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국민연금 가입한 정덕스님(가명)

마을이장 통사정해 3만원 납부

40여년 흘러 큰결실로 돌아와 

가장 기본적인 노후대책수단인 국민연금. 가입자가 퇴직 등으로 소득원을 잃을 경우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로 지난 1988년 1월1일부터 시행됐다. 우리 사회에 전반적으로 정착된 지는 20년 남짓이다. 그러나 정덕스님<가명>은 특이하게도 제도가 최초 시행된 1988년부터 보험료를 납부했다. 사연은 이렇다. 당시 경북 영덕군의 토굴(개인수행처)에서 거주했다. 상부에서 ‘할당’이 떨어졌는지, 어느 날 마을 이장이 제발 가입 좀 해달라며 통사정을 했다. 가난한 살림이었으나 이장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울며 겨자 먹기로 매월 3만원씩 넣었다. 우연히 맺어진 인연은 4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적지 않은 결실로 돌아왔다. 

지갑이 비어 보험료를 낼 형편이 못 되면 중간 중간 속가 형제들이 대신 내주었다. 정덕스님은 만 65세가 된 2013년부터 달마다 30만 원 정도의 국민연금을 수령한다.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정부가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 20만원을 합하면 월수입은 대략 50만원. 현재 수십 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공동 거주하는 선원에서 살고 있는 스님은 국민연금으로 생활비를 삼는다. “아주 큰돈은 아니지만 전기세와 가스요금을 지불하는 데에는 요긴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자신처럼 국민연금에 대해 미리 알지 못해 기초연금만으로 버티는 스님들을 보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비참하게 여생을 보내고 있는 노스님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며 “하루빨리 더 많은 스님들이 국민연금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노후를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흔히 요즘의 세상을 ‘유병장수’의 시대를 말한다. 수명은 늘어났으나 몸이 성치 않은 만큼 정덕스님은 여전히 내일을 대비하고 있다. 실비보험을 손수 가입해 쌈짓돈을 모아 매월 15만원을 납부하며 병원비를 마련하는 중이다. 스님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종단 차원에서 승려복지를 전개하고 있는 사실이 매우 반갑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노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각”이라고 역설했다.  

[불교신문3243호/2016년10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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