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공직자의 길, 부처님 중도사상에서 정답 찾았죠”

불교 사상과 공직자 규범
일맥상통하는 부분 많아

공불련 회원들부터 존중
화합공동체 만들 수 있어

“불교신문 오랜 애독자
앞으로도 스님과 불자들
좋은 글 많이 실어주길…”

전국 공무원 불자들의 신행 조직인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장으로 최근 선출된 손창동 회장은 4월28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공불련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전국의 회원들과 지혜를 모을 것을 역설했다.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감사원이 사찰처럼 조용하고 차분한 이미지여서 불자회 회원들 사이에서 이곳을 ‘제26교구 삼청사’라 부르기도 한답니다. 그만큼 감사원엔 신심 깊은 불자들이 많아요. 이번에 회장을 맡게 된 것도 불자회 회원들 공이 커요. 부처님 가르침에 좀 더 가깝게, 새롭게 재발심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회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먼저 전하고 싶어요. 사실 그동안 잘 드러내지 않는 불자로 지내왔는데, 중요한 소임을 맡은 만큼 부처님 가르침이 공직 사회에 실현될 수 있도록 공불련 활동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전국 공무원 불자들의 신행 조직인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장으로 최근 선출된 손창동 회장을 4월28일 감사원에서 만났다. 손 회장은 이날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공불련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전국의 회원들과 지혜와 역량을 모으겠다고 역설했다.

정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하는 공무원 불자단체인 공불련은 2000년 10월 전국 47개 기관 공무원 불자 700여 명이 평창 월정사에 모여 창립법회 및 합동수계법회를 봉행하며 출범했다. 그동안 전국 주요사찰에서 정기법회는 물론 창립 기념법회 및 합동수계법회, 해외성지순례, 자원봉사 등 다채로운 신행프로그램으로 공무원 불자들의 신심을 증장해 나가고 있다.

이날 손 회장은 무엇보다 조직 활성화에 힘을 쏟아 붓겠다고 강조했다. ‘조용한’ 불자로 지내왔지만 “공불련 회장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은 만큼 책임감으로 일하겠다”는 각오다. 사회 갈등 수준이 심각한 요즘, 부처님 가르침으로 사회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활동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공불련 활동은 ‘개인적인 종교 활동’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회장단 구성에 각 기관과 지역 불자회 참여를 확대하는 한편, 간부들이 중앙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조직 운영도 수시로 상의하며 함께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간 4번의 전국법회와 조계사 월례법회, 해외 성지순례 등 기존 활동은 차질 없이 수행하면서, 전국법회가 없는 달엔 각 지역 불자회와 함께하는 지역법회를 통해 유대를 다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또한 앞으로 공불련 역할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도록, 국내 공무원 뿐 아니라 외국인 공무원 불자나 단체와의 소통을 통해 한국불교의 해외 포교에도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면 국방대에 재학 중인 주한 외국인들과 교류의 기회를 가진다거나, 아시아권 공직자 불자단체와의 친선활동을 통해 한국불교 선양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날 손 회장은 공직자가 지녀야할 최고의 가르침으로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은 중도(中道) 사상”을 꼽았다. 불교를 공부하면 할수록, 불교 기본사상과 공직자의 규범이 잘 맞아 떨어진다고 밝힌 손 회장은 공직자 행동규범과 불교는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부처님께서는 ‘된다, 안 된다, 옳다, 그르다, 유와 무의 극단에 있지 말라’고 가르치셨지요. 기본적으로 공직자는 사사로움을 떠나 사심 없이 자신의 본분을 다해야 합니다. 사리사욕이나 영달에 집착하지 않고 맡은 위치에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죠. 양 극단을 떠나 조화를 찾고, 자리이타의 정신을 공직자들이 가진다면 우리 사회도 서로를 존중하고 화합하는 공동체로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중도의 가르침이 특히나 와 닿는 이유입니다.”

향후 불교학계와도 연계해 ‘지금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가치관’과 ‘불교가 공직자 규범과 공공윤리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토론하는 자리도 가질 예정이다.

손 회장은 독실한 불자인 모친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불교와의 각별한 인연을 이어갔다. 공직의 길로 들어선 뒤 한동안 신행생활을 하지 않았지만 불자임을 늘 잊지 않고 살아왔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을 잡고 팔공산 동화사와 갓바위를 따라다니며 마음 속 깊이 불심(佛心)을 간직해온 그다. 바쁜 와중에도 틈 날 때면 서울 진관사를 찾아 명상을 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신실한 불자인 어머니가 절에서 갑자기 뇌출혈 증세를 보인 적이 있었는데 불자들 도움으로 위험을 넘겼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어머님께선 늘 학교 다니 듯 절에 가십니다. 요즘은 산중 사찰은 못 가시고 도심포교당을 다니는데, 하루는 뇌출혈이 온 줄 모르고 나가셨어요. 그날 옆에서 기도하던 불자 분들이 ‘할머니가 평상시와 다르다’며 서둘러 병원에 가게 해 응급처지를 받은 적이 있어요. 연세가 높아 조금만 늦었다면 자칫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겠지만, 부처님 가피인지 서둘러 치료를 받고 말끔하게 낳아 지금도 건강하게 절에 잘 다니고 있어요. 개인적인 경험도 있다 보니 부처님과 불자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뿐이죠.”

불교신문 구독자로서 “앞으로도 좋은 글을 많이 실어 달라”며 응원의 메시지도 전했다. 공불련 회장에 추대된 직후, 취임사를 작성하다 때마침 신문을 펼쳐보고 석주스님의 생전 법문을 인상 깊게 읽은 뒤 공무원 불자들을 향한 글을 정리했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서도 석주스님이 등장한 신문의 면을 펼치자, 얼마나 꼼꼼히 읽었는지 줄을 그어가며 표시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스님들이 강설한 교리 지면과 생활법문을 읽고 있으면 글이 “참 편안하게 읽힌다”고 했다. 그래서 요즘 가장 좋아하는 경구로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應無所住 而生其心)’는 <금강경>을 꼽았다. 스스로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가르침이라고 했다.

손 회장은 “마음을 자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은근히 스며들어서 사람 마음을 저절로 움직이는 가르침이 참 좋다”며 “(신문에 나온) 스님들 글은 사회를 정화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지면을 통해 좋은 글을 많이 실어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끝으로 손 회장은 “공불련 활동은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라며 “불교 가르침을 공직 사회에서 실현해 나간다면 결국 우리 사회도 건강하게 가꿔나갈 수 있다”며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요청했다.
 

본지 독자이기도 한 손 회장은 “앞으로도 좋은 글을 많이 실어달라”고 당부했다.

■ 손창동 회장은…
1965년 경북 구미에서 태어난 손창동 회장은 행시 35회 출신으로 영남대 행정학과를 거쳐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 석사, 미국 미시건주립대 정치행정학과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감사원 특별조사국장, 감사교육원장, 기획조정실장, 제2사무차장을 거쳐 현재 감사원 감사위원을 맡고 있다. 손 회장은 감사원에서 27년간 근무하며 ‘감사원 직원들이 닮고 싶은 관리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중앙부처와 광역자치단체 등 44개 기관 공불련 불자회 대의원 97명의 만장일치 서면결의로 최근 공불련 회장에 선임됐다. 취임법회는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6월에서 7월경 열릴 예정이다.

[불교신문3580호/2020년5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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