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사장상엔 박태근…필기 만점 7명 '대회 수준 향상'

밝은 표정의 대상 수상자 전용관 씨.

“수희 찬탄하는 금강선원의 강송대회야 말로 수백 수천 불사 중에서 가장 훌륭하고 유익한 불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처님의 말씀을 배우며 지혜를 갖춰가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와 같은 불사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

“늘 머리도 마음도 맑아지는 것을 경험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금강경>을 수지독송하게 되면 결국 나라도 세상도 맑아지겠다…. ‘(혜거)스님의 발원, 아! 그렇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임을 보면서 오히려 배우고 있다.(박상임 금강경강송대회 운영위원장)

“대회 (내빈으로) 네 차례 참가했다. 수상자들 상 받는 것을 보니 나는 헛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눈 감을 때 그런 생각 안들 정도로 정진하겠다.”(홍사덕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10월 18일 오후4시 제4회 전국 금강경강송대회 시상식이 열린 서울 자곡동 탄허기념박물관 보광명전은 금강경 수지독송의 공덕을 함께 나누기 위한 축제의 장이었다. 오전9시부터 진행된 1~3차 전형을 거쳐 선정된 수상자들을 위한 축사나 수상소감마저도 금강경 수지독송의 공덕을 도반, 이웃, 나아가 국민들과 나눔으로써 모두가 행복을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대상은 외워 쓰기와 필기 이해도 및 강송 등 1~3차에서 모두 우수한 성적을 거둔 전용관 씨(58, 청주시 분평동)가 수상했다. 청주시청 공무원인 전용관 씨는 전국에서 모인 70명의 응시자들과 함께 외워 쓰기와 이해도 필기, 강송 등 3차까지 심도 있는 전형을 거쳐 대상자로 선정돼 상금 200만원과 함께 대상인 조계종 총무원장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또한 14명이 응모한 체험수기 부문에서는 서울 남부구치소 미결수 김영 씨의 수기가 심사위원과 응시자들에게 많은 감동을 선사하며 우수상을 수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영 씨의 수기는 금강선원 신도를 통해 발표됐다.

심사위원회(위원장 자광스님)는 “1차 외워 쓰기와 2차 이해도 필기시험 만점자가 3차 강송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보여 심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며 이전 대회에 비해 한층 발전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 문광스님(탄허기념박물관 연구실장)은 대회 경과보고를 통해 조계종의 한글의례의식 시행의 영향으로 보이는 한 사례를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1차 외워 쓰기 전형에서는 금강경 32분 가운데 추첨된 2개분만을 쓰면 되는 데 완벽에 가까운 해설을 제출한 응시자도 있어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했다는 것이다.

추첨을 통해 출제된 제14 이상적멸분(離相寂滅分)과 제29 위의적정분(威儀寂靜分) 2개분은 평상시 성실히 준비한 사람으로서는 크게 어렵지 않은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차 이해도 필기시험은 결코 수월해보이지 않았다. “부처님께서는 대승보살에게 6바라밀을 가르치셨는데 금강경에서는 몇 가지 바라밀을 가르치셨는지 모두 쓰세요.” “제30 일합이상분(一合理相分)에서는 미진(微塵)이 공(空)하다고 하시고, 다시금 미진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등 난이도가 있는 문제가 적지 않았다.

금강선원(원장 혜거스님)이 불교신문(사장 성직스님), 제4교구본사 월정사, 탄허불교문화재단, BTN불교TV와 공동주최한 이번 대회는 운영위원회의 방향을 입증이라도 하듯 응시자의 연령층과 참여지역이 다양화되고 확대됐다. 최초 응시자 88명을 분석한 결과 11세 어린이부터 87세 노 보살까지 다양한 연령측이 참가했고, 서울경기권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부산경남을 비롯해 대구경북, 대전충남, 광주, 제주, 강원 등 전국 단위로 점차 확산되고 있어 전국 유일의 금강경 강송대회로서 전혀 손색이 없었다.

대회는 1~3차 전형과 수행체험수기 발표, 수상자 발표 및 시상 등으로 8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시상식에는 대회장 혜거스님을 비롯해 조계종 총무부장 정만스님, 불교TV 회장 성우스님, 본지 주간 주경스님, 김종훈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 수상자들을 치하하며 강송대회의 발전을 함께 기원했다.

