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말씀으로 마음을 치유합니다"

사진설명 : 전현수 원장은 “오계를 지키니 아내가 가장 좋아했다”며 웃었다.신재호 기자

 

불교와 정신치료 통합한 불교심리학 정착위해 노력

“윤회 믿고 노후 설계하듯 내생을 대비해야 알찬 삶”

전현수 원장은 불교계에 알려진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정신치료에 접목하려는 그의 시도가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활발하게 활동하던 40대를 지나 이제 50줄에 접어 든 전 원장은 현재도 ‘불교심리학’을 정식 학문 영역으로 공고히 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신경정신과 의사로서의 전 원장의 행적은 알려져 있지만 불자로서의 그는 어떤 모습일까.

전현수 원장을 만나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진료에, 강의에, 하루 일정이 빠듯했기 때문이다. 겨우 짬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점심시간뿐 이었다. 지난 14일 전 원장은 소중한 식사시간을 선뜻 내줬다.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는 전 원장의 모습에서 ‘전문의’라는 화려한 포장은 사라지고 없었다.

전 원장은 고(故) 고익진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의 마지막 제자였다. 지난 1988년 고 교수가 세상을 뜨면서 본의 아니게 ‘마지막’이라는 낱말이 붙게 됐다. 고 교수와의 만남은 전 원장의 삶의 전환점이 됐다. 1985년부터 3년간의 수학은 그를 진정한 불자로 거듭나게 했다. 당시 의과대에 재학 중이던 전 원장은 고 선생을 통해 “불교의 고통 치료체계를 도입하면 인간의 영혼을 치유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불교와 정신치료를 통합하려는 그의 노력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불교는 알면 알수록 그에게 환희심을 줬다. 스스로 덜 괴로워지고 세상의 이치를 알게 해줬다. 그가 겪은 경험을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전 원장의 가슴에 자리 잡게 됐다. 인류 최고의 상담가라는 부처님을 따라 정신과 의사로서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그의 수행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불교에 대한 확신을 공고히 하기 위해 공부에 매진했다.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를 배워 초기불전을 탐독한 것도 부처님의 상담기법을 배운다는 기술습득의 과정이었다. 이는 부처님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가려는 신심의 발로이기도 했다. 결국 그는 출가했다. 비록 우리나라는 아니었지만 지난 2003년 미얀마로 떠났다. 단기 출가를 결행한 그는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수행했다.

문득 전 원장의 책상에 눈에 띄는 책이 있었다. <상윳따니까야>의 국역본과 영문본. 가장 가까운 자리에 위치한 책들은 그의 불교공부에 대한 열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1주일에 200쪽을 본다”는 말이 사실인 듯 했다. 이미 4부 니까야 가운데 디가.맛지마.상윳따 니까야를 독파한 상태다. 이렇듯 그의 수행은 일상생활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30분간 자신에게 집중한다. 걸어서 출.퇴근할 때도 예외가 아니다. 환자와 마주하면서도 현재에 집중한다.

전 원장은 불교의 핵심으로 윤회를 꼽았다. “윤회가 있다는 것을 안 것이 인생의 가장 큰 소득입니다. 윤회를 믿지 않으면 불교공부를 할 수 없습니다.” 윤회를 알게 되자 그는 인생을 대비하면서 살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부처님 말씀대로 수행해야 합니다. 젊은 시절부터 노후에 대해 준비하듯이 이생을 떠나 저생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한 대비를 해야 합니다. 윤회를 알게 되면 사형을 앞둔 죄인처럼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게 됩니다.” 이는 환자 치료에도 적용된다. “우리는 언젠가 죽게 됩니다. 죽으면 내 앞에는 6대의 열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천상행이 있고 축생으로 떠나거나 지옥으로 향하는 열차들입니다. 과연 어떤 열차를 타고 싶습니까. 자신이 선택한 열차를 타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그는 오계를 지키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다. 여름만 되면 전쟁을 치르는 모기도 전 원장 앞에서는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가족들도 그를 따른다. 다만 물게는 놔두지 않고 잠자리채로 잡아 바깥에 놓아 보낸다.

스스로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철저하게 수행하는 경험은 환자들의 치료에 그대로 투영된다. 그렇다고 불교를 강요하지 않는다. 다방면에서 수행하며 체득한 보편적인 지혜를 환자에게 전달한다. 개신교계 단체에서 상담가 교육을 맡기는 것도 부처님 지혜의 향기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인생에 있어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른 그이지만 만족하지 않았다. 전 원장은 미얀마로 또 다시 치열한 수행여정을 떠날 예정이다. 가까운 미래에 1년 정도 수행에만 정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 원장 삶에서 가장 큰 목표는 세계적인 명상센터를 건립하는 것이다. 또 아직 걸음마 단계인 불교심리학이 학문 영역으로 뿌리내리도록 역할을 다하겠다는 것도 그의 대원력 가운데 하나다. “불교가 오래 남아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전 원장이 세운 원력의 본바탕이다.

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전현수 원장은

의과대학 재학 중 부처님과 ‘인연’

불교상담개발원 자문위원 등 맡아

부산에서 출생해 경남고와 부산의대를 졸업했다. 순천향의대 부속병원에서 신경정신과 수련과정을 마친 후 정신과 전문의가 됐고 한양의대 신경정신과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의학박사가 됐다.

1985년 이후 불교공부를 하고 있고 2003년에는 한 달간 미얀마 참메센터에서 위빠사나 수행을 한 후, 현재까지 계속 수행을 하고 있다. 4부 니까야와 아비달마에 입각한 불교적 이해와 수행 그리고 불교적 정신치료의 체계를 세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2005년 미국에서 개최된 SEPI(정신치료 통합모색 학회)에서 ‘정신과 의사가 경험한 위빠사나 수행’을 발표했으며, 2007년 한국불교심리치료학회 창립학술대회에서 ‘불교적 정신치료 사례’를 발표했다. 불교와 정신치료를 이용한 프로그램인 ‘명상과 자기치유 8주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현재 서울 송파구에서 전현수신경정신과의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불교심리치료학회 운영위원, 불교상담개발원 자문위원, 대원불교대학 불교상담심리치료학과 교수,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외래교수, 서울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울고 싶을 때 울어라>가 있고 역서로는 <붓다의 심리학>이 있다.

 

[불교신문 2378호/ 11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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