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회 선교사들이 중국 고위관료들 대상
천문 지리 수학 가르쳐 신망 얻은 것처럼
한국불교가 ‘부처님 말씀’ 이외
지도층에게 신망을 얻을
인프라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황건
황건

지난 10월9일자 본보 수미산정에 실린 ‘가톨릭 별동대’를 흥미롭게 읽었다. 종교개혁으로 가톨릭이 위기에 빠지자, 가톨릭의 문제점을 개선한 별동대 ‘예수회’가 가톨릭에 방어막을 제공하고, 교육을 강화하여 전 세계로 전파한 점을 들어, 한국 불교도 예수회처럼 불교의 보물인 부처님 지혜를 젊은이들에게 심는 교육이 절실하다는 내용이었다.

타종교의 위기와 그를 극복한 방법을 성찰한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며, 예수회와 동양 선교 및 한국의 가톨릭전래에 대하여 첨언해보려 한다. 아시다시피 ‘수도회’는 종교 정신을 바탕으로 공동생활을 하는, ‘서원’에 의해 관계를 맺은 신자들의 조직이다. 가톨릭의 수도회는 불교에서 스님들이 참선 중심으로 수행하는 ‘선원’에 해당할 것이다.

로버트 드니로와 제레미 아니언스가 주연한 영화 ‘미션’ (1986)을 기억할 것이다. 남미의 오지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순교하는 수도사들이 인상적인데 이들이 바로 ‘예수회’ 소속 신부들이다. 1534년 군인 출신 수사였던 이냐시오 로욜라(1491~1556)가 창립한 예수회(Societas Iesu, Society of Jesus)가 바로 가톨릭 소속 수도회인 것이다. 예수회에는 전통적인 수도회의 삼대 서원인 청빈, 정결, 순명 외에 믿음의 전파를 위한 즉 ‘파견’의 사명을 실행하겠다는 네 번째 서원이 추가되어 있다. 

예수회는 동방 항로 및 신대륙의 발견에 따라 미개척지역으로 가톨릭을 적극적으로 전파하여 논리학, 수학, 과학, 법학 등 학문적 지식이 뛰어난 선교사들이 인도 고아를 근거지로 한 동아시아로 선교 활동을 전개하였다. 현지의 언어와 문자를 배워서 현지인들의 사상과 문화를 익힌 다음, 지배계층이나 지식인들과 학술적으로 교류하여 가톨릭 교리를 전파하였으니 일종의 적응주의 선교이다. 

예수회 수사 중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1552~1610)는 1582년 마카오에 도착하여 한문과 중국어를 배웠다. 불교 승려의 옷을 입고 중국본토에 상륙하였으나, 그 당시 승려가 홀대 받는 것을 알고는 유학자의 옷으로 갈아 입고 선교를 시작하였다. 1587년 난징(南京)에서 고위 관직자들에게 천문, 지리, 수학을 가르쳐 신망을 얻었다.

그가 한문으로 저술한 천주교 교리서 <천주실의>(1593~1594)는 독서문화가 고양된 명나라 말기 사대부들의 필독서가 되었다. 가톨릭의 ‘하느님, 천주(天主)’가 ‘서경’에 나오는 ‘상제(上帝)’와 같다는 주장과 인간에 대한 이해가 양명학과 유사한 점 덕택에 호응을 얻었던 것이다(<서방에서 온 현자>, 빈센트 크로닌 저).

이후 1601년 중국 베이징에서 신종 황제의 호의로 천주당을 세워도 된다는 허가를 받아 4년 후 천주당을 세우고 200여 명의 신도를 얻어 천주교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무렵 한국의 가톨릭교회도 조선 중기에서 말기 사이에 <천주실의>를 통해 ‘서학’이라는 학문으로 전래되었으며 점차 신도가 늘어 외부의 선교활동 없이 자치 교회를 이루었다.

기원전 6세기경 인도에서 시작된 불교가 기원 후 4~5세기에 한반도의 삼국에 전해졌다. 이후 1600여 년간 한국의 불교문화가 발전하면서 불교는 종교라기 보다는 우리의 ‘생활’ 안에 녹아 들었다. 

불교 인구의 급속한 감소로 불교의 위기가 거론되는 이 즈음, 한 때 가톨릭이 외부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였을 때, 개혁의 산물이었던 예수회가 대응했던 방안을 불교계에서도 심각하게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는 윤성식 교수의 애정과 우려가 섞인 지적 앞에서, 과연 한국 불교가 예수회 선교사들이 고위 관직자들에게 천문, 지리, 수학을 가르쳐 신망을 얻었던 것처럼 ‘부처님의 말씀’ 이외에 지도층에게 신망을 얻을 인프라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또한 마테오 리치가 타종교에 대해서도 학문과 예술적인 면에 깊은 이해를 가지고 <천주실의>라는 교리서를 쉽게 저술하였듯이 한국 불교도 이러한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궁금해 졌다.

마테오 리치 같은 역할을 할 ‘전륜성왕’을 기대하여 본다.

[불교신문3528호/2019년10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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