 

 사진으로 보는 제4회 전국금강경강송대회.

제4회 전국금강경강송대회 수상자와 내빈 기념사진

제4회 전국금강경강송대회 수상자 명단.

△대상(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상, 상금 200만원)=전용관. △최우수상(심사위원장상, 각100만원)=고수영(노년부), 장왕식. △우수상(각50만원)=김명옥 양재순(노년부 월정사 주지상), 신정택(노년부 탄허불교재단 이사장상) 남시우(탄허불교문화재단 이사장상) 안희숙(불교TV 회장상) 박태근(불교신문 사장상). △장려상(각20만원)=장성윤 노정덕 강춘생 고광권 고재일 정경옥 이미화 이은걸. △특별상=단현숙(정진상) 유연옥(사경) 박인숙(강송) 안혜림(강송) 권창중(이해도) 오정순(바라밀상) 박성우(발심상).
△체험수기 우수상=김영 장왕식. △체험수기 장려상=김용범 서승례. △학생부문 우수상=허정호 최재완. △학생부문 장려상=최재효.

 

심사위원 앞에 나서면 말문이 막힐 법도 하지만 응시자 대부분은 지정분을 거침없이 암송해냈다.
대중석에서 바라 본 제4회 전국금감경강송대회 전경.
3인의 심사위원 앞에서 지정분을 암송하는 응시자 모습.
본지 주간 주경스님이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된 박태근 씨에서 불교신문 사장상을 수여하고 있다.

제4회 대회 마무리 인사말을 하는 대회장 혜거스님.
전형과정별 시작을 알리는 '금고' 틀 사이로 본 강송대회.

 

 

■ 제4회 전국금강경 강송대회  (2014년 10월18일)

전용관 씨가 조계종 총무부장 정만스님으로부터 제4회 전국금강경강송대회 대상인 조계종총무원장을 받았다. 상금 200만원과 축하꽃다발도 함께 받고 있다.
대상 수상자 전용관 씨

“금강경 수지독송 공덕이니
성지순례 도반들과 나눠야죠”

 

“대상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장려상 정도 생각했는데 의외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입니다.”

지난 18일 제4회 전국 금강경강송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전용관 씨(58, 청주시 분평동, 불명 학성, 사진)는 강송에서 눈에 띠는 응시자였다. 1교시 지정분 외워 쓰기에서 7명, 2교시 이해도 필기시험에서 2명의 만점자가 나올 만큼 경쟁이 치열했지만 “스님 수준”이라는 칭찬을 받을 만큼 3차 강송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잘 못하는 편이라 출 퇴근 때, 아침저녁으로 <금강경>을 큰소리로 2독씩 해 온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게다가 최근 연수교육도 도움이 됐다.

직무 교육기간이지만 강송대회가 주말에 열려 응시할 수 있었던 데다 대회 직전 교육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여수 향일암과 순천 송광사를 참배하는 기회까지 가졌다. 어릴 때부터 불교와 인연은 있었지만 불자로서 본격적으로 활동한 지 5~6년, 법주사를 오가며 정기법회와 단체 활동을 해 온 그가 특별히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이 33관음성지순례였는데 교육과정의 하나로 관음성지 기도인연까지 생긴 것이다. 2012년 12월 수덕사 순례를 계기로 금강경 1000독을 발원한 터라 수상소식을 제일 먼저 지도법사 도암스님에게 알렸다. 동화사 순례 때 시간을 할애 받아 도반들에게도 알릴 생각이다. 자랑하고 축하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반들도 강송대회를 통해 금강경 수지독송의 공덕을 함께 누렸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의 마음에 가장 깊이 와 닿는 경전 구절은 “눈에 보이는 현상이 다 진실이 아님을 알면 곧 여래를 볼 것(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이라는 사구게다. 
 

