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취임 1주년인 오늘(7월17일)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거울못 레스토랑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 문화 정체성 확립과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전시를 열어 국민과 꾸준히 소통해 왔다”며 “지금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고려를 주제로 한 특별전 등 민족문화를 조명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배기동 관장은 고려건국 1100주년을 맞아 오는 12월 예정된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에 대해서 소개했다. “국내외로 흩어진 고려의 뛰어난 문화재를 한 자리에 모으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미 여러 기관으로부터 출품 확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청자사자형향로를 비롯한 국보 20건 보물 29건 등 국가지정문화재 48건이 포함돼 있다. 또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이탈리아 동양예술박물관이 소장한 고려시대 아미타여래도 등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등 5개국 15개 기관으로부터 90점을 출품받기로 약속받았다고 한다.

배 관장은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고려시대 역사문화의 중심지인 북한소재 문화재 차용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조 왕건상과 개성 만월대에서 발굴된 활자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지난 5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배 관장은 태조 왕건과 은사인 해인사 희랑대사와 1000년만의 만남이 갖는 중요성을 피력한 바 있다. 평양 조선중앙력사박물관 소장 청동 태조 왕건상과 보물 999호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을 함께 선보여 보다 특별한 전시를 하고 싶다며 해인사 스님들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남북교류협력 의제로 담아 양 기관간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1000년을 뛰어넘는 스승과 제자의 만남은 대고려전의 의미를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 <직지심체요절> 출품도 협의 중이다. 배 관장은 프랑스 측이 전시촉진법 제정을 선결조건으로 요구함에 따라 관련 법률이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1배기동 관장 취임 1주년 기념 간담회 왼쪽부터 김철민 기획운영단장 배기동관장, 민병찬 학예연구실장, 심동섭 교육문화교류단장. 사진=국립중앙박물관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행사는 특별전에도 꾸준히 이어진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7일부터 20일까지 4일간 오후2시 대강당에서 ‘고려시대 문화예술이야기’ 특강을 진행한다.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이 ‘고려시대 단차의 특징’을 주제로 강연한 것을 시작으로 이종민 충북대 교수가 ‘도자 문화’에 대해 강연한다. 또 최선주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장이 불교조각에 대해,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우리 혜성 이야기’를 주제로 강연한다.

오는 25일에는 ‘큐레이터와의 대화’ 600회 특집으로 ‘고려를 이야기하다’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오후6시와 오후7시에 각각 ‘고려 500년을 거닐다’ ‘금속공예로 본 고려인의 일상’ ‘고려청자의 탄생’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체험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17일부터 27일까지 오후2시 교육관에서 가족과 일반인 대상 ‘고려청자 상감 기법’을 강의하고, 오는 21일 오전10시 으뜸홀에서 ‘1100개의 퍼즐 내가 만드는 고려’를 진행, 관람객 1100명이 1100개 퀴즈퍼즐을 맞춰 작품을 완성하는 이벤트를 한다.

지방 박물관들도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특별전이 예정돼 있다. 국립청주박물관은 오는 24일부터 ‘중원의 고려 사찰 : 사람과 바람’을 주제로 전시를 진행하며, 국립춘천박물관은 ‘창령사터 오백나한’ 전을 기획해 영월 창령사터에서 수습된 오백나한상을 조명한다. 국립미륵사지유물전시관은 9월11일부터 ‘고려시대의 미륵사’에 대해, 국립대구박물관은 10월23일부터 ‘영주 금강사터에서 만난 보물’ 전을 기획 광명대와 향완, 청동거울과 경상 등 고려시대 법구를 전시한다.

이밖에도 배 관장은 “국민과 함께 하는, 세계와 함께 하는, 미래를 함께 할 박물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대목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기획한 ‘디지털 박물관’이다. 북한의 문화유산이나 국외소재 문화재, 발굴과정 등을 VR콘텐츠로제작하고, VR전용관을 조성해 첨단 영상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연말부터는 박물관 내 전시안내 로봇도 배치할 계획이다. “한국문화정보원과 협력해 전시안내 로봇을 개발 중”이라며 11월경에는 시범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국립박물관 교류 활성화에도 나선다. 예를 들어 국립중앙박물관과 조선중앙력사박물관의 소장품을 상호 대여해 상설전시를 보완하는 것이다. 남측에서는 백제, 신라, 가야유물을, 북측에선 고조선, 고구려, 발해유물을 대여하는 것이다. 또 공동연구를 통한 특별전시와 도록발간, 소장품 관리 보존처리 등 박물관 관련분야 기술지원 등 다양한 사업이 가능하다.

배 관장은 “우리 문화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전시를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것은 물론 미래 100년을 대비하고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세계문화박물관, 어린이박물관, 보존과학 트레이닝센터 설립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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