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산정] 가톨릭 별동대를 보면서…
[수미산정] 가톨릭 별동대를 보면서…
  • 윤성식 논설위원 · 고려대 명예교수
  • 승인 2019.10.09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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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위기에 빠지자 교육으로 돌파해
예수회라는 별동대 만들어 대학교육 강화

한국불교도 예수회처럼 불교보물 전파해야
젊은이들에게 부처님 지혜 심는 교육 절실
윤성식
윤성식

한국에서 가장 큰 종교집단은 개신교이다. 둘째가 불교이고 셋째가 가톨릭이다. 개신교는 수많은 종단으로 분리되어 있다. 따라서 비록 전체 가톨릭 신도의 숫자는 적지만 가톨릭의 영향력은 한국에서 만만치 않다.

연세대학교는 개신교에서 세운 교육기관이고 세브란스 병원은 개신교에서 세운 한국 최초의 현대식 병원이다. 서강대학교는 가톨릭에서 세운 대학이지만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가톨릭 산하의 예수회라는 별도 조직에서 설립한 대학이다. 예수회는 교황 직속이지만 어느 가톨릭 교구에도 속하지 않는 일종의 별동대나 마찬가지 조직이다.

중세 시대에 유럽의 정신세계를 지배했던 가톨릭은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거센 저항에 직면한다. 루터 이후에 칼뱅이 등장하면서 유럽은 곳곳이 속속 개신교의 영향 하에 들어갔고 가톨릭은 궁지에 몰린다. 스페인에서 시작된 예수회라는 조직은 가톨릭 내에서 독자적인 성격을 가진 조직으로서 종교개혁으로 위축된 가톨릭에게 든든한 방어막을 제공했다. 어쩌면 스페인이 가톨릭 국가로 남게 된 것은 예수회 때문인지도 모른다.

예수회는 개신교가 공격하는 가톨릭의 문제점을 스스로 고친 조직으로서 개신교가 파고 들기 어렵게 가톨릭을 바꾸는 역할을 했다. 예수회는 스페인에서 시작되었지만 가톨릭 내의 별동대 조직으로 전 세계로 전파되었다. 서강대학교는 예수회가 설립한 대학으로 예수회 소속 신부들이 초기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미국에서도 예수회가 설립한 대학이 워싱턴 DC에 있는 명문대학 조지타운대학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조지타운대학 학부를 졸업하고 예일대학교 로스쿨에 진학했다. 예수회가 유난히 강조한 것은 교육이었다. 예수회는 일본에도 대학을 설립했는데 한국어로는 ‘상지대학’으로 발음하는 ‘조치대학’이고 일명 ‘소피아대학’이라고도 한다. 조치대학은 영어 강의가 많아 외국인 유학생 비율이 높은 대학으로도 유명하다.

예수회는 교육을 개신교의 공격을 막아내는 주요한 수단으로 활용했다. 교육을 통해 가톨릭 신도를 무장시킴으로써 개신교가 장악한 지역을 다시 가톨릭으로 되돌리는데 지대한 역할도 했다. 가톨릭이 외부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여 대응했던 방안을 우리가 심각하게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불교 인구의 급속한 감소로 불교의 위기가 거론되는 이 시점에서 가톨릭 개혁의 산물이었던 예수회는 우리 불교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예수회가 젊은 사람을 대상으로 교육을 통해 엘리트 가톨릭 신도를 양성했던 것처럼 불교도 젊은 사람에게 불교라는 보물을 전파해야 한다. 불교가 한국 종교에서 주도권을 잡자는 차원이 아니다. 어디에도 발붙이지 못하고 시장 자본주의의 진흙탕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젊은이에게 석가모니의 지혜를 전하자는 의미이다.

교육이 중요하다고 누구나 인정하지만 막상 교육이 불교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그다지 높지 않다. 최근 들어 대형 사찰에서 불교대학이 설립되고 일부는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오늘날 불교가 처한 위기를 염두에 두고 교과과정을 만들었지는 의문이다. 여러 경전에 있는 내용을 잘 설명해주는 교육만으로는 매우 미흡하다.

정말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사찰의 불교대학을 통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종단 차원에서 교육에 대한 고민과 불교의 미래에 대한 구상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한국은 자녀 교육에 대한 열정이 세계 최고인 나라이다. 

불교가 신도 교육에 있어 가톨릭보다 개신교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가진 종교로 인식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불교가 처한 위기를 신도 교육에서부터 찾아보면 어떨까?

[불교신문3524호/2019년10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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