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인줄 알고 사찰 내놓은 스님들에겐 '충격적 '

조계종과 재단법인 선학원 설립당시 출자한 5개 사찰, 창건주 및 분원장 43명이 재단법인 선학원을 상대로 제기한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의 첫 심리가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제51민사부는 가처분 심리에서 조계종과 선학원간 분쟁의 발단, 현재 선학원 임원구성, 양측의 재산 현황 등을 질의한 뒤 심리를 종결했다.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은 조계종과 선학원 설립 당시 출자한 5개 사찰, 창건주 및 분원장 43명이 선학원 이사회가 2013년 4월 11일 정관에서 “대한불교조계종의 종지종통을 봉대하여”라는 부분과 임원 선출 자격 중 “대한불교조계종 승려로서”라는 부분을 삭제한 데 대해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신청이다.

선학원 “스님 개인재산 출자한 것”
민사령, 스님 명의 재산은 사찰 귀속
공유재산 망각, 설립자 뜻 곡해하나

재단법인 선학원이 이번에는 “선학원은 처음부터 조계종이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동안 조계종으로 알고 선학원에 사찰과 토지 등 재산을 증여한 스님들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다.

법원에 제출된 선학원 답변서에 따르면, 선학원은 “대한불교조계종은 일정한 목적하에 결합한 인적조직체인 비법인사단으로서 그 구성원은 사찰, 승려, 신도로써 구성되어 있으므로 재단법인 선학원과 같은 불교관련 재단법인은 그 구성원이 될 수 없으며, 실제로 재단법인 선학원은 대한불교조계종의 구성원으로 가입한 일도 없다”고 밝혔다.

선학원은 “재단법인 선학원은 처음부터 대한불교조계종의 구성원이 아니었으므로 새삼스럽게 대한불교조계종을 탈종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전통적으로 계승되어온 사찰을 비롯한 불교재산에 대해 공유적 개념을 무시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선학원 설립 당시 재산출연자로 만공스님 외 17명을 꼽으면서도 “사찰들이 아니라 개인들”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선학원은 <선원>지에 기재된 재산출연자 명단에 소속 사찰이 명기되어 있지 않다면서 “이는 스님들이 개인재산을 출연한 것이고 사찰의 재산을 증여한 것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는 당시의 상황에서 기인한 측면이 강하다. 사찰과 스님들은 일제의 사찰령에 의한 통제 관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도들로부터 증여 받은 토지와 재산을 불가피하게 스님 명의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다고 하더라도 그 재산은 조선민사령에 의해 속가의 가족이 아닌 스님의 상좌 또는 사찰로 귀속됐다. 따라서 스님 개인 명의의 재산도 사찰의 재산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 것이다.

그럼에도 선학원은 스님 명의의 재산을 출연 받았다는 이유로 사찰 출연을 부정했다. 이는 선학원이 재산을 출연하면서까지 선리 참구와 연구를 위한 시설 건립 등의 목적을 실현하려했던 설립자들의 뜻을 곡해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분원은 재단소유 단순 시설일 뿐”
선학원, 분원에 독자적 권한 없다
법원 제출한 선학원 답변서서 확인

뿐만 아니라 선학원은 소속 분원장이라 하더라도 이사회 결의에 대해 법적인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선학원 분원의 법적 권한이 분원장에게는 없으며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회에 있다는 점을 밝힌 셈이다.

선학원은 이 답변서에서 “재단법인 선학원과 분원장의 관계는 법인과 구성원의 조직법상의 관계가 아니라 일종의 채권적 관계에 있는 것”이라며 “분원장의 지위에서 당연히 재단법인 선학원의 이사회 결의에 대하여 무효확인을 구할 정당한 지위에 있지 아니하다”고 명시했다.

이는 재단법인 선학원에 사찰을 증여하면, 해당 사찰이나 스님은 법적 권한을 상실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어서 분원장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답변서에는 사찰을 증여한 당사자라 하더라도 증여자는 소송주체가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담겼다.

선학원은 “비법인재단으로서의 실체를 형성한 사찰도 그 재산을 재단에 출연하여 물적요소를 상실하게 되면 그 시점에 재단 소유의 단순한 불교목적시설의 하나로 법적 성격이 전환되어 독자적인 당사자능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사찰이 재단법인 선학원에 재산을 증여하여 재단법인 선학원의 분원이 되면 동 사찰은 재단법인 선학원의 불교목적시설이 된다”고 명시했다.

이는 조계종 소속 스님 등으로부터 사찰을 증여 받은 재단법인 선학원이 이들 사찰을 독자적 당사자 능력을 상실한 재단 소유의 단순한 불교목적시설의 하나로밖에 인식하지 않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선학원은 361개 분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분원장 가운데 약 70%가 조계종 승적을 갖고 있고 나머지는 다른 종단의 승적을 갖고 있다고 공개했다. 선학원이 타종단 승려가 분원장으로 임명됐다는 점을 문건으로는 처음으로 시인한 것이다.

한편, 재판부는 10월 14일까지 추가자료를 제출 받은 뒤 가처분신청의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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