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사연구소 ‘흥천사 불화 학술대회’
년대 있는 화면분할식 첫 사례
관경변상도 구도적 특징 살려

고종 22년(1885) 왕실의 후원으로 조성된 서울 흥천사 극락구품도.
고종 22년(1885) 왕실의 후원으로 조성된 서울 흥천사 극락구품도.

“1885년 작 흥천사 극락구품도는 년대 있는 화면분할식 극락구품도의 첫 예가 된다.”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는 지난 19일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 제2강의실에서 사단법인 한국미술사연구소가 주최한 ‘ 600년 왕실원찰 서울 흥천사 불화 학술대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문명대 교수는 ‘흥천사 왕실 발원 불화의 성격과 화면분할식 극락구품도의 도상해석학적 연구’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흥천사 구품도와 비슷한 년대 전후에 조성했다고 생각되는 고양 흥국사 극락구품도가 있지만 정확한 조성 년대를 알 수 없다”면서 “화면분할식인 흥천사 극락구품도는 관경변상도의 구도적 특징을 잘 살린 대표적 불화”라고 강조했다.

흥천사에는 비로자나 괘불도(1823)를 비롯해 △아미타불회도 등 3점(1867) △극락구품도 등 4점(1885) △아미타불회도 등 4점(1890) 등 모두 12점 정도의 19세기 왕실 발원 불화가 봉안돼 있다.

이 가운데 ‘극락구품도’는 1885년 왕실 후원으로 조성된 불화로 화면을 9등분한 화면분할식의 특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문명대 교수는 “극락의 9품인 관경16관변상도 가운데 14, 15, 16관을 상품, 중품, 하품으로 나누고 이를 각기 상·중·하생(生)으로 나눠 9등분 한 그림”이라며 “관경16관변상도를 압축 묘사한 관경변상도, 이른바 관무량수경변상도(觀無量壽經變相圖)”라고 밝혔다.

흥천사 19세기 불화 12점 봉안
금곡스님 “서울역사 다시 쓸것”

고승희 중앙승가대 교수는 ‘흥천사 비로자나삼신괘불도 연구’라는 주제에서 “1832년 조성된 비로자나삼신괘불도는 화엄설법 장면을 표현한 괘불도로, 19세기 서울 경기지역 불화의 양식 파악에 뚜렷한 기준점이 된다”고 강조했다.

고승희 교수는 “17세기 이후 청룡사 삼신괘불도의 도상(圖上)을 계승하면서도 이 전 시기와는 다른 도상 형식이 보이는 부분이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불형 노사나불과 불형 석가모니불이 표현돼 있어 특이하고 새로운 도상을 창출해 내고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밖에도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흥천사 아미타불회도 연구(유경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흥천사 지장시왕도 연구(김정희 원광대 교수) △흥천사 신중도 연구(신은미 인천이민사박물관장 발표) △흥천사 약사불회도 연구(김경미 건국대 대학원 초빙교수)등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한편 흥천사 회주 금곡스님(총무원 총무부장)은 최응천 동국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개회식에서 축사를 통해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제일 처음 지은 사찰이 흥천사”라면서 “ 앞으로 서울을 이야기 할 때 흥천사와 함께 할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곡스님은 “오늘 학술대회에 참여한 모든 분들은 600년 전 다 함께 흥천사와 인연이 있던 분들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발표와 토론의 자리를 넘어서 서울시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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