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단 신년기자회견에 부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지난 10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조계종을 비롯한 한국불교가 올 한해 동안 펼쳐야 할 청사진을 제시했다. 우리 사회를 위해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화두를 던졌다. 또한 종단 내적으로는 급변하는 전환의 시대를 맞아 ‘백년대계본부’ 구성 등을 통해 종단의 백년대계를 새롭게 만들어 가자는 비전도 제시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전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할 만큼 뜨거운 촛불 민심이 표출됐다. 하지만 그 촛불 민심은 이전에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든 게 아니다. 바로 헌법 제1조에도 담겨져 있는 내용들이다. 우리나라의 주권은 특정 세력이 아닌 국민 모두에게 있고, 그 국민들로부터 모든 권력이 나온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이다. 조계종은 특권과 차별없는 새로운 세상의 주인으로 살아가자고 제안했다. 헌법 제1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실생활속에서는 적지 않은 차별과 맞닿을 수밖에 없다. 그 차별에는 자신과 출신 지역과 학교, 성별, 종교, 인종 등이 다르다는 게 핵심이다. 이같은 비합리적인 차별을 제도적으로 막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이 추진돼 왔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도 지난 2009년부터 공사석을 가리지 않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노력을 펼쳐왔다. 국회에서도 지난 10여년간 수차례에 걸쳐 관련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동성애를 금기시하고 무차별적 공격적 선교를 전개하는 보수 개신교와 비정규직과 파견제 폐지를 결사반대하는 재계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여야 정치권의 소극적인 인식의 전환도 넘어야 할 과제로 손꼽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총무원장 스님은 올 한해 동안 종교간 대화와 더불어 사회적 담론을 형성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종단의 대계를 새롭게 정립하기 위한 행보도 이어질 전망이다. 문명사적 대전환의 시기를 맞아 세상과 공감의 지평을 넓혀가며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종단 내 흩어져 있는 미래 관련 업무를 일원화해 ‘백년대계본부’를 발족시킨다는 구상이다. 이같은 종단의 행보는 한국불교 발전은 물론 국민의 행복과 평안으로 귀결될 것이다. 종단 신년기자회견에서 밝힌 다양한 종책사업이 수립돼 발표된 만큼 이제는 실현시킬 일만 남았다. 대중의 공의를 모으고 종단적 역량을 결집시켜 나간다는 꿈이 곧 현실이 되는 만큼 너나 할 것 없이 이 길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불교신문3265호/2017년1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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