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무슨 노후대비야. 인연 따라 왔다가 인연 다하면 가는 거지.” 노후대비에 대해 물으면 아직까지도 이렇게 말하는 스님들이 있다. 수행자 또한 죽음 앞에서는 범인과 다를 바 없는 데도, 노후대비를 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병마와 싸우기 위해, 혼자 남겨지는 노후의 삶을 위해, 최소한의 생활비와 치료비를 모으는 것조차 ‘죄를 짓는 것’이라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불안은 속일 수 없는 법. 최근 국민연금공단 산하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성직자 노후보장 실태와 국민연금 가입제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불교 개신교 가톨릭 등 3개 종교 중 노후문제에 대해 가장 크게 걱정하고 있는 종교인은 불교로 나타났다. 성직자들이 노후문제에 대해 걱정하는 수준은 평균 3.07점(5점 척도)이었는데 불교는 3.37점으로 가장 높았다. 개신교는 3.11점, 천주교는 2.71점이었다. 

속세의 때를 벗은 성직자, 특히 독거를 택하고 있는 조계종 스님의 경우 노후불안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2011년 종단에 등록된 65세 이상 스님은 1438명, 6년이 지난 현재 2364명으로 급증했다. 이에 반해 스님들의 국민연금보험 가입률은 20%정도로 매우 낮다. 고령 스님의 수는 해마다 늘어 노후 대책의 필요성은 높아지는데 실상은 제자리걸음이다. 

다행인 것은 2011년 출범한 승려복지회가 종단 차원에서 체계적인 노후복지 대책 마련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출범 당시 지원대상을 65세 이상의 무소임 스님으로 정했다가 최근에는 그 대상을 종단등록 사찰에 거주하는 스님으로 확대하면서 조금이라도 보다 많은 스님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노력에 올해 처음 시행되는 승려복지회 국민연금보험료 지원에 신청서를 낸 스님이 지난해까지 600명이 넘었다.

그러나 타종교에 비하면 여전히 미비한 수준이다. 가톨릭의 경우 각 교구가 신부들의 노후의 삶을 위한 집을 마련해 준다. 국민연금에 모두 가입하게 해 안정적 소득도 보장한다. 체계적인 노후 준비가 가장 잘 돼 있는 곳은 원불교다. 원불교는 69세 이상의 수행자 누구에게나 거주지를 보장한다. 주거 뿐 아니라 생활비와 병원비까지도 지원한다. 

사람은 누구나 늙고 병든다. 그럴수록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복지가 절실한 법이다. 무소유를 미덕으로 삼고 수행에만 정진하던 스님들도 보통 사람처럼 생로병사를 겪는다.

[불교신문3277호/2017년3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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