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3000명에 턱 없이 부족한
150여 명 남짓한 스님 참석…
종단 징계승이 “개혁 요구” 눈살

결국 정치적 의도 드러낸 결의사항
승가 비방 폭력적 언행 여전히…

'모든 대중들의 개혁의지’라고 표현하기엔 전국승려결의대회 참가자 수는 턱 없이 모자랐다. 스님 150여 명이 참석했다.

당초 승려대회를 ‘승려결의대회’라고 이름까지 바꿔 기어이 열렸지만 ‘모든 대중들의 개혁의지’라고 표현하기엔 참석자 수가 턱 없이 모자랐다. 더구나 ‘개혁’을 명분으로 승가공동체를 폄훼하고 비방하는 행동이 이어져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국승려대회봉행위원회는 오늘(8월26일) 서울 조계사 앞 도로에서 ‘전국승려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당초 승려대회추진위원회에서는 3000명 정도 운집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날 참석 스님은 150여 명 남짓이었다.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등이 포함된 ‘불교개혁행동’ 소속 재가자 700여 명이 모습을 보였지만 같은 시각 종단이 조계사에서 봉행한 ‘교권·수호결의대회’에 총 1만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한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종단 징계승이 개혁 요구?

그나마 승려결의대회에 참석한 스님들 중에서도 종단 징계승이 몇몇 눈에 띄었다. 사찰 성보를 주지 몰래 밀반출한 것이 들통나 공권정지 10년 징계를 받은 강설스님, 무단으로 사회법에 제소해 제적된 대안스님, 결혼한 사실이 들통 나 직권 제적된 홍두표(법명 무송), 직무비위와 승풍실추로 멸빈된 이대마(법명 장주)를 비롯해 최근 종단을 지속적으로 비방하고 폄하한 혐의로 징계에 회부돼 공권정지 5년과 7년을 초심 선고 받은 허정스님과 도정스님도 보였다.

지난해 8월 종단의 근간인 종법(조계종 선거법)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이면서 물의를 빚은 전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의장 효림스님도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종단 개혁을 위한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종단에서 징계를 받은 이들이 포함돼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행진하는 승려결의대회 참가 재가자 모습. "중앙종회 해산" "적폐 배후 00스님 멸빈하라" 등의 원색적 구호가 난무했다.

-정치적 의도 드러낸 결의내용… 구체적 설명도 미흡

이날 참석자들이 결의한 내용도 도마에 올랐다. 종권 탈취의 목적이 없다고는 밝혔지만, 이날 승려결의대회는 참석자들은 △총무원장 선거 직선제 추진 △사부대중의 실질적 종단 운영 참여 등을 결의했다. 원로회의 의원 스님들에게는 중앙종회와 총무원 집행부를 즉각 해산하고 ‘비상종단개혁위원회’를 구성하라는 요청도 덧붙였다. 요구한 사안이 관철될 때까지 ‘종단개혁추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히는 등 종단 내 갈등을 조장하는 모습을 되풀이했던 셈이다.

아울러 이날 결의하기 위해 내놓은 내용에 구체적인 실현방안이 미흡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재정을 통합관리하고 투명한 재정과 공공성을 확립해서 확충된 재원을 출가에서 다비까지 책임지는 승가복지를 실현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예산운용 방안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었다.

다만 지난 20일 전국승려대회추진위원회가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계종 개혁방안 설명회’에서 “부처님 당시에도 기원정사와 죽림정사를 만들어 모든 스님들이 혜택을 입었다”며 “지금 종단은 그 때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갖고 있기 때문에 충분하다”는 논리로 접근한 적은 있다. 결국 명확한 근거나 합리적인 방안 없이 현 종헌종법 체제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는 대목이다.
 

공식 행사가 끝난후 일부 재가자들은 조계사 난입을 시도했다. 총무원 교역직 스님(왼쪽)에게 폭력적인 언어를 쏟아내고 밀치는 등 도 넘은 모습을 보이는 승려결의대회에 참석한 재가자 모습

-승가공동체 폄훼·비방 여전… 폭력적인 모습도

이날 승려결의대회 참석자들은 스님과 재가자 할 것이 없이 승가를 폄훼하는 언행을 일삼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결의대회 사회를 맡은 부명스님(청정승가탁마도량 운영위원장)은 교권·수호 결의대회가 열리는 조계사를 향해 "저기 있는 강아지들 훈련을 위해 강아지 조련사를 불러와야 한다”면서 같은 시각 신묘장구대다라니 독송을 하며 참회의 정진을 펼치고 있는 교권수호 결의대회 참석 대중들을 깎아내렸다.

효림스님은 “머리가 깨지더라도 조계사를 점령해야 저 권력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오기 전에 휘발유 통을 준비할 생각도 했다. 피를 흘리는 희생을 치러야 개혁을 이룰 수 있다”는 등 폭력적인 언어로 참석자들을 선동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종헌기구인 “중앙종회를 해산하라”부터 시작해 “적폐 배후인 00스님을 멸빈하라” 등의 원색적 구호도 난무했다.
 

사찰 성보를 주지 몰래 밀반출한 것이 들통나 공권정지 10년 징계를 받은 강설스님(가운데)이 공식행사 후 참배하러 간다며 조계사에 난입하려는 모습.

행진 등 공식 행사가 끝마친 뒤 일부 스님과 재가자들은 조계사 일주문 앞으로 모여 대웅전에 참배하러 간다며 난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재가자들은 총무원 교역직 스님들에게 욕설과 폭력적인 언어를 쏟아내고 밀치는 등 도 넘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며, 경찰·종무원들과 몸싸움을 일으키는 등 소란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원명스님은 승려결의대회와 관련해 “원하는 목적을 얻기 위해 비불교적인 방법으로 승가를 폄훼하고 비방하는 모습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된다”며 “종도라면 불교발전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깊이 자성하고 참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소수 의견을 전체 종도들의 열망인 척 주장하는 행동도 올바르지 않다”고 꼬집은 원명스님은 “승가 공동체의 혼란과 갈등을 조장하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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