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불자 체조 선수 양학선

“런던올림픽 이후 부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 보내
항상 기도와 응원 보내는
부모님 덕분에 마음을 잡아

코로나19로 힘들지만
서로서로 격려하고
모두들 파이팅했으면…”

4월8일 만난 양학선 선수는 “런던올림픽 이후 8년을 기다린 도쿄올림픽 연기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남은 시간 최상의 컨디션으로 올림픽에 나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불자들과 국민들에게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이지만 잘 극복할 것으로 믿는다”며 “힘들더라도 서로서로 격려하고 파이팅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br>
4월8일 만난 양학선 선수는 “런던올림픽 이후 8년을 기다린 도쿄올림픽 연기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남은 시간 최상의 컨디션으로 올림픽에 나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불자들과 국민들에게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이지만 잘 극복할 것으로 믿는다”며 “힘들더라도 서로서로 격려하고 파이팅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정상의 자리에 섰다. 자신의 이름을 딴 체조 기술을 보란 듯이 선보이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국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한국체조가 52년 만에 세계를 제패한 순간, 그는 두 손을 불끈 쥐었다. 앞으로의 행보도 거칠 것 없어 보였다. 정상의 순간 찾아온 부상이 계속 그를 괴롭혔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이 좌절됐고, 혼신을 다해 준비해 온 2020년 도쿄올림픽 역시 코로나19로 1년 연기됐다. 8년을 기다렸던 올림픽이 연기돼 아쉬움도 크지만 그는 흔들림 없이 내년을 준비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국 체조의 간판, 불자 체조선수 양학선 선수 이야기다. 4월8일 수원 선수촌에서 양학선 선수를 만났다.

2020년 7월로 예정됐던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1년 연기됐다. 역사상 유례없는 올림픽 연기 결정으로 지난 4년 동안 올림픽을 준비하던 선수들의 아쉬움은 누구보다 큰 상황이다. 양학선 선수 역시 마찬가지다. 올림픽 연기로 양학선 선수는 진천선수촌을 나와 소속팀인 수원시청으로 복귀해 개인훈련을 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대표 선수들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올림픽이 연기돼 아쉽습니다.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을 마치고 처음 올림픽 연기 소식을 들었습니다. 연기됐다고 들었을 때는 솔직히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진천선수촌에서 나와 팀에 복귀해서 러닝과 체력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훈련장인 인근 학교 체육관에서 기술훈련을 했었는데 코로나19로 체육관이 문을 닫아 개인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남자 기계 체조 선수들은 올림픽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올림픽 쿼터를 이미 4장 획득했다. 올림픽이 연기되더라도 출전 자격은 유효한 상황이다. 양학선 선수가 올림픽 취소가 아닌 연기를 간절히 바란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양학선 선수는 “코로나19로 올해 초부터 계속해서 올림픽 개최가 불투명하다, 취소나 연기될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을 때 속으로 매일매일 ‘제발 취소만 되지 마라’고 기도했다”며 “물론 8년을 기다려온 올림픽이 연기돼 아쉽지만 올림픽이 취소가 아니라 연기가 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학선 선수는 2012년 런던올림픽 시상식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약관의 나이에 오른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키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내 2연패를 이루겠다는 꿈도 품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찾아 온 부상은 올림픽 출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2014년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오른쪽 다리 햄스트링(허벅지 뒤쪽 부분의 근육) 통증이 찾아 왔다. 설상가상으로 2016년에는 오른쪽 아킬레스건마저 수술해야만 했다. 부상으로 인해 양학선 선수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리고 기나긴 재활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느꼈던 점은 도전하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상의 자리에 오른 후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부담감이 크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부상을 당했을 때 길게 이어질지 생각지 못했죠. 금방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부상은 금방 회복됐지만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했는데 관리하는 노하우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계속된 부상으로 인해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정상에서 많은 박수를 받았지만 추락했을 때는 좋지 않은 소리도 많이 들었죠. 평소 멘탈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당시에는 멘탈도 많이 흔들렸습니다.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김성만 수원시청 감독님을 비롯해 주변 분들의 조언과 도움으로 다시 멘탈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체력단련을 하는 양학선 선수.<br>
체력단련을 하는 양학선 선수.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불교는 큰 힘이 됐다. 독실한 불자인 부모님 기도와 응원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 그만 다칠 때도 되지 않았냐’하며 부상이 없도록 한 번씩 부처님께 빌기도 했다. 한 번씩 부처님 전에 기도를 하고 나면 심란했던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 어린 시절부터 좌우명이었던 ‘오늘의 흘린 땀이 내일의 영광’이라는 말도 잊지 않으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어렸을 때부터 오늘 운동을 쉬면 라이벌들은 앞으로 나간다는 생각으로 힘들어도 참고 버텼다”는 양학선 선수는 “지금도 운동하기 힘들 때마다 좌우명을 생각하면 조금씩이라도 하려고 하는 의지가 생기는 것 같다. 스스로를 다잡는 힘도 된다”고 말했다.

양학선 선수는 재활을 통해 부상을 극복하고 2019년 국제체조연맹 월드컵에서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전국체전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양1(1080도를 비튼 뒤 착지하는 난도 7.4의 기술)’을 완벽하게 선보이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전성기 기량을 회복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2019년 10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착지 실수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올림픽을 준비하는 밑거름으로 삼았다.

“개인적으로 2019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습니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양1 기술을 구사했는데 전국체전에서 처음으로 완벽하게 착지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제 경기 영상을 찾아보지 않는데 지금도 가끔 그 영상은 보곤 합니다. 착지를 하고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도쿄올림픽 때도 이만큼만 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가 가장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실수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올림픽을 준비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바로 도쿄올림픽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양학선 선수는 1년 미뤄진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다시금 스스로를 다잡을 예정이다. 올림픽 연기가 아쉽지만 주어진 시간을 기회로 삼아 후회 없이 보내겠다는 생각이다.

양학선 선수는 “1년이라는 시간이 더 주어진 만큼 열심히 준비하겠다. 남은 시간 동안 스스로 ‘오늘 하루도 알차게 잘 보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루하루 준비해 나갈 것”이라며 “자잘한 부상 관리에도 신경을 써서 올림픽에 나설 때는 아픈 곳 없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준비하겠다. 다른 것 신경 쓰지 않고 올림픽에 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어수선한 시국을 살아가는 불자들과 국민들을 위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코로나19 극복을 바라는 양학선 선수 메시지.<br>
코로나19 극복을 바라는 양학선 선수 메시지.

“코로나19로 모든 사람들이 힘든 상황입니다. 힘들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지켜야 할 것을 잘 지켜간다면 더 이상 확산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종교 활동 역시 모이는 것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같이 모이지 않더라도 각자 집에서 마음을 담아 기도한다면 그것으로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많은 분들이 스트레스 받고 경제적으로도 힘들어 하고 있지만 조만간 지나갈 것입니다. 아무리 힘든 일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되는 것처럼 코로나19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모두들 마스크 잘 착용하시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실천한다면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들더라도 서로서로 격려하고 파이팅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수원=엄태규 기자 che11@ibulgyo.com
사진=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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