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분리 외치더니 정치인에 호소
이교도 정치권 끌어들이는 이중성 

종단을 향해 적폐청산을 외치는 명진스님이 살아온 길을 살펴보면 종단 정치 또는 권력과 무관하지 않다. 봉은사 주지 재임시에는 초하루법회를 비롯한 각종 법회에서 법문하고 법문비를 챙기는 일이 벌어졌다. 조계사 호법단이 우정국공원에 설치한 안내판. 불교신문 자료사진

명진스님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우정국 앞길에 “총무원장은 사퇴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 현수막을 내건 단체는 불교계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와 우사김규식선생기념사업회다.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가 내건 현수막도 있다. 

이 단체의 회장은 함세웅 신부다. 그는 명진스님에 대한 징계철회를 요구하는 사회원로 기자회견과 시민사회단체 1000인 선언에도 이름을 올렸다. 1000인 선언에는 문규현, 문정현 신부도 함께 참여했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적폐청산 집회에 참석해 연대의 말을 했다. 자신을 작은 교회의 집사이고 기독교 신자라고 소개했다. 

이들의 주장은 ‘명진스님 제적 철회와 자승 원장 퇴진’이다. 타종교인과 이교도들이 포함된 이들의 주장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외부세력이 조계종 종헌종법에 의해 제적된 명진스님에 대해 징계 철회를 정중하게 요청해도 모자랄 판에 조계종단과 종단의 수장을 적폐청산 대상으로 삼는 발언을 일삼고 있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는게 불교계 중론이다. 

이들의 발언은 더 황당하다. 이들은 지난 8월23일 열린 기자회견의 연대 발언에서 “불교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일부 참가자는 “자꾸 연락이 와서 어쩔 수 없이…”라고 답변했고, 징계 이유를 알고 있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막무가내 명진스님 징계 철회와 조계종 적폐 청산을 외치고, 그런 요구가 합당한지 판단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정치권 인사들도 명진스님의 단식농성장을 찾았다. 건강에 대한 염려 차원이라고 하더라도 명진스님을 지지하는 비춰질 소지가 다분하다. 일부는 지지발언을 하기도 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정교분리를 무시하고 정치권과 교유한다는 취지의 비난을 쏟아낸 명진스님이기에 이들의 방문을 맞아들이는데 대해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징계 철회를 위해 이교도는 물론 정치권까지도 끌어들이는 이중적 태도를 취한다는 비판까지도 이제는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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