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수교 50주년 특별기획/ 한일 불교를 말하다
④ 日불교학, 한국불교학계에 어떤 영향 끼쳤나

근대 이전 일본불교가 한국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근대 이후 불교학 측면에서 우리가 일본에서 더 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영향 받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불교교학 연구는 통일신라 전성기 때 동아시아 제국을 선도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그 후 교학연구 전통은 점차 쇠퇴해져 갔다. 근대 일본 불교학의 영향을 받아 불교 연구에 대한 관심이 다시 싹트기 전까지 한국불교는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연명 그 자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번 기획을 통해 근현대 일본 불교학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고 한국 불교학 발전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봤다. 근현대 시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주요 일본 서적도 함께 소개한다.

9세기 메이지유신 계기

일본 근대 불교학 서양화

연구수준 1세기 가량 앞서

 

한국불교학 일정기간 동안

서구·日 성과 인용하며 성장

80년대 후반 日중심 탈피

 

양국 불교 객관적 이해 위해

반드시 日불교연구 여론도

일본 근대불교학은 우리보다 1세기 가량 연구수준이 앞서 있었다고 해도 아니다. 일본에서의 새로운 불교학은 유럽의 불교학과 학문 연구방법론을 도입한 메이지(明治, 1868~1912) 시대부터 시작됐다. 메이지 초기부터 일본은 근대 학문의 수입과 연구에 힘을 기울였다.

한역불전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교학과 달리 산스크리트어나 팔리어 불전문헌을 통한 불교학·인도철학 연구가 이뤄지고, 한문 경전 연구 또한 서구학자들의 연구방식이 도입됐다. 이같은 일본 근대 불교학은 대부분 각 종단에서 파견해 유럽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유학승이나 불교학자들에 의해 주도적으로 진행됐다.

대표적인 학자로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유럽 근대 학문 방법을 배워 온 최초 일본인 불교학자인 난죠오 분유우(1849~1927), 타이쇼신수대장경(大正新修大藏經)을 펴낸 다카쿠스 준지로(1866~1945) 등이 있다.

부처님이 입멸한 연대 즉 불멸연대론(佛滅年代論)을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제시한 우이 하쿠주(1882~1963), 불탑신앙(佛塔信仰)을 통해 대승불교 기원에 대한 학설을 제시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히라카와 아키라(1915~2002), <불타의 세계> <원시불교 그 사상과 생활> 등 국내에도 꽤 많은 번역서가 소개돼 일반에도 친숙한 학자로 꼽히는 나카무라 하지메(1912~1999) 등의 제자들이 그 뒤를 이으면서 폭넓은 분야에 걸쳐 불교학을 발전시켜 갔다.

이같은 토양 위에서 원전 연구와 함께 역사적이며 문헌 비평적인 불교학이 자리를 잡아간다. 1885년에 도쿄대에 산스크리트어 강좌가 마련되는 등 원어에 의한 연구방법론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본 불교연구의 중심이 되고 있다.

한국 학자들은 전통 불교학과 크게 다른 일본의 연구방법론과 다양성을 목격하면서 큰 자극을 받았다. 이후 한국 불교학은 일정 시기동안 서구와 일본 불교학의 성과를 번역하고 재인용하면서 성장해 나갔다.

우리나라 근대 학문으로서의 불교학은 20세기 초 동국대 전신인 명진학교(明進學敎)가 문을 열면서부터 시작됐다. 그 후 1930년 중앙불교전문학교로 승격되면서 서양과 일본 불교학 연구법도 도입됐다. 1946년 동국대학으로 승격돼 불교학과를 설치, 1953년 불교대학이 세워지면서 현대적 불교학 연구의 본격적인 장이 마련됐다.

동국대 불교학과를 중심으로 한 불교연구는 1964년 불교문화연구소에서 <불교학보>를 창간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1973년엔 한국불교학회가 창립되는 등 불교학 관련 연구자도 전국 대학으로 서서히 확대됐다.

하지만 많은 부분에 있어서 여전히 일본 연구 성과를 토대로 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 시기 일본 불교학계 연구서들이 다량 번역되고, 나카무라 하지메, 히라카와 아키라 등이 정립한 일본불교학계의 주장이 가감 없이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불교학 중심의 연구경향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198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일어났다. 이전까지 일본으로부터 일방적인 영향을 받았다면 학문적으로 일본불교계의 그늘로부터 벗어나 독창적인 한국 불교학 연구법에 대한 의식이 싹튼 것이다.

당시 1980년대 일본을 비롯해 인도와 서구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학자들을 중심으로 서구 불교학 연구 성과들이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소개되면서 국내 불교학 연구는 전환기를 맞게 된다. 특히 초기불교학은 일본보다 100년 정도 뒤진 상태에서 1990년대 서구 불교학 성과를 빠른 속도로 흡수하면서 한 단계 도약한다.

1990년대부터 중관·유식, 천태·화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성과들이 쏟아져 나왔다. 2000년 이후 학자수도 대폭 증가하고, 연구영역 또한 전통 교학과 사학 중심에서 종교학, 철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미술, 문학 등 인접학문과의 학제적 연구와 응용실천 분야로 넓어졌다.

이평래 충남대 명예교수는 “1970년대 일본 불교학은 이미 기반이 확립된 상태였기 때문에 여러 학자들이 일본으로 공부하러 갔던 것”이라며 “지금은 동국대나 금강대 등에 한국불교를 공부하러 온 일본인도 있다. 외국과 학문교류가 가능해졌다는 것은 한국 불교학이 그만큼 성장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학자들은 여전히 동아시아에서 일본 불교학의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연구자는 “특히 인도불교 분야는 한국에 비해 월등히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현재 일본에서 인도불교와 불교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회 회원 수만 따져 봐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일례로 ‘일본인도학불교학회’ 회원은 2500여명에 달하며, 이들은 전국 국립 및 사립대학, 불교종단에서 세운 대학, 연구기관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의 불교학이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김종욱 동국대 교수는 현재 세계불교학계가 서구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고, 일본이나 중국 또한 인문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제 동아시아에서 불교학을 나라별로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중일 동아시아 삼국이 보다 긴밀하게 협조하고 연구 성과를 공유할 때 동아시아 불교가 세계 불교학계를 선도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탄준 한국불교학회장도 “한중일 불교학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전통 불교 연구입장을 견지하면서 서구의 새로운 연구법도 배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국 발전을 위해 일본 불교학 연구가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김천학 동국대 불교학술원 HK교수는 “상호 불교를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본불교를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교신문3118호/2015년7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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