최연소 남매 응시자. 최재완(중1) 군은 학생부 우수상, 재효(초4) 양은 장려상을 받았다.
▶ 최연소 최재완ㆍ재효 남매

“자지자신을 찾아가는 길
내년에 또 응시할 거예요”

최재완(판교중 1학년, 사진 오른쪽)ㆍ재효(판교초 4학년) 남매는 제4회 전국 금강경강송대회를 밝고 불교미래에 희망을 느끼게 해 준 선재동자와 같은 존재였다. 어른들과 같이 말을 많이 하지도 않고 조용히 사색하는 듯 대회장을 오갔지만 많은 응시자들이 이들 남매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판교에서 서울 금강선원, 탄허기념박물관을 오가며 어린이법회에 꾸준히 나올 만큼 성실한 이들 남매는 할머니의 ‘강송대회 참가 권유’ 한 말씀에 큰 고민 없이 <금강경> 암송에 도전해 이날 우수상과 장려상을 수상했다. 대회 운영위원회가 문제 출제범위를 좁혀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청소년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운영위원회가 출제범위를 <금강경> 전제 32개분 가운데 5개분으로 좁혀준 것이다. 제1 법회인유분과 제5 여리실견분, 제10 장엄정토분, 제26 법신비상분, 제32 응화비진분이다. 청소년들 대부분이 한글로 작성하지만 재효 군은 7개분까지 완벽하게 외우는 데다 한자능력검정시험 2급 자격을 따냈고, 동생 재효는 6급을 준비할 만큼 한자 실력도 웬만큼 갖추고 있다. 1차 외워 쓰기에서 만점을 받은 재완 군은 “2차 이해도 필기가 좀 어려워 정확한 뜻을 알지 못했지만 한 문항도 빠트리지 않고 답을 써냈다”고 했다.

“자기 자신을 찾는 내용이라고 할까요? 법문도 틈틈이 듣고 있지만 친구들에게는 불교, 금강경에 대해서 이 정도밖에 설명해줄 수 없을 것 같아요.” 절에 다니는 친구, 급우들을 거의 볼 수 없어 아쉽지만 이들 남매는 내년에도 한 번 더 강송대회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올해 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할머니도 부모님도 좋아하니 마음도 편하고 즐겁기 때문이다.


△체험수기 부문 우수상 수상작 : 김영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개월째 미결수로 수감되어 있는 수번 4278번입니다. 우연히 체험수기 공모가 있는 것을 보고서 아! 하는 탄식이 나왔습니다. 3년 전 불자가 되어 불교가 무엇일까? 부처님은 어떤 분이신가? 또한 불자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경부터 읽어봐야 할까? 만나 뵌 스님들이나 법사님들께 여쭈어보면 하시는 말씀들이 “<금강경>을 읽어보세요. 매일 가능하면 일독이상 하시오. 또 사경까지 할 수 있으면 더욱 좋으시구요. 큰 깨달음이 있으실 것입니다.” 하여 저도 금강경을 그동안 읽어 왔습니다.

2014년 4월 제가 하던 임대업의 차질로 작년에 부동산 경매를 당하게 되었었는데 그 일로 세입자 측에서 형사고소를 하게 되었고, 저는 재판을 받고 법정구속을 겪게 되었습니다. TV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나 봤었지 제 자신이 이런 일을 겪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해 봤고 우리 가족 모두에게 청천병력과 같은 아픔이었습니다. 더더욱 저는 다리수술로 인해 휠체어 신세를 지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법정구속에 처해지고, 교도관들 손에 이끌려 법무부 버스에 태워지고 신체검사 후 병방 수용소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구속 당시에는 눈물 한 방울 흘릴 정신조차 없었습니다.

나름대로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을 관리하며 큰돈을 굴리며 임대업을 했던 제가, 경매로 인해 세입자 임대보증금을 못 내주고 이런 처지에 처해지리라고는 현실이니 꿈인지 구분도 안 되었습니다. 구치소라는 곳에 와보니 일주일에 한 번씩 불교집회가 있었고, 가끔씩 기관의 불자님들이 불교책자나 신문을 넣어도 주셨습니다. 저의 방에도 손바닥만한 금강경 경전이 두 권 들어왔습니다. 아마도 부처님오신날 전 무렵이었던 것 같네요. 이 작은 정성의 보시가 수용소 생활에서 저에게는 소중한 보물이 되었습니다.

아침 6시 기상과 동시 합장기도를 올리고 난 후 금강경을 1독하고, 6시40분 기상점검을 받은 직후 다시 1독을 합니다. 7시15분 아침식사 후 7시40분 다시 아침점검이 끝나고 나면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는데, 이때 저는 다시 금강경을 손에 펴고 제 힘 닿는 데로, 자유스럽게 여러 차례 경전을 넘기면서 금강경 독경을 하면, 저녁 점검 5시까지 금강경으로 시작하여 금강경으로 끝나는 일과를 보내왔습니다.

