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년 한국불교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1600년 한국불교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 허정철 기자
  • 승인 2020.06.22 10:57
  • 호수 35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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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 교육원 불학연구소장
한국 선불교 역사와 선사상
다채로운 모습 입체적 조망

“한국불교의 근간은 선
선사들 삶이 곧 한국불교”

인물로 보는 한국 선사상사

정운스님 지음 / 운주사
정운스님 지음 / 운주사

불교는 전래 이후 한반도에서 문화적, 사상적 측면에서 찬란한 성과를 보였으며, 지배 피지배 계층을 막론하고 막대한 영향을 끼치며 존속해 왔다. 어느덧 한국불교의 역사는 1600년을 훌쩍 넘어섰다.

기나긴 역사 속에서 다양한 종파와 종단이 명멸했지만, 현재까지도 꿋꿋하게 그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선종(禪宗)이다. 한국불교의 역사는 곧 선종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한국불교의 중심에는 선종과 선사들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불교신문에서 ‘인물로 읽는 한국선사상사’를 연재한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장 정운스님이 한국에 선이 전래되면서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주요 선사들의 행적과 사상을 시대적 흐름에 따라 조명한 <인물로 보는 한국 선사상사>를 최근 선보였다.

이를 통해 개별 선사들의 삶과 사상적 특징은 물론 한국 선불교의 역사와 한국 선사상의 흐름 등 한국선의 다양한 모습을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어 주목된다.

동국대와 중앙승가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경전을 연구하고 있는 스님은 2009년과 2010년도 동국대 교수평가에서 ‘Best Lecturer상’을 수상한 불교학자이기도 하다. 스님은 먼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종단인 대한불교 조계종은 선을 표방하지만, 그 안에는 화엄사상·법화사상·정토신앙 등 다양한 사상과 신앙형태가 결합돼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수행법으로 참선, 간경, 염불, 주력 등 다양한 수행법이 통용되고 있으며, 불교 의례를 보면 밀교적 요소까지 융합돼 있다. 이런 면에서 한국불교의 특징을 통불교, 즉 ‘원융과 화쟁’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스님은 “한국불교의 근간은 선이고, 선을 수행한 선사들의 삶이 곧 한국 (선)불교의 역사라고 해도 될 것”이라며 한국의 선종과 선사상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옛 선사들의 면모와 사상을 각종 자료와 현지답사를 통해 살펴봤다.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장 정운스님이 한국에 선이 전래되면서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주요 선사들의 행적과 사상을 시대적 흐름에 따라 조명한 '인물로 보는 한국 선사상사'를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조계종 종조 도의국사의 진영.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장 정운스님이 한국에 선이 전래되면서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주요 선사들의 행적과 사상을 시대적 흐름에 따라 조명한 '인물로 보는 한국 선사상사'를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조계종 종조 도의국사의 진영.

1장 ‘한국선의 초석이 다지다’에서는 이 땅에 선의 초석이 다져지는 시기, 즉 고대 동아시아 및 한국불교의 역사적 상황과 그 시대 선사들을 다루고 있으며, 2장 ‘신라 땅 곳곳에서 선의 씨앗이 부려지다’는 이 땅에 선이 그 씨앗을 뿌리는 시기인 신라 시대의 선사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주로 신라 말 구산선문의 개산과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불어 3장 ‘한국선의 꽃을 피우다’에서는 한국불교가 찬란한 꽃을 피운 고려 시대의 선사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고려 마지막 국사인 환암스님과 마지막 왕사인 목암스님에 이르기까지 기라성 같은 선사들을 만나볼 수 있다.

4장 ‘통한의 역사 속에서도 한국성의 열매를 맺다’는 조선 시대 초중기의 선사들로, 숭유억불의 참담한 상황 속에서도 굳건하게 한국불교의 맥을 잇고 발전시킨 선사들을 살펴보고 있으며, 마지막 5장 ‘다시 한국선의 깃발을 올리다’에서는 조선 후기 및 근세의 선사들로, 200여 년에 걸쳐 치열한 선 논쟁을 펼친 선사들과 한국불교의 중흥조 경허선사 등을 만날 수 있다.

이처럼 이 책은 한국 선불교와 선사상의 다채롭고 긴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마치 핵심만을 간결하게 표현한 조감도를 그리듯 보여준다. 선사들 한 명 한 명의 삶과 사상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한국 선불교의 전체상이 그려지는 듯하다.

또한 본문 곳곳에 정리된 도표와 법맥도는 자칫 선사들 개개인에 매몰되어 한국선의 흐름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 헤매지 않도록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서 있는 곳을 알려주는 이정표의 역할을 해준다. 여기에 오랜 시간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 현지까지 직접 찾아다니며 찍은 사진은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다.

스님은 “한국불교의 중심은 조계종이고, 조계종은 선종에 속한다”면서 “16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불교의 현주소는 어디인가’를 화두로 삼아야 하는 이즈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0년 전 외국 선방에서 1년 여 가까이 지내고 귀국하면서 ‘앞으로 내가 한국불교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마음 밭에 씨앗을 심었는데, 늘 원고와 강의로 씨름하며 차일피일 미뤄졌다”면서 “이 책을 출판하면서 한국불교를 위해 그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부심이 마음 한켠에 자리 잡는다”고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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