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하거나 중독되거나…무엇이 문제일까요?”

정부, 이웃종교와 함께 자살예방 사업에 중점
불교명상과 상담 접목해 마음치유 활동에도 집중
“고통 해소위한 역할이야말로 불교상담개발원의 정체성”

조계종 불교상담개발원장 선업스님은 “불교상담개발원을 중생들에게 행복을 주는 기관으로 만들어 가겠다”며 “불교상담개발원이 힘겨운 사람들을 위해 고통 해소의 장소로 기능할 때만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주 기자
조계종 불교상담개발원장 선업스님은 “불교상담개발원을 중생들에게 행복을 주는 기관으로 만들어 가겠다”며 “불교상담개발원이 힘겨운 사람들을 위해 고통 해소의 장소로 기능할 때만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은 고달프다. 경제 성장으로 모든 것이 풍요로운 사회가 됐지만 현대인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8 더 나은 삶의 질 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종합순위는 조사국 40개국 가운데 30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전체 11개 영역 24개 지표에서 평균 점수 10점 만점에 5.03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률 역시 높은 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자살자는 모두 1만3670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1207명 증가했다. 불교계 전문상담기관인 조계종 불교상담개발원은 현대인들의 심리적 아픔을 불교적 명상에 기반한 심리상담으로 치유하는 보살행을 실천하고 있다. 11월18일 서울 개운사 내에 위치한 불교상담개발원에서 원장 선업스님을 만났다.

불교상담개발원장 선업스님은 최고의 상담가이자 명상가인 부처님께서 설하신 가르침을 바탕으로 현대인들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도록 상담개발원을 정비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상담개발원이 설립 취지에 맞게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불교상담과 명상의 플랫폼 기능 강화 △명상과 상담 전문인력 양성 △불교명상 및 상담 프로그램 개발‧보급 △지자체 등과 연계한 자살 및 중독 예방사업 적극 수행 등 상담개발원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부처님 가르침은 깨달음입니다. 깨달음은 명상을 기반으로 한 가르침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토대로 중생들을 도움이 되는 상담을 하는 곳이 바로 불교상담개발원입니다. 때문에 명상과 상담을 접목해 나가는 방향이 현대사회에 적합하다고 봅니다. 현재 자살예방 사업과 중독예방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자살예방 사업에 나서고 있는 흐름에 발맞춰 상담개발원도 자살예방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상담개발원이 불교계 대표 단체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이같은 활동을 통해 상담개발원 정체성이 더욱 명확해지고 체계가 잡힌 것 같습니다.”

자살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심화되고 있고, 39분마다 1명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우리사회에서 “자살예방은 반드시 종교계가 나서서 해야 할 역할”이라는 것이 선업스님의 생각이다. 불교상담개발원이 특히 자살예방 사업에 중점을 두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및 이웃종교계 등과 함께 추진해 온 <종교계 자살예방 지침서> 발간,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하는 ‘몸‧마음‧쉼’ 생명존중‧자살예방 프로젝트, 서울시와 함께 하는 ‘살(자)사(랑하자) 프로젝트’ 등도 상담개발원이 자살예방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들이다.

최근 발간된 <종교계 자살예방 지침서>는 보건복지부와 불교, 개신교, 가톨릭, 원불교, 유교, 천도교 등 6대 종단이 참여한 생명존중정책 민·관 협의회 종교계 부문 공동 사업의 성과물이다. 불교상담개발원은 앞으로 지침서를 활용해서 전국 사찰 신도들을 대상으로 자살예방 교육과 사업을 펼쳐 나갈 예정이다.

선업스님은 “정부와 이웃종교 등과 함께 공동으로 사업들을 추진하면서 불교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을 느낀다. 앞으로도 계속 사업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자살예방은 시대적 화두가 됐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조금 뒤처지게 되면 못 견뎌한다. 경제문제에 연령이 붙게 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종교계가 적극적으로 예방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업스님은 전국 사찰이 지역별 불교자살예방센터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교중앙자살예방센터가 불교상담개발원 내에 있고 정부 중앙자살예방센터와 네트워크를 갖고 있습니다. 지역 사찰과 지자체, 지역 보건소를 연계해 지역별 불교자살예방센터를 구축해야 합니다. 사찰에 자살예방센터가 생긴다면 불교계가 자살예방 지킴이로서 활동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생길 것입니다. 국내를 총괄할 수 있기 때문에 불교계 사회구제 활동의 좋은 시스템이 될 수 있고 새로운 포교, 전법도 가능할 것입니다.”