저는 과거 기독교 신자였습니다. 30여년을 교회를 다니며 권사직분까지도 받았으나 <성경>을 그리 열심히 통독해 보질 못했습니다. 그 만큼 간절하질 않았거나 성경을 그리 열심히 통독해 보질 못했습니다. 그 만큼 간절하질 않았거나 형편이 편했었습니다. 3년 전 힘든 고비가 있었고 그때부터 불자가 되었지요. 구속 된 후참으로 하루하루 사는 게 힘들었고, 살아야하나, 숨을 멈춰야 하나?를 생각할 때도 있었습니다. 숨이 멈춰버릴 것 같은 이 상황에서도 저는 구원의 줄을 붙들 듯 저 건너편에 계시는 부처님 나라, 조상님들 계신 영가나라를 느끼고 깨달아 보려고, 솔직히 ‘가피’를 받고 ‘성불’해보고 싶어서 흐느끼며 금강경을 통독하고 있습니다. 통독을 지속해 가며, 아주 조금씩 마음이 편안해 지고 다듬어져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 할 때는, 그때 못 흘린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감격의 눈물을 삼킬 때도 있습니다.

성열스님에 따르면 “금강경’에는 우리가 꼭 알아두어야 할 금구가 많지만 ‘일체가 상즈냐(Saṃjñā, 相)
에서 벗어난 것이 깨달은 이”라 하셨고,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시키려는 고정관념 즉 일체의 상즈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벗어 버리고 세상을 보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일체의 조건들을 내려  놓고 세상을 보아야 성불(成佛)할 수 있다고 하십니다. 우리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는 것은 곧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고 성불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이라지요. 우리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분노와 갈등을 삭이고 더 이상의 번민이나 고통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온을 얻고, 수치심을 버리고 갈등을 얻게 될 수 있음을 염원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또 모레도… …. 언제 일지는 확실하지는 않으나 항소심 재판에서 확정판결을 받고 그 결과대로 저 자신의 죄 값을 마치고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염원하고 또 염원해 봅니다. 이 초라한 女보살이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는 같은 처지에 수감자들에게 까지도 따스한 온기를 넣어주고, 함께 죄업을 참회 드리울 수 있기를 염원해 봅니다.

모든 금강경을 읽는 공덕을 선망조상과 영가천도, 그리고 일체 중생의 행복을 위해 바칩니다. 피해자 측을 위해 축원합니다. 아울러 오직 저의 걱정뿐인 우리가족 친지 모두 건강하고 안심하여 주시기를, 또 나에게 칼 같은 선고를 하신 재판 관계자분들에게까지 모두 모두에게 축원을 진심으로 드립니다.

인생의 끝자락이라는 이 곳에 갇혀있지만, 이 곳에서도 발보리심이 비는 마음, 감사할 줄 아는 마음으로 수없이….

아차, 잘못했구나, 바로 이것이다. 아 반성하자, 이 마음을 유지하고 잃지 말자. 과거의 습관이나 환경에 휘말려 다시는 허물을(죄를) 짓게 되지 않도록 ‘금강경’ 통독의 가피로 힘과 용기를 솟아내면서 거듭거듭 반성하고 저 자신 스스로를 일깨워 앞으로의 남은 삶을 향상의 길로 나아가겠습니다. 탐욕과 번뇌 망상은 모두가 돈, 돈, 돈…. 탐욕을 벗어나 대 우주의 영광과 행복이 저와 같은 초라한 여불자에게도 다가오고 있습니다.

금강선원 보살사상 ‘만일 수행 결사 운동’의 일환으로 이런 글을 올릴 기회를 주신 분들에게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모두 성불하십시오.

