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公僕), ‘공공 사회의 심부름꾼’이란 뜻으로 공무원을 지칭하는 말이다. 지난 11일 문화재청 정책총괄과 담당 공무원이 ‘국민의 공복’이라고 믿기 어려운 말을 내뱉었다. 문화재청이 지난해 조계종과 해당사찰도 모르게 ‘사찰 문화재관람료 징수 실태조사’를 진행한 배경과 조사대상 선정 기준에 대해 답하던 사무관은 별안간 “종단이 공무집행을 못하게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압력을 가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업무집행을 못하게 하고 압력을 가하는지 재차 묻자 종단이 문화재청에 공문을 보내고, 언론이 취재를 하고 있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해당청 상급자에게 문제제기하자 실무자의 미숙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5급 공무원과 어울리지 않는 미숙함이란 단어에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조계종이 종도를 대표해서 국가기관인 문화재청에 공문을 전달하고 공식적인 답변을 요구한 것은 지난 11월부터 최근까지 세 차례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문화재청은 제 때 회신하지 않았다. 답변도 하지 않았던 공문이 어떻게 압력이 되고 공무집행을 막는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담당 공무원의 자질을 의심할 정도다. 

스님과 재가자들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알 권리가 있다. 당연히 문화재청이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 대해 물을 권리가 있고 기자 역시 마찬가지다. 문화재청 ‘과업지시서’를 보며 드는 궁금증을 묻는 기자에게 업무방해이고 압력이라는 공무원 발언은 오히려 취재를 위축시키고 알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소통하지 않고 고압적이기만 한 관료의 민낯을 본 것 같아 씁쓸하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사찰 문화재관람료 징수 실태조사’를 하면서 사전에 종단과 사찰에 협의하지 않은 것은 물론 사찰은 실태조사 중인 것도 몰랐다. 문화재 현황 및 관람료 징수실태, 갈등내용 현황 원인분석과 개선방안을 조사한다면서 당사자인 사찰 얘기를 듣지 않았다. 사찰 입장은 “예전자료를 참고했다”고 하는데 어떤 자료인지도 명확치 않다. 조사의 기본요건도 갖추지 않고 작성된 보고서를 신뢰할 수 있을까. 신뢰하지 못할 보고서에 4000여만원을 썼다면 문화재청은 일방통행식 관료주의는 물론 국가예산을 낭비했다는 비난도 면하기 어렵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