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선학원 끝없는 횡포 언제까지<上>

창건주 권한 이어가려면 

조계종 제적확인서 내라

30일내 제출 각서도 요구 

사자상승 정신까지 훼손 

지난 1년여 동안 창건주 권한을 승계받기 위해 애써온 지역의 한 스님은 최근 재단법인 선학원으로부터 ‘각서’까지 제출하라는 공문을 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 조계종 승적 제적확인서를 요구하는 것도 모자라, 이사회 승인 결의 후 30일 이내까지 소속 종단의 제적확인서를 제출하겠다는 것을 약속하는 각서를 내놓으라는 내용이었다. 

본지가 입수한 이 각서에는 만약 이 기간 내 제적확인서를 내지 않으면 ‘이사회의 창건주 위임 승인 결의를 무효로 하는 것에 이의가 없음’을 다짐받는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서류를 모두 접수하고도, 왜 승적까지 포기해야 하는지 줄기차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결국 돌아온 답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각서였다. 

이와 관련해 이 스님은 “제적확인서를 안 내면, 이사회가 결의한 창건주 위임 승인을 무효로 하겠다는데 이의 없음을 약속받는 각서에 서명까지 요구해 할 말을 잃었다”면서 “역대 큰 스님들의 뜻을 이어받아야 할 선학원이 반불교적 행동을 일삼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승려에게 승적을 버리라는 것은 한국 국적을 버리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를 강요한다면 불교를 버리라는 뜻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향후 분원 스님들의 재산은 더욱 사유화돼 불교 위상은 바닥을 치고 삼보정재로 세운 많은 절들은 독선자들의 개인 재산으로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스님은 전국의 분원 스님들이 희망을 갖고 따라갈 수 있도록 화해와 화합을 통한 광범위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종단과 선학원에 촉구했다. 이처럼 선학원 이사회의 무리한 요구에 조계종 승적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선대 스님들의 노력으로 일군 분원 재산을 보장받기 위해 승적을 포기할 것인지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직면한 분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창건주 권한 승계와 관련한 선학원 측의 불합리성은 종단 행정 절차와 비교했을 때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학원 홈페이지의 종무행정 자료에 따르면 위임 증서와 약정서, 분원 재산 명의 변경 동의서 등을 비롯해 ‘위임받은 창건주로서 조계종단으로부터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며 맡은 바 소임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할 것’을 서약하는 서약서 등의 서류가 올라와 있다. 

반면 종단의 경우 ‘창건주권리승계신청서’라는 한 장의 서류를 작성해 이를 공증해 교구본사를 통해 신청을 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재단법인 특성상 각종 행정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서약서와 제적확인서, 최근의 각서까지 내라는 선학원 측의 행태에 문제제기가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자상승’이라는 불교 고유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사자상승이란 스승의 가르침을 제자가 계승해, 창건주의 직계 1대 제자가 창건주의 지위를 승계하는 것을 뜻한다. 선학원 정관에도 이같은 문구와 함께 ‘사사찰의 승려 창건주는 사제상승을 영구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단과의 갈등을 핑계로 승적을 버려야 창건주 권한을 승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서류를 제출하라는 입장만 견지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창건주와 분원장 스님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전 선학원 사무국장 A씨는 “창건주 권한을 존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사회가 창건주 권한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선학원 측은 ‘법인관리법 우선 폐지’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선학원 사무국 관계자는 “조계종의 법인관리법은 이중등록을 요구하는 법이고, (서류를 요구하는 것은) 종단으로부터 분원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밝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불교신문3257호/2016년12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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