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과 사찰 사전협의 없이

‘문화재관람료 징수 실태조사’

현장조사도 사찰 몰래 은밀히

‘징수 반대’ 환경단체 선정 진행

종단 “결과물 폐기, 사과하라”

청 “국가예산 들어 폐기 못해”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이 ‘갑질 행정’을 넘어 불교를 사찰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조계종은 최근 “문화재청이 지난해 종단, 해당 사찰과 사전협의 없이 ‘문화재관람료 징수 실태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조계종법령을 검토하고 사찰에 알리지도 않고 은밀히 현장조사를 벌인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며 민간 사찰 가능성을 의심했다.

문화재청이 ‘사찰 문화재관람료 징수 실태조사’를 벌인 것은 지난해다. 4월 녹색연합 부설 녹색사회연구소에 해당 연구용역을 맡겨 10개 사찰을 조사했다. 12월 최종보고서를 완성하기까지 문화재청은 종단은 물론 사찰에 해당 용역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급급했다. 

지난 11월 종단이 공문을 보내 항의할 때는 회신조차 않고 고압적인 관료의 모습으로 대응했다. 지난 5일 총무원 교역직 스님들이 문화재청을 직접 항의방문한 후인 9일 비로소 답신을 보냈다. 그나마도 거짓 해명으로 일관했고, 조사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적인 요인에 대해서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 일례로 종단이 환경운동시민단체인 녹색연합 부설 연구소가 용역을 수주한 것에 대해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하자 ‘최저가 낙찰제’로 경쟁 입찰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협상에 의한 계약’을 진행했고, 문화재청은 해당 연구소에 대한 기술평가를 직접 진행했다. 게다가 녹색연합 부설 연구소는 입찰에 참여한 업체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적었던 것으로 확인돼 문화재청이 종단에 거짓으로 해명한 것이 드러났다. 

현장조사도 사찰과 사전연락 없이 무단출입해 진행해 민간 사찰의혹이 제기된다. 조사대상 사찰의 입장을 어떻게 청취했냐고 묻는 질문에 문화재청 정책총괄과 담당 사무관은 “5개 사찰 정도 종무실장을 만났다. 나머지 사찰은 예전 자료를 참고했다”고 답했다.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문화재청이 현지점검을 협의했다고 알려진 사찰들은 관련 공문을 받은 적도 없고 조사를 왔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 게다가 나머지 다섯 곳은 ‘예전 자료’를 참고했다고 하는데 어떤 자료인지 명확하지 않다. 문화재청 해명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뿐만 아니라 이번 연구조사 절차 및 내용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 드러났다. 정책총괄과의 사찰 문화재관람료 실태조사에 대한 ‘과업지시서’를 살펴보면, 조사 시작 전부터 모순이 확인된다. 조사 목적이 사찰 문화재관람료 갈등 사례로 구례 천은사를 제시하며 갈등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히면서, 정작 조사대상 10개 사찰에서 천은사는 없다. 민원이 빈발한 전통사찰로 대상을 선정했다고 하나, 민원 빈발이 어느 수준인지 정확히 밝히지 못했다. 

조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듯한 내용도 있다. 문화재관람료 징수의 근간이 되는 문화재보호법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전제로 위법성과 정비방안을 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 나아가 대상에 조계종 내부 규정까지 포함시켜 조계종에서는 종교탄압이란 반발이 강하게 일고 있다. 또 관람료 폐지나 징수 위치 변경을 전제로 사찰 손실분 보상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등 결과를 예단한 것이 아닌지 의혹이 제기됐다.

사업 수행업체를 선정하는 과정도 석연치 않다.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진행된 이번 용역은 문화재청에서 제안서에 대해 평가했다. 종단은 “문화재관람료 조사 제안서를 평가한 위원 중에 정작 관련분야 전문가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전문성 부족을 꼬집었다. 또 사찰 문화재관람료에 대해 조사를 벌이면서, 문화재 관련 연구소도 아니고 심지어 사찰문화재관람료 징수를 반대했던 녹색연합 부설기관을 선정해, 제척사유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종단에서는 해당 보고서가 절차는 물론 내용에도 문제가 많다며 결과물 폐기와 함께 책임자 사과, 재발방지 약속을 촉구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국가예산을 지출한 보고서이기 때문에 폐기할 수 없다는 입장만을 반복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주경스님은 “문화재청이 문화재관람료 사찰 10곳을 임의로 선정해 종단 및 개별사찰과 협의 없이 임의로 실태조사를 벌인 것은 문화재청의 일방통행 행정과 불통의 단적인 예”라고 지적하며 “용역 결과물 폐기와 사과, 재발방지 약속이 이뤄지지 않으면 종단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에 대해 박영근 문화재청 차장은 “국가가 예산을 들여 용역을 한 것이라 폐기할 수 없다”며 “앞으로 활용 등 후속조치를 종단과 상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불교신문3266호/2017년1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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