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적폐를 청산한다며 모인 일부 재가자들이 종헌종법을 무시하는 언행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등으로 구성된 불교개혁행동은 중앙종회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의 건’이 가결된 직후인 지난 16일 오전 서울 조계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어찌됐든 사상 처음으로 중앙종회에서 총무원장을 불신임(해임)한 종단 내부는 종일 무겁고 씁쓸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들은 “총무원장의 불신임을 결과를 환영한다”며 시종일관 즐거워보였다. 더구나 “이제 할 일 다 했으니 종회는 해산하라”는 부적절한 주장도 펼쳤다. 

무엇보다 눈살을 찌푸리게 한 내용은 “전 총무원장 스님이 중앙종회와 본사주지 스님들을 휘몰아쳐 자신을 위한 차기 종권을 다시 만들려고 하는데, 우리가 지금까지 노력한 일을 죽 쒀서 개 줄 수 없다”고 말한 대목이다. 며칠 전 집회를 열어 법적 권한이 없는 본인들이 직접 ‘종헌종법 개정’을 하겠다더니, 이젠 아예 종권을 차지하겠다는 의도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원로회의 의원 스님들에게 “종단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중앙종회를 해산시켜 비상혁신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며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가칭) 한국불교개혁 희망버스’를 운영해 8월22일로 예정된 원로회의 전까지 원로의원 스님들을 일일이 찾아가겠다고 발표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종단의 큰 어른인 원로의원 스님들까지 압박하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종도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종회의원 A스님은 “중앙종회라는 종헌기구까지 무시하며 승가를 부정하고 있는 모습에서 과연 이들이 불자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힐난했고, 한 원로의원 스님은 “본인들의 목적을 위해 종헌종법을 파괴하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며 “설득하려 찾아와도 만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들의 도 넘은 발언과 행동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현재 종단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더 힘을 내고 있는 모양새다. 많은 종도들이 반대하고 있지만 극소수의 일부 스님들이 개최 준비 중인 ‘전국승려대회’에 함께 동참해 종단의 갈등을 부추길 조짐이다.

종도로서 종단 내부에 문제가 있다면 건강한 비판을 통해 바로잡는 것은 박수칠 일이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행태는 정당성을 얻기엔 힘들어 보인다. ‘나만이 옳다’라는 아집과 편협한 시각은 차치하더라도 종헌종법까지 뒤흔들려는 생각은 위험하다. 종단의 근본 틀인 종헌종법 질서를 부정하고 무너뜨려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그들의 진짜 의도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불교신문3417호/2018년8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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