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망의 길을 걷는 사람들, 53일간 809㎞ 순례 회향

“희망을 위해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마음이 바로 우리가 잃어버린 마음, 온 국민이 함께 냈던 세월호 당시의 첫 마음입니다. 4·16 희망의 순례길은 바로 이 마음을 가꾸기 위한 길입니다. 4·16 희망의 순례길은 온 국민이 함께 걸으며 완성해야 합니다. 4·16 순례를 통해 자신과 사회가 변화되고 새로운 나, 새로운 나라가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4·16 희망순례 회향을 앞둔 오늘(7월6일) 오후2시 진도 백동 무궁화동산에서 진행된 어울림마당에 모인 250여 명의 참가자들은 4·16 순례를 통해 세월호의 아픔을 치유하고 우리사회 희망을 만들어 나가자고 마음을 모았다.

이날 어울림마당은 종교, 시민단체로 구성된 ‘세월호 희망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순례 회향을 4.16㎞ 앞두고 참가자들이 서로 소감과 마음을 나누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어울림마당에는 화쟁위원장 도법스님, 한상렬 전주고백교회 목사 등 4·16희망순례단과 화쟁위원회 부위원장 흥선스님,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일감스님,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법일스님, 진도 향적사 주지 법일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스님을 비롯해 화쟁위원회와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지리산사람들, 순천사랑어린배움터 학생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세월호 희망의 길을 걷는 사람들은 지난 5월15일 세월호 참사를 희망의 상징으로 기억하기 위해 인천 연안부두를 출발해 진도 팽목항까지 대장정을 시작했다.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와 붓다로살자, 생명평화결사, 세월호지리산천일기도, 지리산종교연대, 한국작가회의, 예수살기 등의 종교, 시민단체들이 주축이 돼 대장정을 시작했고, 상근 순례자 20여 명과 부안 변산공동체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청소년 순례단은 서로를 격려하며 809㎞를 걸었다. 53일 동안 22곳의 마을을 지났고 1681명이 순례에 동참하며 마음을 보탰다.

어울림마당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새로운 희망의 사회를 열어가자고 다짐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순례단은 어울림마당에 참가한 대중들에게 큰 절을 올리며 회향 인사를 했고, 이번 순례에 앞서 지난해 먼저 순례길을 떠났던 순천사랑어린배움터 학생들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도 함께 자리해 순례단 고마움을 표했다.

단원고 신호성 학생 어머니 정부자 씨는 “가족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 53일간 이렇게 먼 길을 걸어 오셨다. 마음속으로 함께 기도해왔다”며 “기성세대의 욕심으로 아이들이 희생됐다. 304명의 희생자들을 보듬을 수 있도록,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 달라. 많은 분들이 희망을 안고 오셔서 앞으로 용기를 갖고 활동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순천사랑어린배움터 정임한결 양은 “지난해 처음 순례를 시작할 때는 가볍게 생각했다. 지나고 보니 큰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조금 서로 노력해간다면 우리사회가 지금보다는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다. 모두 자신들의 삶 속에서 세월호를 잊지 않고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어울림마당에 참가한 박진숙 씨는 “아이가 순례단에 참여하고 있어 기도하는 마음으로 순례를 함께 했다. 순례를 지켜보며 희망을 얻은 것 같다”며 “사회가 변하기 위해서는 결국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상사작은학교에서 온 김선혜 양도 “많은 사람들이 어울림마당에 함께 모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희망”이라며 “우리사회가 여러 방면에서 안전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울림마당에 이어 순례자들과 참가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가져온 돌로 기억의 숲에 돌탑을 쌓으며 평화와 화합 희망을 기원했으며, 이어 백동 무궁화동산을 출발해 팽목항까지 4.16km의 마지막 걸음을 내딛었다. 흐린 날씨였지만 서로를 격려하고 묵언으로 1시간가량 묵묵히 길을 걸었다.

팽목항에 도착한 순례단 평목항분향소를 참배하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팽목항 철제 펜스에도 ‘생명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기원하며 걷는 4·16순례길 희망의 걸음을 멈추지 않겠습니다’라는 순례단의 약속과 다짐이 적힌 플래카드가 걸렸다. 참가자들은 명상가 이종희 씨의 지도로 ‘어울림춤’을 추고 박수를 치며 53일간의 순례를 마무리했다. 

화쟁위원장 도법스님은 “길을 걸으면서 4·16순례길이, 희망순례가 이뤄진 것 자체가 희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맨 손으로 이뤄진 것이 이번 순례였다. 생명과 사람, 사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이런 마음들이 모여 순례를 만들었다”며 “순례를 하면서 순례가 개인의 희망이자 우리시대의 희망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순례가 세월호의 아픔을 치유하고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고, 희망의 길을 열어갈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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