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복지 수혜자/ 선운사 노후수행마을 재덕스님

불은과 시은에 늘 감사한 마음
용채 모아 선운사에 전액 보시

선운사 노후수행마을에서 재덕스님과 손동인 요양보호사가 함께 한 모습.
선운사 노후수행마을에서 재덕스님과 손동인 요양보호사가 함께 한 모습.

올해 세수 95세인 재덕스님은 10여 년 전부터 제24교구본사 선운사 노후수행마을에 주석하고 있다. 선운사 스님 가운데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스님은 지난 2015년 3월 심근경색으로 입원치료를 받으면서 조계종 승려복지회로부터 170만원 상당을 지원받았다.

지난 11월에는 재가요양비를 신청했다. “예전에는 스님들 입원진료비나 요양비 지원책이 없어서 제 때 치료받기 어려웠다”고 회상한 스님은 “지금은 승려복지제도가 생겨서 후배 스님들에겐 참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종단 후원을 받아 입원치료를 받고 고비를 넘긴 재덕스님은 최근 갖고 있는 돈을 모두 본사인 선운사에 보시했다. 스님의 보시행은 곁에서 시봉하던 요양보호사를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조계종 선운사복지재단 손동인 요양보호사는 ‘어느 노스님의 행복한 보시’란 제목으로 사연을 적어 종단 승려복지회로 보냈다.

어느 날 재덕스님은 요양보호사에게 부탁해 시내 농협을 찾아가 창구직원에게 1300만원을 인출해달라고 요청했다. 노스님이 갑자기 목돈을 한꺼번에 찾겠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창구직원이 요양보호사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 순간까지도 스님이 농협에 왜 왔는지 알지 못했던 요양보호사는 깜짝 놀라 노스님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다. 그러나 스님은 대답 대신 “빨리 선운사로 가서 주지 경우스님을 만나고 싶다”는 말만 했다.

그러나 주지 스님이 부재중이라 만나지 못한 재덕스님은 대신 종무실장에게 1300만원을 전달했다. “그동안 부처님 도량에서 받은 보시금을 한 푼도 쓰지 않았으니 좋은 일에 썼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스님은 “부처님 도량에서 받은 돈은 함부로 쓸 수 없다. 당연히 절에다 되돌려 줘야 하는 게 원칙이다”라고 답했다.

손동인 요양보호사는 “스님의 뜻을 알고 금액이 많고 적음을 떠나 정말 순수하게 절에다 보시하는 노스님의 모습을 보며 정말 가슴이 찡했다”고 했다. “올해 나이 95세, 이승보다 저승이 더 가까워오는 그 연세에 모든 것을 툴툴 털어내고 홀연히 마음 비우는 노스님의 생활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오직 나 자신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몸부림치는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고 전했다.

선운사는 스님이 준 보시금을 정기예금으로 예치시켰다고 한다. 최병철 선운사 종무실장은 “재덕스님 뜻은 잘 알지만, 노스님이 수행관에서 10여 년을 지내면서 절에서 준 용채를 모아 다시 절에 준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선뜻 쓸 수 없었다”며 “사중에서 잘 보관해 뒀다가 스님 원적에 드신 후에 다비준비에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1940년에 출가한 스님은 80년 가까이 조계종 스님으로 살았다. 젊었을 때는 주지 소임도 맡았지만, 구순을 훌쩍 넘긴 지금은 수행마을에 주석 중이다. 귀도 어두워졌고, 말하는 것도 불편해졌다. 하지만 불제자로서 마음가짐만은 그대로다. 백수를 바라보는 재덕스님은 후배 스님들에게 “신심을 갖고 수행하라”는 당부를 남겼다.

[불교신문3543호/2019년12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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