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찰음식이 미국 서부 지역에서 처음 선을 보여 아주 좋은 평을 받았다. 템플스테이 사찰음식 등 한국 불교문화를 체험 홍보하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지난 9월26일 미국 LA그랜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한국 사찰음식을 소개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이 날 행사는 사찰음식과 한국불교문화 홍보 차 미국을 방문한 총무원장 스님을 중심으로 주LA총영사관, 주LA한국문화원 등이 주관하여 미국인들의 관심과 박수를 이끌어냈다. 뉴욕에서 한 차례 선을 보여 큰 호응을 받은데 이어 서부 지역 도시에서도 좋은 반응을 받음으로써 한국 사찰음식은 세계화 가능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한국 사찰음식에 놀라운 반응을 보이는 데는 음식 자체가 가진 맛과 정갈함, 건강성도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철학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총무원장 스님의 언급처럼 불교는 음식을 단순히 먹을 것이 아니라 우주 자연의 수많은 관계의 산물로 쌀 한 톨에 온 우주가 담겨 있다고 본다. 또한 사찰음식에는 생명존중 사상이 깃들어 있다.

음식을 이처럼 인간과 자연, 생명과 평화의 가치로 삼는 종교나 철학은 불교밖에 없다. 자극적 양념을 사용하지 않고 되도록 자연 상태를 최대한 살리며 생존을 위해 식물을 채취하되 필요한 최소로 양을 줄이고 절대 남기지 않는 등의 조리과정과 식문화는 이러한 사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사찰음식은 또 한국전통음식의 맛과 문화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우리가 딛고 살아가는 산과 들에서 채취한 식물로 조리한 한국 식문화는 근대화 서구화 영향을 받아 거의 고사 상태다. 외국음식의 범람과 공장에서 일률적으로 만드는 간편식이 우리 식탁을 점령한지 오래다.

빠르고 간단한 대신 자극적이며 인공 화학 제품으로 맛을 내는 바람에 건강을 지키는 음식이 아니라 이를 위협하는 존재로 전락했다. 각종 성인병을 비롯하여 날로 증가하는 암환자는 우리 음식과 멀어진 업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사찰음식은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음식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도 하는 셈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사찰음식의 대중화 세계화, 불교정신의 보편화에 관한 방법론이다. 채식으로 알려져 있는 사찰음식은 재료의 희귀성과 손이 많이 가는 복잡한 요리과정 때문에 값비싼 고급음식으로 인식돼 있다. 사찰음식이 인기를 끌자 유사 음식점이 늘어나 신뢰를 훼손하는 폐단까지 생겼다.

특별한 계층만 향유할 수 있는 고급음식이라는 인식이 가져온 부작용이다.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채식주의 열풍이 거세게 일어나는데서 보듯 우리 사회도 육식 위주의 식생활을 넘어서려는 움직임이 많다. 사찰음식은 건강과 자연 및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미래 식생활 문화로 가장 좋은 대안이다. 대안이 되려면 대중화가 필수다.

사찰음식이 우리 가정의 식탁을 점령할 수 있다면 세계화의 길도 저절로 열릴 것이다. 이번 총무원장 스님의 방미(訪美) 기간 찬사를 받은데서 보듯 뛰어나면서도 보편적 식문화와 사상을 갖고 있는 사찰음식의 대중화 세계화의 길을 찾는데 심혈을 기울일 것을 당부한다.

[불교신문3523호/2019년10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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