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하지만 티베트 사람들에겐 행복한 보금자리
척박하지만 티베트 사람들에겐 행복한 보금자리
  • 이성수 기자
  • 승인 2019.09.13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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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교언론사 대표단 방중 현장
(下) 청해성 티베트 불교 현장


쫑카파 탄생한 타얼사 불교성지
라싸 간단사 등과 함께 6대사찰
비오는 평일에도 참배객 이어져
치즈에 물감 섞은 수유화 눈길
진우스님 “한중불교 인연 이어
문화의 꽃 활짝 피우길 기대”

해발 2000~3000m 고원(高原). 조금만 부지런히 움직이면 숨이 차오른다. 산에는 제대로 자란 나무는 거의 없다. 그 만큼 척박한 땅이다. 그러나 불교에 귀의한 티베트인들에게 이 곳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보금자리이다. 아직까지 바깥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칭하이성(靑海省)을 지난 8월 말 한국불교언론사 대표단(단장 진우스님, 불교신문 사장)이 방문했다.
 

티베트 6대 사찰의 하나로 칭하이성 시닝에서 서남쪽으로 26km 떨어진 곳에 자리한 타얼사. 1379년에 세워졌다.
티베트 6대 사찰의 하나로 칭하이성 시닝에서 서남쪽으로 26km 떨어진 곳에 자리한 타얼사. 1379년에 세워졌다.

8월30일 베이징을 출발한 국내선을 타고 칭하이성 시닝 차오자바오(曹家堡) 국제공항에 내렸다. 나무 한그루 보이지 않는 산이 병풍처럼 펼쳐진 공항이 이국적이었다. 불교도와 무슬림(이슬람교도)이 많기에 낯선 옷을 입은 중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칭하이성 구성원 가운데 티베트족은 23%, 회족은 16%에 이른다. 

차오바자오 국제공항에서 시닝 시내까지는 버스로 50분 거리이다. 티베트 고원 북동부에 자리한 변방이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중앙정부 차원의 서장자치구(西藏自治區) 개발 여파로 칭하이성도 빠르게 발전하는 모습이 또렷했다. 여느 대도시처럼 대형빌딩이 하늘로 솟았고 아파트 건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거리는 깨끗했고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도 밝았다. 

다음날 시닝에서 서남쪽으로 26km 떨어진 곳에 있는 타얼사(塔尔寺)를 찾았다. 티베트불교에서 오랜 전통을 지닌 라싸의 간단사, 써라사, 저빵사, 짜스룬뿌사, 감숙성의 가부랑사와 더불어 6대 사찰에 포함된다. 특히 티베트 불교 겔룩파 창시자인 쫑카파(宗喀巴, 1357~1419) 대사가 태어난 곳에 절을 세워 성지로 여겨진다. 출가하여 고향을 떠나 공부하고 있는 아들(쫑카파)이 보고 싶은 어머니가 돌아오기를 간청했다.

그 소식을 들은 쫑카파는 “제가 태어난 보리수 곁에 탑을 만드시면 저를 보는 것과 같다”고 어머니에게 회신했다. 어머니는 아들의 뜻에 따라 그 자리에 석탑을 조성했고 불자들의 참배가 이어졌다. 그 뒤로 더 많은 탑이 지어지고 쫑카파 대사의 명성과 더불어 대찰(大刹)이 됐다. 타얼사라는 절 이름에 ‘탑(塔)’이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티베트 불교 겔룩파 창시자인 쫑카파 스님이 태어난 보리수. 타얼사 안에 있다.
티베트 불교 겔룩파 창시자인 쫑카파 스님이 태어난 보리수. 타얼사 안에 있다.

 

1379년에 세워진 타얼사는 600년이 넘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니며 티베트인의 성지가 되었다. 중국 정부도 국가문물(國家文物)로 지정해 보존에 힘쓰고 있다. 베이징의 광제사(廣濟寺)나 옹화궁(雍和宫)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법당의 건축 양식이나 사원 구조도 다르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 중국 사찰을 참배할 때면 마치 불을 때듯이 향을 피워 연기가 자욱한데 타얼사는 향 대신 등불을 공양한다. 자신의 몸을 태워 어둠을 빛으로 바꾸는 등불을 부처님께 공양하면서 정성을 다해 기도하는 티베트인의 모습이 마음을 움직였다. 