 

장왕식 씨(왼쪽)가 심사위원장 자광스님으로부터 체험수기 부문 우수상을 받고 있다.
▶ 체험수기 부문 우수상 수상작 : 장왕식 
 
지난여름 시골에 내려가 아버지 산소에 벌초를 하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여주 신륵사에 들린 적이 있었습니다. 신륵사 입구에 불교용품 매점이 있어서 들어갔다가, <금강경> 해설책이 보여서 한 권을 사고, 금강경 독경 CD와 천수경 CD를 하나씩 구입했습니다. 차에서 금강경을 들으며 올라오는데, 자꾸 눈두덩이가 뜨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금강경 16분 능정업장분의 내용 - 선남자 선여인이 이 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하여도 경천한 대우를 받으면 이 사람은 선세의 죄업으로 악도에 떨어질 것인데, 금세에 사람으로 나서 경천한 대접을 받는 것으로서, 선세의 죄업이 소멸되고,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된다는 구절에서 눈물이 났더랬습니다.

어릴 적 동네에서 제일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늘 따돌림을 받고, 또래들에게 집단적으로 놀림 받고, 두드려 맞고 그렇게 자라다보니 늘 사람이 없는 외진 곳을 찾게 되고, 사람을 피하게 되고, 나 같은 건 살아봐야 희망도 없는 인생이란 생각도 했었습니다. 지난 해 직장에서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하고, 하지 않은 행동을 했다고 하고, 정말 말도 안 되는 음해와 모함을 많이 받았습니다. 내가 왜 이 나이가 되어서까지 사람들에게 이런 대접을 받아야하나? 아마도 전생에 지은 죄가 많기도 했나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의욕도 없는 직장생활이란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습니다.

사람들로부터 말도 안 되는 대우를 받던 차에 무언가 집중할 만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한문공부나 해봐야지 하면서 금강경을 펴게 되었습니다. 한자 한자 써내려가면서 매일 조금씩 외워나갔습니다. 3개월쯤 되어서 금강경 전체를 안보고 다 쓸 수 있고, 외울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혼자 매일 중얼거리면서 일하는 저를 이상하게 보았습니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저에게 고민을 상담해오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불교에 대해 묻기도 하고, 가정사를 의논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저를 모함하고 함부로 대하던 직원도 더 이상 그러지 않았습니다. 불과 몇 개월 전의 내 처지와는 너무 다른 상황에 이것이 금강경 공부의 공덕인가 싶었습니다.

언제나 한 가지 근심이 지나가면 새로운 근심이 찾아오지만 그것이 실제로 없다는 것을 배웠고, 일체의 상을 떠나 선법을 닦으면 무상정등정각을 얻는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그저 가르침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 이것이 제가 배운 금강경의 대강입니다. 하루하루 고마운 일상이고, 환희의 날들이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혼자 있어 금강경을 외우고 쓸 수 있는 시간이 오면 언제나 가슴이 설레서 금강경을 쓰는 손이 떨립니다. 이런 혼자만의 기쁨은 이전에는 없었던 것들이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금강경을 통하여 얻은 나의 이런 행복을 다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 치 사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

부처님께서는 <금강경>에 한량없는 공덕이 있다고 하시면서, 삼천대천세계에 금은보화를 가득 채워서 사람들에게 보시하는 것보다, 금강경을 지니어 독송하고 남을 위해 설해주는 공덕이 훨씬 더 크다고 하셨습니다. 이러한 가르침을 소중한 정진의 마음으로 받드는 금강선원의 혜거스님께서는 만일수행결사운동의 일환으로써, 불국토 건설의 초석을 마련하고자 성스러운 금강경강송대회를 매년 개최하여 올해 4회를 맞이하였습니다.

이는 나라의 이익과 국민의 복덕과 지혜를 증장하여 하루빨리 평화적인 남북통일을 이루고, 나아가 선진 국가를 만들어 세계를 선도하기 위한 원대한 희망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더불어 불자들의 정진과 일상의 마음가짐에 모범을 보여주는 원력의 실천이자 삶의 동력이라 할 것입니다.

수희 찬탄하는 금강선원의 강송대회야 말로 수백 수천 불사 중에서 가장 훌륭하고 유익한 불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배우며 지혜를 갖춰가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와 같은 불사에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마음의 불사까지 이루어 가시는 혜거스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가을향이 가득한 경치와 더불어, 부처님의 말씀을 강송하는 것으로 내 마음에도 향기로움이 가득하다는 것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오늘의 공덕으로 모든 사람들이 지혜의 문을 활짝 열고 행복한 가정과 평화로운 세상을 이루어 가기를 손 모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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