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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1 (2017).6.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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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달의 특별한 풍속] 오늘도 내일도 행복하기 위해 ‘복짓는 달’

살아서 미리 닦는 ‘생전예수재’

죽음 성찰하고 참회하는 기도

‘구복’이라고 단정 짓기 어려워

삼사순례로 세 분 부처님 만나고

법등 이어온 스님에 가사 공양도

윤달이면 불가에서는 삼사순례와 생전예수재, 가사불사 등을 펼친다. 사진은 지난 3일 팔공총림 동화사 통일대불전에서 열린 ‘생전예수재 2재 및 금강반야산림대법회’ 모습.

올해는 5월이 두 번 있는 해로, 오는 24일 윤5월이 시작된다. 5월이 두 번이라 불교의 오랜 수행전통인 하안거 결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음력 4월15일 결제에 들어 음력 6월15일에 해제를 하는 선원이 있는가 하면, 한 달 늦춰 음력 5월15일부터 음력 7월15일까지 결제를 하는 선원도 있다. 

윤달(閏月)은 달을 중심으로 한 음력과 태양을 중심으로 한 양력의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몇 년에 한 번씩 더해진 한 달을 말한다. 열세 달의 존재는 옛날부터 남달라, 선조들은 윤달을 ‘공달’ ‘덤달’로 부르며 윤달에 맞는 일들을 해왔다. 귀신이 모르는 달이라 길흉이 없다고 여겨 이장을 하거나, 수의를 미리 만들었다. 어떤 일을 해도 부정을 타지 않는다고 생각해 이사나 집수리를 윤달에 하기도 한다. 또 조선시대 사람들은 윤달에는 액(厄)이 끼지 않아 이 때 결혼하면 잘 산다고 믿었다. 

이런 믿음은 불교에도 전해진다. 전국 사찰에서 행해지는 생전예수재(生前預修齋), 삼사순례, 가사불사 등은 윤달에만 경험할 수 있는 한국불교의 독특한 신행문화이기도 하다. 특히 생전예수재는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살아서 미리 닦는다는 의미로, 생전에 자신의 천도재를 지낸다는 뜻이다. 망자가 명부에서 시왕의 심판을 받는 동안 후손들이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49재와 차이가 있다. 예수재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지만, 중국 당나라 때 지장신앙이 성행하면서 천도재나 예수재가 행해졌을 것이란 견해가 일반적이다. 

예수재의 신앙적 근거는 <지장보살본원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장보살본원경> ‘이익존망품’에서는 “살아서 선업을 닦지 못하고 많은 죄를 지어 죽었다면 권속이 그를 위해 복을 지어 줄 때 그 공덕의 7분의 1은 망인에게 돌아가고 7분의 6은 산 사람에게 돌아간다. 그러므로 이 말을 잘 들어 스스로 닦으면 그 공덕의 모두를 얻게 될 것”이라고 설하고 있다. 살아서 지은 복이 더 수승하다는 가르침은 많은 불자들이 예수재를 행하도록 하는 원동력이 됐다.

언제부터 윤달에 예수재를 봉행했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19세기 윤달에 불자들이 열심히 기도했다는 게 확인된다. 1849년 경 집필된 세시풍속집 <동국세시기>를 보면 “경기도 광주 봉은사(현 서울 봉은사)에는 윤달마다 장안의 여인들이 다투어 와서 불전을 놓고 불공을 드린다. 윤달 내내 이어지는데 이렇게 하면 극락에 간다고 믿는 사방의 노파들이 물밀 듯이 온다. 서울과 지방 대부분 절에서 이런 풍속을 볼 수 있다”고 기록돼 있다.

일각에서는 예수재를 기독교 ‘면죄부’에 비유하며 기복신앙으로 폄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불자들이 스스로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기도한다고 해서 예수재를 단순히 기복으로 정의할 수 없다. 예수재에 동참한 불자들은 자신의 나이를 기준으로 전생과 현생에 지은 ‘빚’을 지전을 태우고 경전을 독송하는 것으로 갚는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지난 잘못을 참회하며 기도하고, 보시해 이웃을 돕기도 한다. 이런 보살행을 실천하는 까닭에 생전예수재를 기복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성청환 동국대 연구초빙교수는 논문 ‘조계사 생전예수재의 역사와 의의’에서 “(예수재는) 지금 현재 미리 닦아가는 실천 수행적 성격이 강한 불교의례”라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죽음 이후의 삶을 미리 준비함으로써 살아서의 행복과 죽음 이후의 과정을 함께 준비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삼사순례도 윤달을 대표하는 불교풍속이다. 신도들은 하루 동안 사찰 세 곳을 돌며 기도하는데, 삼보사찰, 적멸보궁, 관음도량, 지장도량 사찰 성격에 맞추거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순례하는 게 일반적이다. 삼사순례의 전통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알기 어렵다. <윤달과 신행생활-나 그리고 우리를 위한 복짓기>의 저자 구미래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신앙대상을 찾아가 빌고 싶은 욕구를 생각하면 성지순례는 인간이 갖고 있는 보편적인 심리”라며 순례의 역사는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됐음을 시사했다. 이어 구 교수는 “윤달과 결합하기 전부터 세 곳의 절을 참배하는 ‘삼사순례’는 특별한 의식이었음이 분명하다”며 “우리 민족은 숫자 3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데 삼신(三神), 삼불(三佛), 삼성(三聖) 등 종교적 관념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세 곳의 사찰을 참배하는 것은 곧 세 분의 부처님을 만나는 일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윤달이면 스님들에게 가사를 공양하는 신도들도 있다. 영축총림 통도사는 윤달이면 어김없이 가사불사를 봉행하는데, 윤달에 가사불사에 동참하면 공덕이 수승하다는 믿음에서 비롯됐다. 결국 윤달은 ‘기복’이 아닌 ‘작복(作福)’을 위해 주어진 ‘덤달’인 것이다. 

조계종 포교원 포교부장 가섭스님은 “생전예수재를 비롯해 윤달에 행해지는 다양한 불교의식들은 불자들이 자신의 공덕을 미리 닦는다는 의미에서 대승보살도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육바라밀을 실천하며 나만을 위한 기도가 아닌 가족과 이웃 사회를 위한 기도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보살행”이라고 말했다.

[불교신문3304호/2017년6월10일자]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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