한국불교언론사 대표단이 방문한 날, 비가 촉촉이 내리는 평일이었음에도 참배 온 불자들로 타얼사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우산도 쓰지 않은채 전각을 돌며 지극한 마음으로 기원하는 이들로 북적였다. 돗자리 한 장 펴놓고 불단(佛壇)을 향해 오체투지(五體投地)하는 티베트 불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눈빛은 초롱초롱하고 맑았다.
 

칭하이성 오둔하사의 동자승들이 천진하게 놀고 있다.
칭하이성 오둔하사의 동자승들이 천진하게 놀고 있다.

타얼사에는 787명의 스님이 수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300여 명은 현종(顯宗), 밀종(密宗), 논리(論理), 실명(實名)을 배우는 불학원(佛學院)에서 공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많을 때는 3000여명의 스님이 머물며 정진했다고 한다. 해마다 음력으로 1월, 4월, 6월, 9월 등 4차례 정기법회를 봉행한다. 

특히 타얼사에는 다른 사찰에서는 보기 힘든 수유화(酥油花 Butter Sculpture)로 장엄한 불화(佛畵)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소, 야크, 양 등의 젖으로 만든 치즈에 각종 물감을 섞어 만든 수유로 불교를 소재로 만든 작품이다. 수유화로 만든 작품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티베트 손챈감포 왕에게 시집 온 당나라 문성공주(文成公主, 623~680)가 추운 날씨 때문에 부처님께 꽃을 공양하기 힘들어 만든 것이 수유화의 유래이다. 

타얼사 관리위원회 주임 얀시우(昻秀) 스님은 한국불교언론사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먼 곳까지 찾아주어 고맙다”고 환영한 후 칭하이성 티베트불교에 대해 설명했다. 18세 이상 출가할 수 있는데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했다.

첫째는 집안이 불교를 신봉해야 하고, 둘째는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야 하며, 셋째는 중국 정부가 정한 의무교육(9년)을 이수해야 한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출가 자격을 부여 받으면 3년간 교육을 받고, 매년 2차례 실시하는 시험에 합격해야 정식 스님이 될 수 있다.

한국불교언론사 대표단장 진우스님은 “아름다운 칭하이성의 타얼사를 참배하게 되어 기쁘다”면서 “티베트와 티베트불교는 한국과 한국 불자들에겐 ‘ 마음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진우스님은 “한국불교가 중국불교 및 티베트불교와 역사적으로 많은 인연을 이어 왔다”면서 “앞으로도 양국의 불교 교류가 활성화되어 ‘문화의 꽃’을 활짝 피우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한국불교언론사 대표단장 진우스님(왼쪽)과 타얼사 관리위원회 주임 얀시우 스님이 악수를 나누며 웃고 있다.
한국불교언론사 대표단장 진우스님(왼쪽)과 타얼사 관리위원회 주임 얀시우 스님이 악수를 나누며 웃고 있다.
칭하이성 오둔하사의 삼면입체불과 보탑.
칭하이성 오둔하사의 삼면입체불과 보탑.
티베트 불화인 ‘탕카’를 정성스럽게 제작하고 있는 장인.
티베트 불화인 ‘탕카’를 정성스럽게 제작하고 있는 장인.

 

◼ 칭하이호 

중국 최고 ‘생명의 바다’ 

칭하이호(靑海湖)를 우리말로 옮기면 ‘푸른 바다 호수’라 할 수 있다. 대륙의 고지대에 자리한 ‘바다같은 호수’, 그곳이 칭하이호이다. 우리나라 제주도가 두 개나 들어가는 면적을 자랑한다. 둘레는 무려 360km에 이른다. 서울시청에서 울산시청까지 약 375km이니, 칭하이호의 어마어마한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광활하고 척박한 고원의 대지에 생명을 불어넣는 칭하이호는 티베트인들에게는 생명수와 같다. 이 호수에서 발원한 강만 4개에 이른다. 부처님의 법향(法香)이 세간과 출세간에 고루 퍼지듯 칭하이호의 맑은 물도 세상에 에너지를 준다. 칭하이호를 찾는 관광객은 대부분 중국인이다. 칭짱열차(靑藏列車)가 시닝(西寧)을 통과하면서 외국인의 발길이 조금씩 늘고 있다. 

한국인을 위한 한글 안내판도 눈에 들어온다. 현지인들은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라고 자랑한다. 

둘레가 360킬로미터에 이르는 칭하이호. 파란 호수가 마치 바다같다.
둘레가 360킬로미터에 이르는 칭하이호. 파란 호수가 마치 바다같다.

중국 시닝·칭하이=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불교신문3518호/2019년9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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