자살예방 사업과 더불어 힘을 쏟고 있는 사업 중 하나가 바로 명상이다. 불교계 상담기관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명상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이 선업스님에 생각이다. “원장에 취임하며 불교상담과 불교명상의 플랫폼이 되겠다”고 강조한 것도, 명상에 기반한 상담기법 활용과 불교명상지도사 양성 등 교육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선업스님은 ‘MTV 통합명상’을 보급하며 대중들과 함께 하고 있다. 대승불교를 뜻하는 마하야나(Mahayana), 상좌부 불교를 뜻하는 테라바다(Theravada), 금강승을 의미하는 바즈라야나(Vajrayana) 등 전통적인 명상에다가 현대적인 명상기법을 접목한 것이다.

선업스님은 “포교원에서 명상을 하는 스님들의 네트워크를 마련해 준 것이 불교명상이 활성화되는 기폭제가 됐다. 그동안은 시스템이 없었다. 한국명상지도자협회가 출범하며 명상을 지도하는 좋은 스님들이 묶였다는 점이 큰 힘이 됐다. 혜거스님, 용타스님 등 어른 스님들을 비롯해 열정적인 스님들이 모여 네트워크화된 것이 큰 장점”이라며 “불교계 큰 자산인 명상을 일반에 보급할 수 있는 장도 마련했다. ‘한강, 명상을 걷다’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다양한 명상을 접하는 장이 될 수 있도록 한강명상장터 등으로 변화하는 방향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화선 전통을 불자들과 일반 대중에 쉽게 전하기 위해 ‘화두선’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종단 대표 수행법인 간화선이 여전히 어렵고, 스님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명칭에서 변화를 줬다.

선업스님은 “간화선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보다 화두선이라는 이름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간화선 전통을 화두선으로 전하는 것”이라며 “같은 내용이지만 변화를 주고 이를 대중들이 새롭고 신선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서다. 이제 화두명상의 시대가 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양에서는 ‘3분 호흡 공간’이라는 이름으로 명상을 전하고 있습니다. 뇌과학에서는 3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3분 화두 명상 등과 같이 현대인들이 간화선, 화두선 등을 쉽게 느낄 수 있도록 용어를 새롭게 정립해야 합니다. ‘나를 살리는 명상, 3분 화두’ 등과 같이 쉽게 다가가야 합니다. 사람들이 화두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문적인 수행프로그램이나 용맹정진도 필요하지만 일반인이나 어린이, 청소년 등 대상으로 한 명상은 간단하고 단순하게 갈 필요가 있습니다.”

선업스님이 이처럼 불교상담과 명상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그 길이 현대인들을 위해 불교가 해야 할 역할이자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생각에서다. “불교상담개발원을 중생들에게 행복을 주는 기관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불교상담개발원은 아픈 사람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곳입니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설립됐습니다. 상담개발원은 힘겨운 사람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고통 해소의 장소로 기능할 때만 제대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불교상담개발원의 정체성입니다. 관세음보살과 같이 천 개의 눈으로 아픈 이들을 살피고, 천 개의 손으로 아픈 이들을 어루만져주는 약속을 실천하며 활동해 나가겠습니다.”
 

조계종 불교상담개발원장 선업스님은 “불교상담개발원을 중생들에게 행복을 주는 기관으로 만들어 가겠다”며 “불교상담개발원이 힘겨운 사람들을 위해 고통 해소의 장소로 기능할 때만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주 기자
조계종 불교상담개발원장 선업스님은 “불교상담개발원을 중생들에게 행복을 주는 기관으로 만들어 가겠다”며 “불교상담개발원이 힘겨운 사람들을 위해 고통 해소의 장소로 기능할 때만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업스님은…
진철스님을 은사로 통도사에서 출가해 1989년 사미계를, 1997년 구족계를 수지했다.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한 뒤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상명대학교 대학원에서 가족치료학을 전공했다. 1990년대 초반 해외포교와 국제불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봉은사 포교국장 및 교육국장 소임을 맡으며 포교와 상담, 신도교육에도 힘을 쏟았다. 사단법인 자비의 전화, 불교상담개발원 이사로 활동하면서 불교상담 발전에 앞장서 왔으며, 현대인들의 고민과 스트레스 해소, 마음치유를 위한 명상과 상담에 힘쓰고 있다. 서울 통담선원 주지,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이사, 한국차명상협회 상임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2월부터 불교상담개발원 제9대 원장을 맡고 있다.

엄태규 기자 che11@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신문3541호/2019년12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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