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간대화위, 훼불행위 대신 사과 손 교수 파면 철회 호소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종교간대화위원회가 개신교 신자의 훼불행위 사과로 인해 파면된 손원영 교수의 파면 철회를 촉구했다.

종교간대화위원회(위원장 박태식 신부)는 오늘(3월6일) 발표한 호소문을 통해 훼불행위에 대한 문제와 종교 평화를 위한 불교계 및 종교계의 노력을 강조한 뒤, 지난해 1월 김천 개운사 훼불사태에 대해 사과와 불상 복구를 위한 모금 등 손원영 교수가 보여 준 태도를 종교 평화를 위한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종교간대화위원회는 손원영 교수의 파면 결정은 “많은 종교들이 기울여 온 평화로운 공존과 협력을 위한 노력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일이자 이웃 종교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비판하며 “손 교수에 대한 파면 철회는 종교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종교간대화위원회 호소문. 

호소문

우리 사회는 여러 종교가 공존하고 있는 다종교 사회입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처럼 종교를 둘러싼 유혈 충돌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여러 종교들이 이웃 종교를 존중하며 공동의 선을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해 온 결과입니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가 존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이웃 종교를 무시하고, 나아가 위해를 가하는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온 것 역시 사실입니다. 또한 이른바 ‘훼불’, ‘땅밟기’ 등의 형태로 발생한 일련의 사태들은 대부분 일부 개신교인들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사실 역시 부인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이런 사태들로 인해 종교 간의 갈등이 더 확산되거나 이웃 종교에 대한 반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피해를 입은 불교계가 갈등보다는 평화와 공존의 길을 택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뜻 있는 개신교인들이 이런 사태에 깊은 우려와 사과의 뜻을 직접 표명해 주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지난해 1월 김천 개운사에서 몇몇 개신교인에 의한 훼불 사태가 일어났을 때 서울기독대학교의 손원영 교수가 보여 준 태도 역시 뜻있는 개신교인들의 행동과 맥을 같이 합니다. 손 교수는 개신교 성직자이자 신학자로서 이 사태에 대한 사과의 뜻을 SNS에 표명하고, 불상 원상회복을 위한 모금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피해 당사자인 개운사 측도 손 교수의 이런 진심어린 태도를 따뜻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손 교수가 재직하고 있던 서울기독대학교는 손 교수의 이런 행동이 ‘우상숭배’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손 교수를 파면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정당하지 않은 결정입니다. 따라서 학교 측은 하루속히 이 결정을 취소해야 마땅합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첫째, 손 교수에 대한 파면은 그동안 개신교뿐 아니라 이 땅의 많은 종교들이 기울여 온 평화로운 공존과 협력을 위한 노력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일입니다. 여기에 더해 손 교수의 행동은 그동안 보여 준 개신교 일각의 배타적인 행동에 대한 자성의 표현이자 신앙적 양심을 행동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따라서 손 교수의 행동은 종교간 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상을 받아 마땅한 일이지, 처벌을 받을 일이 아닙니다.

둘째, 학교 측은 손 교수의 행동이 ‘우상 숭배’에 해당한다고 밝힘으로써, 그동안 한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회 발전에 함께 해 온 이웃 종교들을 ‘우상 숭배’로 폄훼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개신교인들이 저질렀던 ‘훼불’과 ‘땅밟기’ 같은 이웃 종교에 대한 오만한 생각을 답습하는 행위이며, 손 교수의 파면은 이웃 종교에 대한 선전포고일 것입니다. 이러한 행위는 다종교 사회인 한국에서는 결코 용인될 수 없는 폭력적 발상입니다.

이번 사태는 이 땅에서 종교 간 대화와 평화적 공존이 얼마나 중요하면서도 힘든 일인지를 보여 준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신교를 비롯한 한국의 모든 종교들이 보다 넓은 마음으로 대화와 협력에 나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손 교수에 대한 파면 철회는 종교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호소하고 요청합니다. 서울기독대학교는 손원영 교수의 파면을 취소하고 학교로 복귀시켜야 합니다. 종교 간 평화의 뜻을 함께 하는 이 땅의 모든 종교인들께서 손 교수의 파면이 취소되고 종교 간 평화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주시기를 호소합니다.

2017. 03. 06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종교간 대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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