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걱정 말고 수행에만 힘쓰세요”

교구책임 승려복지 깊이 공감
지원사찰 기꺼이 맡으며 앞장

재정투명하면 복지예산 충분
종정 감사서 우수사찰로 지정

구례군노인요양원 위탁운영 및
방장선원 템플스테이관 지정도

승려복지 지원사찰 천은사 주지 종효스님 화두는 ‘잘 가는 것’이란다. 노후 생활로 힘들어 하는 스님들을 돕고 스스로도 ‘잘 가기’ 위해 마음챙김 공부도 빼놓지 않고 한다. 요즘엔 교구장 스님 뜻에 맞게 사찰 재정을 투명하게 하다 보니 욕심이 줄어드는 것을 실감한단다.

지난 1월, 조계종 제19교구본사 화엄사 교구종회가 열렸다. 화엄사는 재적·재직승은 물론 문도 등 전 대중에게 의료, 수행, 교육, 주거, 장례 등 전 분야에 걸쳐 승가복지를 시행한다고 선언했다. ‘출가에서 다비까지’ 교구가 책임지는 완전한 승려복지제도다. 가히 한국불교사에 새로운 장을 여는 선언이었다. 

문제는 예산확보였다. 화엄사는 2018년 승려복지예산으로 5억5000만원을 확정하고 천은사를 비롯해 향일암, 사성암 등 교구 수말사를 승려복지 지원사찰로 지정했다. 수말사에서 승려복지예산을 분담해 충당하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러한 결정은 1년 전부터 예상됐다. 지난해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주지에 당선된 덕문스님이 내건 공약이었던 것. 그 해 5월9일 종효스님이 천은사 주지를 맡았다. 1년이 지나 승려복지의 승패가 달려있는 예산 확보가 궁금했다. 봄비가 내리던 날 천은사를 찾았다.

“늦은 나이에 주지소임을 맡은 것은 교구장 스님의 뜻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승려 노후복지는 개인적으로도 오래전부터 고민해왔던 문제였습니다. 평생 수행만 하던 스님들이 노후에 힘들게 지내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무언가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생각하던 중에 승려복지 지원사찰을 맡게 된 것입니다.”

종효스님은 복지예산은 ‘재정이 투명하면 충당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는 지난 1년간의 살림살이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먼저 총무, 재무, 원주 스님에게 소임자로서 일할 수 있는 재량권을 주었다. 그리고 보고를 일상화했다. 주지스님도 대중이 모인 자리에서 소임자 스님들에게 보고를 받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생기면 그 자리에서 중지를 모을 수 있었고 함께 풀어갔다.

현재 천은사와 산내암자에는 20여명의 대중 스님이 상주하고 있다. 교구에서 배당된 승려복지 예산을 충당하고도 많은 수행대중이 원융살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공적을 인정받아 천은사는 지난 종정감사에서 우수 사찰로 지정받았다. 

나아가 천은사는 노스님 수행관 건립을 준비 중이다. 지리산에 포근하게 자리한 천은사는 도량 뒤편에 차밭이 있어 노스님들이 머물며 수행하기에 적격이다. 종효스님은 “소외된 노스님들을 잘 모시면 문중이 화합하게 된다”며 “화합은 교구뿐 아니라 불교를 발전시키고 나아가 불교가 오래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노인공경의 공덕은 수행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천은사는 구례군노인요양원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가족의 보호조차 받기 어려운 치매노인과 중증환우들이다. 천은사 대중들은 노인요양원뿐 아니라 구례군 장애인 복지관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재정투명에 대해 주위에서 많은 지지가 있어 힘을 받습니다. 무엇보다 재정이 깨끗하니 마음이 편안합니다.”

스님은 마음공부도 강조했다. 재정투명의 바탕도 결국 마음챙김의 하나라는 것이다. 10여 년 전, 여수 은적사에서 정진할 때였다. 신도들과 미얀마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그런데 전생에 미얀마와 인연이 있었나보다. 함께 갔던 이들은 살인적인 무더위라며 힘들어 했지만 지낼만했다. 음식뿐 아니라 남방불교 수행도 낯설지 않았다. 그 뒤 해마다 안거 때면 미얀마를 찾아 수행하고 있다. 지난 1월에도 미얀마에서 정진하고 돌아왔다. 

“미얀마에서는 화내는 것을 가장 경계합니다. 분노하기 전에 알아차려야 하는데 요즘사람들은 분노하고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특히 한국 사람들은 화가 많습니다. 화의 뿌리가 깊어 세계에서 한국에만 있다는 화병이 됩니다. 자살률, 이혼율, 성인병 발생률 등등이 세계 1위입니다. 대부분 화를 참지 못해 생기는 것입니다.”

스님은 이러한 것들은 마음만 잘 챙겨도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남방불교에서 강조하는 알아차림(Sati)이다. “선방 문고리만 잡아도 극락에 간다고 했습니다. 역대 선지식들이 자리를 폈던 선방에서 재가자도 정진할 수 있는 국내 최고의 재가자 수행공간이 바로 천은사에 있습니다.” 

천은사는 유서 깊은 방장선원(方丈禪院)을 템플스테이관으로 지정하고 일반인이 이용토록하고 있다. 금년 초, 템플스테이관을 새롭게 신축했다. 종효스님은 첫 번째 템플스테이 참가자로 지역 청소년들을 초청했다. 지역 학생들이 천은사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어봐야 불교와 사찰을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예상했던대로 대부분의 아이들은 천은사에 가까이 살면서도 절에서 잠자는 것은 처음이었다. 종효스님은 방장선원의 복원을 꿈꾸고 있다. 천은사 대중이라도 옛 수행가풍을 되살려 승속이 함께 정진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하나 종효스님이 주지 임기 중에 이루고자 하는 일로 불교문화 스토리텔링을 꼽는다. 천은사 극락보전, 팔상전, 응진전 등 전각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보리수 염주설화, 원교 이광사 글씨 등 도량 곳곳에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다양한 분야에서 스토리텔링 하여 세상에 널리 알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문학, 그림, 사진, 영상제작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템플스테이를 개최할 예정이다.

요즘 종효스님의 화두는 ‘잘 가는 것’이다. 사찰 재정을 투명하게 하다 보니 욕심이 줄어드는 것을 실감한다. 미얀마에서 수행할 때면 꼭 하는 일이 있다. 새를 방생하는 것이다. 날아가는 새를 바라보며 ‘행복하라’ 축원한다. 부처님 10대명호 가운데 선서(善逝)가 있다. ‘잘 가신 분’이란 뜻이다. 스님도 갈 때가 되면 당황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점검하는 일에 게으르지 않는다. 오직 ‘마음 챙김’ 그 뿐이다. 종효스님이 주석하는 명월료(明月療)에 보슬보슬 봄비가 내린다.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슬금슬금 업장이 녹아내리는 듯했다.

[불교신문3390호/2018년5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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