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현스님 기고<上>/ 현각스님의 비판에서 느껴지는 아쉬움

 

무더위 속에 현각스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한국불교에 대한 비판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SNS가 가지는 개인성과 공동성이라는 이중구조의 무서움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철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나 역시 ‘비판적인 유희’를 즐기는 사람이다. 그러나 현각스님의 비판은 25년 이상 화두선을 한 선승으로는, 너무 무디다는 점에서 놀랍다. 새로운 뼈아픈 지적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또 오랜 시간을 우리나라에서 살았음에도, 한국문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역시 무척이나 흥미롭다.

현각스님의 비판논점을 정리하면, ①유교적 관습 ②남녀·국적 차별 ③형식주의 ④기복(祈福)주의 ⑤스님과 신도의 차등 ⑥외국승려는 장식품이라는 총 6가지이다. 이 중 ①②③은 한국문화라는 큰 범주 속의 불교비판이며, ④⑤⑥은 불교만 해당되는 비판이다. 이 중 본고에서는 먼저 한국문화 속의 불교비판 부분만을 다루어 보고자 한다.

①②③은 조선을 거친 성리학문화에 따른 한국문화적인 특징이 불교에도 잔존하는 부분이다. 그러므로 이는 불교비판이라기 보다는 한국문화 비판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사실 나는 ④⑤⑥의 불교비판보다, 오히려 ①②③의 한국문화에 대한 비판이 더 실망스러웠다. 한국문화니까 무조건 옳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 역시 유교문화의 문제점을 시정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한국을 선택한 외국인으로서 25년 이상을 산 분의 비판으로는, 이것이 자기 우월주의와 문화적 독선에 빠져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즉 미국우월주의 속에서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한 존중의 자세 없이 살아온 흔적이 고스란히 읽히는 대목인 것이다.

현각스님은 제대로 한국말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1·2(열림원, 1999)>가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한국불교에 혜성처럼 나타난 인물이다. 책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하버드대 출신 미국인이 한국불교에 매료돼 조계종 승려가 됐다는 것이 대중적 이슈가 된 이유였다. ‘미국에 대한 사대주의’와 ‘하버드라는 학력’이 당시로서는 출가한지 얼마 되지 않은 현각스님을 주목받게 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아이러니하게도 현각스님이 이번에 비판한 유교문화가 스님의 한국불교에서의 위치를 만들어준 셈이다.

덕분에 이 분은 모든 승려가 경험하는 한국불교의 낮은 자리를 경험해 볼 기회가 없었다. 즉 현각스님에게 한국불교와 한국이라는 나라는 너무나 쉬웠던 것이다. 이것이 현각스님으로 하여금 몸은 한국에 있지만 미국우월주의라는 독선에 갇혀 있도록 한 원인은 아니었을까? 현각스님은 당신의 글이 일파만파가 되면서 사회문제화 되자, 중앙일보에 이메일을 보내 진화에 나섰다. 그런데 그 방어논리가 ‘한국어가 부족해서’라는 것이다. 이게 25년 이상을 한국승려로 산 분의 변명이라는 점이 놀랍기만 하다.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에 가면 그 나라 말을 배우려고 한다. 그런데 동남아나 남미에 가면 그곳의 언어를 배우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면에 ‘문화적 경시’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각스님의 한국어 수준 역시 이것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상대국가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은 양식 있는 사람으로서는 기본 소양일 뿐이다. 불교의 역사를 보면 불교는 언제나 전파된 지역의 전통문화를 존중하고 그 문화와 함께 해왔다. 이것이 불교가 화해와 공존의 종교로 불리는 이유이다. 현각스님이 속해있는 선불교 역시 이렇게 만들어진 중국불교 안에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스님의 한국문화 비판은 한국불교를 넘어서 한국인을 낮추어본 편협한 오만이라는 재비판을 면할 수 없다.

스님의 비판이 조계종이 거듭날 수 있는 섬광과 같은 비판이었더라면 더없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도 범범하기만한 비판이, 한국불교의 훼손과 소모성으로만 치닫는 것 같아 못내 아쉽다.

[불교신문3223호/2016년8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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