병도 한국시조시인협회장은 “백수 시인은 생전 3000여 수가 넘는 시조를 남기며 우리나라 현대시조를 완성한 시조문학의 큰 산맥"이라면서 "한국의 자랑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자랑해야 할 문인"이라고 말했다. 

한국현대 시조를 완성한 ‘시조문학의 큰 산맥’으로 평가받는 관응, 녹원 스님과의 인연으로 황학산 직지사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또한 시인은 고향 김천(金泉)의 ‘천(泉)’을 풀어 ‘백수(白水)’를 호로 삼았을 만큼 애향심도 강했다.

고인은 2004년부터 2005년까지 108편의 ‘시작(詩作)노트’를 연재하고 신춘문예 심사위원을 역임하는 등 불교신문과 인연도 깊다. 정완영 시인은 2015년 불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생에 고난을 주는 것은 그것을 극복해서 완성으로 이끌어주라는 가르침이나 다름없다”면서 “절망 뒤에 소망이라고 할까. 다시는 길이 없는 곳에서도 길은 언제나 생겨나는 것이 바로 삶”이라고 말한바 있다.

인터뷰에서 시인은 “불교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주련(柱聯)”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산이 도인을 감춰놓아 청산이 더욱 푸르고, 봉선화 오얏꽃 흐드러지게 피니, 옛 부처 붉은 마음 토해놓네. 관음암 주련 내용이야. 이렇게 아름다운 주련 내용을 아무도 모른다니까. 참으로 안타까워.” 이런 그를 보고 관응스님이 “스님보다 스님을 더 잘 안다”고 했다는 일화가 전해올 만큼 불심(佛心)이 돈독하다.

* 백수 정완영 시인은?

1919년 11월 11일 경북 금릉군 봉산면에서 출생했다. 1947년 동인지 <오동(梧桐)>을 펴냈으며, 1960년 <국제신보> 196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등단했다. 대표시조 ‘조국’은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품이다. 1966년 이호우 시인과 영남시조문학회를 창립했다. 한국문인협회 이사(1976년), 한국시조시인협회장(1992년)을 역임했다.

1994년 직지사 경내에 ‘직지사 운(韻)’ 시비가 세워졌다. 2008년에는 직지사 앞에 백수문학관이 개관했다. 2016년 8월 향년 98세를 일기로 별세했을 당시 한국시조시인협회가 문인장으로 장례를 정중하게 모셨다.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하고 한국문학상, 김천시 문화상, 육당문학상, 만해시문학상, 육사문학상, 유심특별상, 현대불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으로 ‘조국’ ‘분이네 살구나무’ ‘부자상(父子像)’ ‘바다 앞에서’ ‘배밭머리’ ‘봄 오는 소리’ ‘풀잎과 바람’ ‘호박꽃 바라보며’ ‘물수제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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