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약자에게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사람이 죽어야만 바뀌는 현실이
21세기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하고
서로 배려하며 존중할 때만이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을 비롯해
자유와 평등으로 한 발 나가는 길

지몽스님
지몽스님

세계인권선언 1조는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유엔 가입국은 매년 12월10일 ‘인권선언의날’을 기념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18년 70주년 기념식을 거행한 바 있습니다. 70주년 기념식에는 15년 만에 대통령이 참석했으며 사회에서 혐오와 차별받는 다양한 계층이 함께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는 여전히 차별과 혐오로 인권이 묵살되고 유린됨으로써 수많은 분들이 고통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편견과 시혜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장애인, 고령자, 텐트촌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홈리스분들에 대한 편견과 혐오, 토끼몰이식 단속으로 죽음을 맞는 이주노동자, 특수 고용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성소수자 등 사람이 죽어야 듣는 척하는 사회, 수많은 사람이 죽어야 바뀌는 현실이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인 것입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많은 사회적 약자를 활동 현장에서 만납니다. 함께 아파하고 눈시울을 붉힙니다. 이들과 더불어 오체투지하고 한 목소리를 냅니다. 그러다보면 어느 누구도 차별과 혐오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되돌아보면 KTX 해고 여승무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톨게이트 수납원, 세월호와 스텔라데이지호, 한국마사회 문중원 기수, 딴저테이 외국인 노동자, 서지원 국립의료원 간호사의 태움, 송파 세 모녀와 단역 배우 두 자매의 자살, 무연고자·홈리스·특수고용노동자·종로 고시원 화재 사상자·비정규직·빈곤·장애·여성·성소수자·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사각지대에서 인권을 유린당하고, 복지가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고통당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만난 그분들이 특별한 소수자가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함께 숨 쉬고 있는 사회구성원이라는 사실입니다.

2600년 전 부처님께서는 무릇 생명 있는 존재는 일체 평등하며 존귀하다고 천명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께서 일생동안 연기법을 설하시고 존재의 실상을 보여주셨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몸소 자비심으로 평등과 인간존중을 실천하셨습니다.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의존하는 연기적 존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지금의 우리는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온몸으로 감내하고 있습니다. 나로 인해서 내 주변사람들에게 고통을 야기시키고 역으로 다른 사람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됨을 경제적·정신적으로 모두가 절실히 경험하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나 혼자만, 내 가족만, 내가 속한 집단만 행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내가 상대를 혐오와 차별로 대할 때, 사회는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또 다른 고통이 만들어질 뿐입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11월5일 ‘차별금지법 제정 발원 기도 행진’을 벌였다. 불교신문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11월5일 ‘차별금지법 제정 발원 기도 행진’을 벌였다. 불교신문

요즘 코로나19 백신이 속속 개발되고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접종까지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어느 정도 백신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하지만 많은 나라는 그런 상황이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코로나 펜데믹은 지구촌 모두가 영향을 받고 있기에 백신 접종 역시 함께 해야 서로가 안전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서로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배려로써 존중할 때 나와 우리 가족, 집단 역시 존중받고 안전할 수 있음을 배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의 법은 작금의 포괄적 차별금지법과도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노동위원회는 올해 1월부터 월2회 격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 촉구를 위한 무기한 기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법은 차별과 혐오에 노출돼 있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것입니다. 어느 누구든, 언제든 환경과 상황에 따라서 소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우리 모두를 위한 법입니다. 하루 속히 제정이 돼야 될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걸림돌은 사랑을 실천하는 이웃 종교인 개신교가 성소수자를 불편해 한다는 것입니다.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더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성소수자들은 일상에서 온갖 차별과 혐오로 인해 상처받고 절망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극단적 선택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우리 불가(佛家)에서는 수행을 인식론적 차원에서 이원적 사고에서의 연기적 사고로 인식의 전환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을 스펙트럼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생물학적이고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지양하고 성적인 자기인식을 존중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더불어 비단 성소수자의 가족 형태뿐만 아니라 요즘 청년 여성들의 이슈가 되고 있는 일본인 사유리 씨의 비혼출산은 시대적 흐름 속에서 다양한 가족구성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한층 더 나아가서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의 제정은 왜 우리가 서로서로를 존중해야 하는지를 알아 갈 수 있는 인성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할 것입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차별과 혐오 인권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제도적 측면과 인식의 전환을 위한 교육이 조화롭게 상호보완을 하며 가야된다는 것입니다.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인권 감수성을 가지고 상호협의를 통해 노력을 해야 합니다. 또한 인식의 전환을 위해 학교뿐만 아니라 종교, 직업, 나이 등을 떠나서 충분한 양질의 교육이 지속되어야 합니다.

아직 우리사회에는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존중과 신장을 위해 많은 시민연대와 이웃종교, 사회적 기업, 그리고 묵묵히 응원하고 참여하는 불자와 시민들이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배려하는 것이 평등법이고 인권법이고 부처님법입니다. 72주년 세계인권선언의날을 맞아서 코로나19 팬데믹이 하루속히 종식되기를 바라면서 기도 발원으로써 이 글을 맺고자 합니다.

“자비로운 부처님이시여.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하루 속히 제정되어 차별과 혐오가 예방되고 사회적 약자가 보호되는 인권 선진국으로 나아가기를 발원드리옵니다. 삶이라는 어울림 속에서 누구나 보편적 인권과 평등이 실현되고 서로 존중되어 고통에서 벗어나 모두가 행복하기를 발원드리옵니다. 부디, 우리사회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포괄적 차별금지라는 연꽃의 법으로 다시 피어나기를 서원드립니다.”

[불교신문3638호/2020년12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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