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탁

부처님오신날은 불교 최대 명절이다. 기독교의 최대 명절은 크리스마스다. 이것은 불자나 기독교인을 떠나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 중의 상식이다. 불교계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인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연등회를 비대면 온라인 행사로 대폭 축소한데 이어 부처님오신날 봉축 행사마저도 방역지침에 맞춰 차분하게 봉행했다.

하지만 이같은 불교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들이 발생했다. 일부 기독교 신자들이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이 열린 5월19일 서울 조계사와 봉은사 등지를 찾아와 찬송가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며 소동을 피웠다. 사찰 관계자와 경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손푯말과 구호로 “하나님 뜻을 전파하러 왔다” “창조주 하나님을 믿어야 한다“ “불교는 가짜다” 등 상식 밖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제기했다. 언론 방송과 SNS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글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심지어 한 개신교 시민단체는 5월26일 조계사 앞에서 소란을 일으킨 기독교 신자 10여 명을 경찰에 고발하기까지 이르렀다.

또한 대구시립합창단은 부처님오신날 하루 전날인 5월18일 ‘오페라 합창의 향연’을 공연하려다가 지역 불교계의 항의로 취소하는 일도 발생했다. 앞서 4월과 5월에 열린 2차례 공연에서도 ‘찬양하세’ ‘교회에 기도하러가세’ ‘영원하신 주님께 감사드리세, 찬송으로 경배 드리세’ 등 기독교 찬양 일색의 가사가 들어간 공연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서양음악 자체가 기독교 사상을 바탕으로 두고 있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공공기관인 시립합창단이 부처님오신날 하루 전날에 기독교 찬양 노래를 선보인다는 건 상식에 맞지 않는 처사일 뿐이다.

그동안 불교계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선재적인 산문폐쇄 및 법회 중단, 전국적인 자비나눔 활동 등 다양한 조치로 많은 국민들은 찬사를 보냈고 불교계에 대한 호감도 또한 높아졌다. 이 모든 게 불교계의 이익과 포교보다는 국민의 생명과 안녕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사찰 앞에서의 기독교 신자들이 소동을 벌이고, 기독교를 찬양하는 노래를 선보이는 게 과연 기독교를 위함인지, 더 나아가 국민과 우리 사회를 위하는 일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불교신문3668호/2021년6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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