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고 김영환 장군 64주기 추모재 봉행

추모단에 고 김영환 장군의 영정을 모시는 모습.

참혹한 전쟁 속에서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켜낸 결단과 용기를 다시 떠올리는 추모행사가 해인총림 해인사에서 열렸다.

해인총림 해인사(주지 향적스님)는 지난 6월29일 고 김영환 장군 64주기 호국추모재를 봉행했다.

해인총림 방장 원각스님이 고 김영환 장군의 영정에 분향하고 있다.

해인사가 1954년 작전 중 전사한 고 김영환 장군을 특별히 추모하는 데에는 고려팔만대장경이 대한민국 국보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과 세계문화유산으로 오늘에 이어질 수 있도록 한 결정적인 은인이기 때문이다.

고려팔만대장경은 참혹한 민족상잔의 한국전쟁 당시 파괴될 위기에 처했다. 미군과 우리 국군은 가야산에 숨어든 북한군과 공비 소탕 작전을 펼치던 중 해인사가 북한군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해인사를 폭격하기로 했다. 폭격 명령을 받은 무스탕 비행편대가 해인사 상공으로 날아들었다. 비행편대를 지휘하던 김영환 장군은 폭격명령에도 불구하고 “요기(僚機)들은 명령이 있을 때까지 나를 따르기만 하라”며 끝내 폭격하지 않았다. 이렇게 고려팔만대장경은 파괴될 위기를 모면했다. 지휘관으로서 모든 책임을 질 각오로 해인사와 고려팔만대장경을 지켜낸 김영환 장군을 기리며 매년 추모재를 열고 있다.

해인사 주지 향적스님이 봉행사를 하고 있다.

해인사 주지 향적스님은 고 김영환 장군과 그의 결단에 대해 “고려팔만대장경을 수호하기 위해 오신 화엄성중이며 호법신장”이라며 “해인사는 그 공적과 은혜를 미래세가 다하도록 영원히 잊을 수 없다”고 추모했다.

고 김영환 장군의 아들 김정기 씨는 “아버지는 비록 35년의 짧은 생을 살았지만 승리의 삶을 살았다”며 “고려팔만대장경을 지켜낸 아버지가 존경스럽고 자랑스럽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매년 추모재를 열고 아버지를 기리는 해인사에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추모재는 해인총림 방장 원각스님과 전계대화상 종진스님, 주지 향적스님을 비롯한 총림 대중 스님과 고 김영환 장군의 유가족, 신도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공군도 이날 추모재에 의장대와 군악대 등을 지원하며 공군 창설과 발전에 공헌한 고 김영환 장군을 기렸다. 정부와 공군은 지난 2010년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수호한 공적을 기려 김 장군을 금관문화훈장에 추서한 바 있다.

공군 의장대가 고 김영환 장군의 영정과 위패, 금관문화훈장을 행사장으로 이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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